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무거나 Aug 05. 2021

쉼 없이 돌아가는 에어컨 옆에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일까? 작년보다 부쩍 더워져서일까? 우리 집 에어컨은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하루 종일 돌아간다. 10살 딸에게 에어컨을 많이 틀면 빙하가 녹고 북극곰이 살 곳이 없어진다는 얘기를 해도 10살은 꼰대 엄마의 잔소리로 들리는 것 같았다.

"환경오염이 돼서 다 죽겠지만 그전에 엄마, 우리가 더워 쪄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라고 나의 말에 대거리를 한다. 환경오염이 걱정되지만 나도 더웠기에 못 이긴 척 에어컨을 튼다.

선선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실험실 초콜릿은 왜 완벽한 대안이 아닌가' 란 기사를 읽었다. 스위스 연구진이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를 인공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상업화하는 데 성공하면 먼 아프리카에서 스위스까지 코코아를 수입해 오지 않아도 되니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 코코아 재배 시 필요한 화학 살충제를 안 쓰게 되므로 토양오염을 막을 수 있다. 아프리카의 코코아 재배 농가가 불법으로 아동 노동력을 착취하는 일이 줄어드는 이점이 있다. 그런데 글을 쓴 기고가는 실험실 초콜릿을 배양하는 이점보다 아프리카에 코코아 수출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미래에 더 주목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온 가족이 코코아 농장에 일해도 하루 3달러 이상을 벌기 힘들다고 한다.  코코아 가격을 올려 받기 위해  코코아 생산국에서 카르텔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선진국들로 이뤄진 가공 유통 업계의 반발에 저항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고 적혀 있었다. 코로나 19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프리카 5세-11세 아동의 30%는 코코아 농장에서 살충제를 뿌리고, 날이 넓고 무거운 칼 마체테를 이용해 코코아 껍질을 벗기고, 껍질을 벗긴 코코아를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장시간 말린 뒤 자루에 담고 , 그렇게 수십 킬로를 머리에 이고 산길을 이동한다고 한다. 숲을 베어내는 건 현지 농부들이지만 그걸 부추기는 것은 선진국 소비자들이라고 기고자는 말했다. 국민 1인당  파괴시키는 숲 면적이 가장 큰 유럽 국가는 팜유로 요리하는 네덜란드, 디저트로 초콜릿을 즐기는 벨기에 , 매일 브라질산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시는 덴마크인이라고 한다. 제3세계의 숲은 사라지고 선진국들의 숲의 면적은 두배가 늘어났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몇 위를 하는지 모르지만 제법 상위권에 랭크될 것  같다.

   제3세계의 노동과 자원으로 우리는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 환경을 파괴해 왔다. 우리는 이제야 우리가 싸 놓은 똥을 기술력으로 치워보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제3세계 국가도 환경과 인권을 보호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기술력이 없다. 재주는 그들이 굴렀지만 잇속은 우리가 다 챙겨 왔다.

유기농, 친환경이라고 붙은 것들은 그런데 가격이 비싸다.  선한 행위도 돈이 있어야 가능한 현실이 씁쓸하다. 죄책감 없는 소비를 생활을 하고 싶다.

"엄마 에어컨 켜면 안 돼? 엄마 초콜릿 사주면 안 돼? 엄마 오늘 우리 시켜 먹으면 안 돼?"

"애어컨을 켜면 북극곰이 힘들어해. 초콜릿은 너처럼 어린아이들이 학교 대신 힘들게 노동해서 만들어진 거야. 시켜 먹으면 일회용품이 너무 많이 나와 어쩌고저쩌고" 이런 긴 말이 아이에겐 와닿지 않는다. 그냥 40대 엄마가 하는 잔소리일 뿐이다. 의지 없는 나 같은 사람도 살아가는 게 죄인처럼 되지 않는 그런 완벽한 소비는 없는 것일까?

쉼 없이 돌아가는 에어컨을 보면서 머릿속이 복잡하다. 나는 시원한 바람을 맞고, 초콜릿을 먹고 가벼운 마음으로 커피를 마신다. 이 모든 내 행위는 누군가의 희생이 따른다는 것이 안타깝다.

 사진출처:시사인 724호

https://youtu.be/v0ZXlBebdp0

매거진의 이전글 계곡에서 떠오른 "가만히 있으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