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sbyul Oct 14. 2020

호주 CPA 시험 불합격 후기

시험 전에 알아두면 좋은 점들

사실 남들에게 내가 시험 불합격한 적이 있다고 말한 적도 없고, (누가 물어본 적도 없고)

이제껏 누가 나한테 자신의 불합격 경험을 얘기한 적도 손에 꼽는다.

나의 시험 합격 후기를 쓰기 전에 불합격했던 경험을 먼저 써볼까 한다.

사진까진 공개할 필요 없을 것 같긴 한데, 이럴 때 인터넷의 익명성이 좋긴 좋다. 



내가 프린트해놨던 나의 성적표 (구겨 놔서 상태가 좋지 않다)



합격 커트라인이 540점이었는데 534점을 받고 fail 했다. (참고로 CPA 커트라인은 상대평가라 달라질 수 있다)

2문제 정도 더 맞았으면 합격했었을.. 어찌 됐든 이렇게 떨어졌다.


이때 나의 충격은 꽤 컸다.  

내가 똑똑해서 당연히 합격할 줄 알았다가 아니라, 

정말 열심히 공부했었고, 나의 전부를 쏟아부었기 때문에 실망감 또한 아주 컸다.

(2013년에 공부했을 때는 책도 다 못 읽었고 제대로 공부를 했다고 말할 수 없기에 실망감이 크지 않았다)


이때 CPA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완전히 잃었다.

과연 내가 CPA를 합격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정말 철저히 준비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책도 처음부터 끝까지 2번씩 읽었고, 책에 나온 모든 문제도 풀어봤으며, 온라인에 올라온 문제들까지 여러 번 복습하고 봤던 시험이었기 때문에.

이때 공부량은 그 뒤 내가 합격했던 시험들의 공부량과 비교해 절대 부족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봤던 시험이었다.

이땐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몰랐다.

솔직히 잘못한 건 없었다. 다만 CPA 시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들어갔다는 게 한 가지 실수였다.


이때 CPA를 포기할까 아주 잠시 망설였지만, 다시 한번 도전하기로 맘먹었다.

이때의 시험 불합격 경험이 나의 공부 방식을 완전히 바꾸었다.

(여기에 대해선 나중에 바뀐 공부법을 쓸 때 자세히 써보겠다)







이때 내가 불합격했던 가장 큰 이유는

CPA 시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호주 CPA 시험은 오픈북 시험이다. 오픈북 시험은 CPA 모든 과목에 해당한다.

나는 대학생 때 오픈북 시험을 본 적이 손에 꼽았다. 

그래서 보통 시험을 준비할 때처럼 공부했고, 시험도 내가 예상하는 문제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나의 아주 큰 착각이었다.

(여기서 CPA가 말하는 '오픈북 시험'이라는 것은 교과서도 물론 그 외의 공부했던 모든 자료를 들고 들어갈 수 있는 시험을 말한다)



시험 볼 때 가장 당황했던 점은, 

내 생각에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에서는 문제가 나오지 않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문제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물론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에서 나온 문제들도 있긴 했다.



같은 책 (SMA) 같은 페이지다. 왼쪽이 첫 번째로 봤을 때, 오른쪽이 두 번째로 봤었을 때 책.



이때 깨달았다.

시험에 나올 것 같다고 생각한 책에서 중요한 부분은 내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CPA Australia에서 판단한다는 것을.

색연필과 형광펜을 쓸 경우, 내가 밑줄 친 부분만 집중적으로 읽게 되기 때문에, 다른 부분을 제대로 못 읽고 놓친 부분이 있었다.

이 시험 이후 나는 공부할 때 색연필이나 형광펜을 절대 쓰지 않았고, 연필만 쓰게 되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내가 공부했던 방법들을 쓸 때 더 자세히 쓰겠다)


내가 간과했던 또 다른 문제는 시험시간이었다.

호주 CPA 시험시간은 중간에 브레이크 시간 없이 3시간 15분이며, 이것도 내가 봤던 6과목 다 동일했다. 

(시험 스케줄을 잡으면 컨펌 이메일에 시험시간은 220분이라고 나오는데 이거는 이것저것 시간을 포함한 것이다)




내 CPA Australia Exam Confirmation 이메일에 적여 있는 인포 (이때는 2017년 Ethics 시험 때)



이 3시간 15분은 정말 짧고도 긴 시간이다.

왜 짧냐면 계산문제 풀 때는 시간이 정말 금방금방 간다. 

시간을 전략적으로 쓰지 않으면, 조급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문제 파악이 잘못하고 실수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모자라면 문제를 다 풀고 검사할 시간이 없게 된다.





