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이들에게 내일 운동장 나갈 것이니 편한 옷을 입고 오라고 했다.
아이들은 1교시부터 들떠 있었다.
1교시부터 "선생님, 운동장 언제 나가요?"라고 묻는다. 한 명이 물어서 답해줬는데 잠시 후 또 어느 한 명이 묻는다.
"선생님, 운동장 언제 나가요?"
마음속으로는 왜 자꾸 물어 짜증이 솟아났지만
"1교시 여러 가지 교실 책 만들기 하고 국어 도 하고 나갈 거예요"하고 친절하게 말해줬다.
드디어 운동장으로 나갈 시간 미세먼지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아이들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 더 싫었다. 안타깝지만 요즘은 미세먼지가 좋은 날이 없다. 미세먼지가 좋은 날만 기다렸다간 아이들이 운동장에 나갈 날은 정말 열 손가락에 꼽을 것 같다. 최악이나 상당히 나쁨만 아니면 아이들을 위해서 나가고 싶다. 미세 먼지가 안 좋은데 운동을 하냐고 민원 전화가 들어올 수도 있겠지만 신나 하는 아이들을 외면할 수 없다.
딸아이의 분노가 생각나서 오늘은 온 순서대로 여자 한 줄, 남자 한 줄을 세우고 운동장을 나갔다. 준비체조도 하고, 달리기도 한 판 뛰고 쥐와 고양이 놀이도 하고 놀이터에서도 놀았다. 그리고 그냥 들어가기 아쉬워서 아이들에게
"선생님을 따르라!"우스갯소리를 섞으니 아이들은 내 뒤를 줄줄이 사탕처럼 달렸다. 우리는 운동장 한 바퀴를 크게 돌았다.
하우스 북을 예쁘게 만들어 주려고 30개를 꼼꼼히 미리 접어뒀던 1교시, 몸으로 영상으로 재미있게 모음을 배우려고 자료를 찾았던 2,3교시는 이미 아이들 마음속에 없다.
'짜식들, 내가 1,2,3교시 수업 준비를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데.......' 나의 속마음을 알 턱이 없는 순진한 아이들
"야 진짜 신난다/그렇지? 재미있다. 또 나오고 싶다/배고파 밥 먹고 싶다. 선생님 그런데 키가 큰데 왜 그렇게 느리게 달려요?"
팔다리가 긴 내 신체조건만 보고 육상부에 발탁됐다가 하루 만에 잘린 내 폐부를 찌르는 소리 "선생님, 키 큰데 왜 이렇게 느려요?"
"응 선생님 어렸을 때 달리기 할
때 매일 꼴찌 앞 등수였어. 너네가 훨씬 잘 달려"하고 대거리를 해주니 예리한 녀석이 씩 웃는다.
50대에도 60대에도 이렇게 같이 애들이랑 뛰어주는 나였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모르고 할머니라고 불러도 "뭐 그럴 수 있지"하고 받아주면서 50대에도 60대에도 얘들아, 나를 따르라 하며 내가 선봉에 서며 심장이 터지도록 힘차게 달리길!
그러면... 몸무게를 관리해야겠다. 웬만해선 살이 찌지 않았는데 55까지 넘었을 땐 어랏 왜 이래.. 하는데 이제 59를 가고 있다. 60은 절대 절대 넘기지 말자. 가뿐하게 아이들 곁을 뛰어주는 할머니 선생님이 되고 싶다!
행정실 실무사님이 아이들과 내가 운동장에서 어울리는 게 너무 예뻐 보여서 멋지게 사진을 보내주셨다. 누군가에게도 멋진 풍경이라고 칭찬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알림장에도 미세먼지가 썩 좋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모습이 예뻐서 실무사님이 찍어주셨다고 하며 사진을 첨부했다(그러면 미세먼지 나쁜데 왜 나갔냐고 항의가 좀 덜 들어오겠지란 얄팍한 수를 약간 생각)고 자랑질을 좀 했다.
오늘 읽어준 그림책도 아이들이 좋아해서 기분이 좋다. 과정 평가도 끝내서 기분이 좋다. 저녁때 한 그림책 줌 연수도 재미있고 유익해서 기분이 좋다.
딸내미가 큰 웃음을 선사해서 기분이 좋다.
성만 다른 자식 경력 10년 차라는 우리 딸
이모는 성격이 깔끔한 거 좋아하는 분명한 성격인데 엄마는 나처럼 너저분하면서도 치우라고 하는 거 보면 종잡을 수 없는 파악이 힘든 성격이라는 너의 말에 한 번 터지고
성만 다른 자식 경력 10년 차라는 너의 글에 나는 오늘 수백 번 웃음이 터진 것 같다.
10년 차 경력치고는 너 샤워를 왜 혼자 하지 아니하니? 10년 차 경력치고는 왜 잘 밤에는 이를 닦아달라고 하니?
내일 너 담임선생님이랑 전화 상담 있는데 엄마가 너 다 이를 거야. 자세는 누가 보지 않아도 굽신 거리며 너의 담임 선생님 전화를 받겠지만. 담임 선생님은 우리 딸을 어떻게 보셨을까? 궁금하다.. 3월은 아이를 파악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그냥 내가 선생님에게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공손하게 말해야겠다. 선생인데도 담임 선생님 전화를 받으려니 떨린다. 우리의 학부모들도 그렇겠지? 나도 친절하게 상담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