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아무거나

출근길에 항상 보이는 나무에 꽃이 피었다.

드문드문 부끄러운 듯 피었다.

목도리를 하고 두꺼운 니트를 입었는데도 찬 바람이 슬그머니 들어온다.

3월 중순인데 겨울과 봄 사이인 계절

완연하지 않은 봄.

완연하지 않은 봄이라 더 좋다.

절정의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떠나는

만개한 봄이 남기는 슬픔보다

더 맞이할 봄이 있다는 설렘과 기쁨이

나는 더 좋다.

사랑은 만개한 봄처럼 넘치게

듬성듬성 꽃핀 나무처럼

곁을 내줄 수 있는 여백이 있는 사람이고 싶다.

다짐한다.

1교시부터 점심을 언제 먹냐고 물어도

똑같은 말을 26번 하게 해도

봄처럼 따뜻한 선생 노릇을 잘하고 오자고!

손들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발표하는 얘들아, 일대일로 말해야 이해하는 얘들아,

급식 시간은 항상 11시 20분이야. 똑같은 말을 설명하려니 목이 따갑... 미세먼지 탓은 아니겠지?

똑같은 말을 하게 해도, 매일 급식 시간을 물어봐도

내가 읽어주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너네가 좋구나!

노래를 큰 소리로 불러주는 활기찬

너네가 좋구나!

벚꽃팝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