그리고 왜 길 수도 있다고 얘기하냐면, 멘탈과 생리적 현상 때문이다.

이 시험 때 예상외의 문제들이 많이 나오게 되면서 나의 멘탈이 살짝 무너졌었다. 

3시간 15분 동안 이런 멘탈을 잡고 시험문제를 푸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어느 정도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모르는 문제는 깃발 표시해놓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 시험시간, 생리적 현상을 참기에 3시간 15분은 정말 긴 시간이다. 

시간이 아까울 수도 있겠지만, 화장실을 가야겠다면 그냥 화장실을 빨리 갔다 오는 것이 낫다.

(시험장에 보통 물은 준비해 주신다. 그래도 내가 챙겨가고 싶다면 물병 하나 챙겨가도 된다) 

그리고 이 시험 볼 때는 아니었지만, 제대로 챙겨 먹지 않고 시험을 본 적이 있는데, 이때 꼬르륵 소리가 멈추지 않아 너무 당황한 적도 있다.

이때부터 나는 시험날 바나나 하나를 챙겨가지고 시험장에 갔다.







이 외에도 내가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정보를 여기에 적는다면,




시험장 정하는 일. 

학기 초에 시험 날짜와 시험장을 정할 수 있는데, 되도록 빨리해서 좋은 장소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디서 보는 게 뭐 그리 중요한 일이냐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지만, 경험해보면 꽤 중요하다.

어떤 시험장은 찾아가기도 힘들었고, 내부가 협소해서 시험 볼 때 좀 불편한 곳도 있었다. 

나는 멜버른에서 4군데 정도 경험했는데, 위에 첨부한 컴 펀 이메일에 있는 장소 (Collins street에 있는 CLIFTONS)가 가장 좋았다.

그리고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시험시간을 다 오후로 잡았었다.

시험 시간으로는 아침 타임 (내가 아침에 본 적이 없어 기억이 안 나지만 오전 8시 아님 9시였던 것 같다), 12시, 오후 5시 타임이 있다.

어떤 시험에서나 당연한 거겠지만, 시험장에 여유롭게 도착하는 게 좋을 것이다.




호주 CPA 시험은 모두 컴퓨터로 시험을 본다.

객관식은 모니터에 한 문제씩 뜬다.

한 문제씩 풀다가 모르는 게 나오면 깃발 표시 누르고 다음 거 넘어가면 된다.

스크린에 버튼이 있는데, 여기서 깃발 표시한 문제를 한 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돌아가서 풀면 된다.

그리고 시간 3시간 15분이 다 되면 스크린은 시험은 바로 멈춘다.

만약 이 시간 전에 문제 다 풀면 finish 버튼 누르고 시험장에서 나오면 된다.





주관식은 Case study 주고 워드 같은 공간에 답을 타입 하면 된다.

한 문제에 a, b, c.. 이렇게 해서 여러 문제 나올 때도 있는데, 이것 또한 스크린에 하나씩 나온다.  

계산문제 풀 때는 화이트보드랑 수성 팬 준다. 거기에다 계산하고 컴퓨터로 답 쓰면 된다.

책이랑 노트에 계산하면 다음날에 시험 볼 사람들과 공유할 수도 있어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시험장 안에서 커닝은 내 생각에 불가능하다. 

시험 장안에 같은 과목 보는 사람만 앉아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보통은 바로 옆에 앉은 사람은 다른 과목 시험을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시험 날짜를 내가 원하는 날짜(시험기간 내)로 정할 수 있으니까,

혹시 시험 먼저 본 사람한테 무슨 시험 나오는지 물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나 또한 나보다 시험을 먼저 봤던 지인에게 물어본 적이 있지만, 우리의 시험 문제는 완전히 달랐다.

이거는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본 사람과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모두의 시험문제가 다르니까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험 난이도는 비슷했던 것 같다. (나는 내 운이거니 하고 받아들였다)




여권 아님 사진 있는 신분증 꼭 챙겨가야 한다. 거기서 사진도 찍고 신분증 검사도 한다. 

혹시 모르니까 계산기 하나는 가방에 꼭 챙겨놓길. 계산문제 풀 때 계산기가 있는 게 편하다.

지금 당장 기억나는 것들인데, 더 기억이 나면 나중에 쓰는 글에 추가하겠다.

나의 주관적인 생각도 많이 담긴 후기라 리서치를 좀 더 하시고 시험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호주 CPA 공부를 준비하시는 분들이나, 곧 첫 시험을 앞둔 분들에게 나의 실패 후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했던 CPA 과목과 과목 순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