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앤 Jul 05. 2022

샛별이가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했다. 샛별이가 왜그럴까

 샛별이가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했다.

 샛별이가 왜 그럴까?


 샛별이는 4명 위주의 소수 그룹 클래스만 몇 번 다녔던 경험이 있다. 그것도 일주일에 2번. 지금은 하루에 8시간 약 20명이 있는 곳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미국 내 한국 유치원에 다닌다.(물론 네 살반 아이들이고 10명씩 한 선생님이 맡고 있다)

 아이가 주도성이 있고 적극적이고 활발해서 어디에서든 적응에 문제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보기 좋게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첫 하루, 아이는 많은 또래 집단 속에서 ‘이게 뭐지'하는 심정으로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여긴 어디? 난 누구? 같은 어리둥절한 상태로 말이다. 유치원에 다녀온 후 왜 계속 다녀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틀 삼일이 지나서 급기야 샛별이는 가지 않겠노라고 선언했다. 유치원 거부였다. 가야 한다는 말에 연신 “학교는 왜 가야 돼?” “안 가면 어떻게 돼?”를 묻고 또 물었다. 아이의 이런 태도가 엄마인 나로서는 당황스러웠다. 적응 하나는 어디서든 끝내주는 아이가 게다가 더 못 놀아서 안달인 아이가 대체 왜 그럴까. 아이에게 내가 반대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럼 샛별이는 왜 가기가 싫은 건데?”

 “그냥 시여!(싫어)”

 “그러니까 왜? 친구들하고 노는 건 어때?”

 “시여! 애들 다 시여! 가기 시타 고오(싫다고)~”


 그러다가 다시 “학교는 왜 꼭 가야 돼?” 원래 묻던 자기 질문으로 되돌아왔다. 나이가 되면 학교는 가는 거고, 누구나 가서 함께하는 것도 배우고, 노는 것도 배우고 규칙도 배우는 거라고 거듭거듭 말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똑같은 질문만 내게 했다. “사람은 다 그렇게 학교에 가야 배울 수 있어! 동물이 학교 가? 안 가지! 안 가도 잘 살지만 인간이니까 가야지! 사람은 배워야 행복해져!”라고 철학적인 답변까지 아이에게 늘어놓았다. 나중에서야 샛별이가 원에서 혼자 논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태는 심각해져 갔다. 아침에 원에 내릴 때가 되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고, 엄마와 헤어지는 게 싫다며 운전대를 잡은 내 손을 힘차게 부여잡고 놓지 않기도 했다. 선생님은 아이가 울며 교실로 들어왔고, 구석에 앉아 꼼짝을 안 한다고 그러나 곧 괜찮아질 거라는 문자를 나에게 사진과 함께 보내왔다.


 “엄마, 친구가 장난감 못 가지고 놀게 해! 저리 가라고 막 소리 질러!”라는 말을 했을 때 처음 간 원에서 낯선 친구들과의 문제임을 간파했다. “다른 데 가도 샛별이한테 막 소리 질러! 친구가 샛별이 밀었어.”  나의 추궁에 아이는 조금씩 싫은 이유를 대기 시작했다. 마침 주말이 되었고, 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우선 안심을 시켰다. 나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 물론 처음이지. 아이를 처음 키우는 거니까.’하며 이런 일이 나에게도 오는구나 싶은 생각에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원에서 긴 시간 동안 꾸어다 놓은 보리 짝 마냥 서성이며 혼자 있는 샛별이를 상상하니 마음이 죄어 왔다. 밤에 아이의 자는 얼굴은 안쓰러웠고 고단해 보였다. 아직 아침이 한참 남은 깜깜한 밤, 샛별이는 몸을 벌떡 일으켜 뭐라 뭐라 중얼대다가 찢어지는 목소리로 괴성을 내고 다시 자리에 누워 잤다. 같은 날 밤, 그 행동은 한 번 더 있었다. 아이를 눕히고 몸으로 감싸 안으며 작고 여리한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나도 잠은 푹 자지 못했다. 남편에게 조용히 이 사실을 알렸고 월요일이 시작되면 우선 선생님과 상담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일요일이 되어 잠자리에 눕자 아이는 학교 갈 생각에 벌써부터 걱정과 한숨을 내뿜었다. 그렇게 가기가 싫으냐는 말에 아이는 돌아누워 또다시 울었다. 약해진 모습을 그 이전에는 본 적이 없었는데. 늘 밝았고 씩씩했으며 모르는 아이와도 말을 잘 섞고,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월요일이 되었을 때 “샛별아! 그런 아이들이 있는 곳에는 안 가도 돼! 가지 말자! 싫으면 가지 마! 괜찮아. 엄마가 알아서 할게"라고 대단한 결심으로 아이를 쉬게 했다. 오후에는 선생님과 전화 상담을 했다. 3세부터 함께 4세가 된 친구들인지라 뭉쳐서 노는 건 좀 있다고 말하며 새로운 아이가 들어오면 당연히 적응 기간을 한 달 정도로 본다고도 했다. 처음 듣는 말이었다. 아이에 따라 다르지만 한 달이나? 선생님은 아이의 픽업 시간을 앞당겼다가 서서히 늦추는 것에 대해 조언을 준 적이 있었다. 그때의 내 생각으로는 적응이 빠르니 그럴 필요까지 없다는 것과 기왕 돈 내고 보내는데 나의 시간을 줄이고 싶지 않다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 둘의 이유는 지극히 새내기 엄마다웠고, 오만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오히려 선생님은 샛별이가 지금의 적응기간을 잘 이겨내고 친구들과도 잘 놀며 좋아하게 될 거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부모인 남편과 나를 위로했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담담했고, 놀라지도 않았으며 지금의 상황을 오히려 차분하게 이끄는 것처럼 보였다. 선생님은 샛별이의 상황을 더 잘 알았다. 같이 놀아야 한다며 아이들 속에 끼워주어도 나중에는 또 혼자 앉아 있는 샛별이를 목격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처음 오는 아이들은 거의 그렇단다. 아이들과 함께 놀고 싶지만 아직 사회성이 발달한 게 아니어서 놀 줄을 모른다는 건 알고 있었다. 친구가 가진 장난감을 뺏는 걸로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는 거라는데 역시나 샛별이가 그랬다. 선생님에게는 더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마음이 복잡했다. 남편은 미국에서의 ‘투명 인가' 취급이 하나의 왕따나 나름 없는 심각한 거라고 말하며 선생님의 개입을 중요시했다. 남편은 자신의 생각을 말한 후 온전히 나의 선택을 기다렸다. 무거웠다. 도움이 더 필요해 육아 멘토나 전문가들을 온라인으로 샅샅이 뒤져서 강의도 듣고 유튜브도 듣고 엄마들의 경험담도 들었다. 생각보다 나처럼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싫어해서 고민하는 엄마들이 많았다.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부모와 헤어지는 시간을 극도로 싫어했다. 몇몇 고민과 상담을 두루두루 접하며 ‘아, 이것도 아이 키우는 과정이구나' 생각했다. 가기 싫다는 아이에게 안 가게 했던 나 자신도 그리 잘 한 건 아니었다. 앞으로 헤쳐 나갈 것들이 수두룩인 아이의 미래 앞에서 엄마의 이런 대처가 현명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첫 사회의 발걸음인 만큼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고 질서를 알게 하는 것은 대단히 숙고되는 작업이었다. 그 길을 열어주는 부모로서 아이가 어떤 곳에서 지내게 될지 살펴보고 유치원을 정하는 건 순전히 부모의 마땅한 할 일이라는 것도 알았다.


