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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미 윰글 Mar 30. 2024

봄은 어디 가고 여름이 성큼

나이를 먹는다는 것

"커피나 한잔할까?"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토요일 오전 남편은 출근하고 그 시각까지 이부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못하는 바람에 엄마에게 잠시의 휴식을 만들어준 두 아이에게 감사했다. 차를 몰아 친구네 집을 방문했다. 친구의 남편은 힘들어서 차를 고치지 못하는 부인을 대신해서 자동차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러 나갔다. 집집마다 구성원들이 그 가정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덕분에 오늘은 내 차로 친구와 드라이브를 했다.


다대포해수욕장에는 산책을 위해 나온 사람들이 열 걸음에 한 명씩 보일 정도였다.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친구와 걸었다. 이곳은 가끔 시화전도 열리고, 멀리 있는 해수욕장에서 서해 바다를 보이기도 한다. 예전에는 선배들이 주말에 산에 가거나 산책을 한다는 걸 들으면 '난 주말에 언제 시간이 나서 그럴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어느덧 이제 나도 그런 나이가 되었다.


낮 기온이 16도 정도라서 입고 간 옷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춥다고 두꺼운 옷을 입고 다닌 지가 며칠 전인데 이렇게 계절이 돌고 돌아 제자리를 찾는 걸 보면 자연 앞에서 인간은 참 미약한 존재다.


친구와 부산 다대포해수욕장 근처에 설치된 산책로를 걸었다. 그리고, 그 길 끝에 있는 다수의 식당 중 칼국숫집을 방문했다. 다대포에 오면 자주 들르는 곳이다. 맛있는 거 먹는 건 행복이다. 식당에서 배를 채우고 나오는데, 활짝 핀 벚꽃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사춘기 소녀 같은 마음으로 꽃 사진을 폰에 담았다. 그리고 바로 SNS 배경화면으로 설정했다.


"저 식당 진짜 유명한 집인데...."


식당을 가리키며 친구가 말했다. 구석진 골목을 들어서니 점심을 먹기에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10여 명의 사람이 벌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주전자에 구멍을 내서 매달아 조명을 만들고, 바다가 보이는 방향으로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었다. "술 먹기 딱 좋은 곳이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듯했다.




'나이가 든다는 것'


어릴 적에는 그저 눈앞에 펼쳐진 일과 상황이 나를 버겁게 했다. 아니 그걸 이겨내지 못할 만큼 나 자신이 나약했다. 하지만, 내 나이가 50대 중반을 넘어서니 '마음의 여유'를 얻었다. 욕심을 낸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노력하지 않아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어쩌면 인간의 노력이라는 것이 어디까지 미칠까에 대해 이제는 내려놓게 된다. 그래서 학교의 아이들도 그저 예쁘게 느껴지고, 내 아이들에 대한 과한 욕심도 버려본다.


오늘 걸었던 이 길과 지금 이 자리에서 먹어본 나의 마음을 앞으로도 평온하게 이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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