 지금 한 달이 지난 상태의 샛별이는 “학교는 왜 가는 거야?”를 묻는 횟수가 드물어졌고 적응을 매우 잘하고 있다. 원에서 잠자는 시간이 제일 싫다고는 하지만, 잘 때 되면 또 잘 자고, 숫자와 알파벳, 한글 놀이를 하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다가 집에 온다. 현재 이 글을 읽고 있는 예비 유치원 엄마나 아이가 유치원 가기 싫어해서 애를 먹고 있는 부모가 있다면 “엄마, 학교가 재밌어!”라는 소리를 감격적으로 들을 수도 있다. 아래 ‘원 거부 대처법’ 팁 추가!!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 대처법 8가지!!!  


     유치원 가기 전 날 밤, 구슬린다. 그러나 잘 안 되는 건 당연한 일! 계속 재밌게 구슬리고 과장하며 좋아한다. 유치원 끝나고 할 일을 상상하게 하며 기대하도록 유도한다.   


     유치원 가는 날 아침은 오히려 “학교(그러니까 유치원)는 가기 싫다고 안 가는 게 아니라 가야 하는 거야!”를 반복해 일러준다. 아이에게 끌려다니면 안 되고 단호해진다!(사실 우리는 반대로 함) 유치원 끝나고 할 일을 상기시키고 기대한다고 얘기한다.   


     엄마의 유치원 적 이야기를 재밌게 들려준다. 엄마도 가기 싫은 때가 있었다고도 얘기하면서.   


     아이가 평소 집착하며 품었던 수건이나 인형을 함께 가방에 넣어준다.(선생님께 양해)   


     헤어질 때는 반갑게 웃으며 아이가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도록 할 수 있는 한 밝게 보낸다.   


     아이마다 달라도 3주나 4주면 대부분은 적응한다.    


     아이가 잘할 거라는 확신을 엄마가 먼저 갖는 게 중요! 전혀 문제아니라는 식으로 당당하게 대처하면 아이의 불안감도 줄어든다.   


     첫 유치원 생활이라면(부모의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짧은 시간부터 차차 늘려나가자. 갑자기 온종일 반이라면 아이에게 큰 무리다.    

 

 직접 겪은 것을 토대로 했고, 조언과 의견을 듣고 나름 시도도 하며 간추린 팁이다. 모든 아이들이 같은 상황에 놓이지 않을 수도 있다. 먼저 질문을 통해 아이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혹 유치원에 두려운 무언가가 있는지 꼭 알아내야 한다. 마음을 알아주며 추근 하게 되면 말하게 돼있다. 내 아이를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이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절대 잊지 말자! 그 중심을 지키며 행동하고 가르치면 적어도 어려운 상황에 낙오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모든 엄마들의 육아를 응원하며.

작가의 이전글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