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미친놈 불변의 법칙이 존재한다고 알고 있는데
내가 가는 세상에는 늘 항상 미친놈이 부재였다.
내가 피한 건지 아니면 내가 또 라인 건지.....
이번에 확실히 그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나는 미친놈이 아닌 것 같다. 여기에 미친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간호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태움'이 될 정도로 이 일에 관한 이슈는 '간호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법한 '간호사'만의 단어이다.
'재가되도록 태운다.' 해서 지어진 별명인데 그런 얘기들을 심심치 않게 선배들 입에서 나오는 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돌멩이 던져서 개구리가 계속 죽는데.. 그 문화로 인해서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는데 그 '단어'를 쉽게 입에 담을 수 있다는 게 충격이었다.
대화의 내용은 '쟤가 또 실수하면 어떻게 하지?' , '그럼 뭐 태워야지... ㅋㅋㅋㅋ'
무겁지 않은 주제가 단어 하나를 저렇게 선택함으로 엄청 무거워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의료인이라 실수 하나가 분명 '태움'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지만, 누구나 사람이고 동료라고 생각한다. 선후배 규율이 아무리 엄격하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일하는 세상에서 일방적으로 언어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압박을 가한다는 것은 너무 구시대적인 발상인 것 같다.
일을 곧 잘하게 되더라도 선배님들은 후배님들을 과연 인정을 해주고 동료로 받아 주실 것 인가도 의문이다.
우리 동기들은 그 태움을 이겨내고 꾸역꾸역 일을 배워나가고 있었는데 의문인 점이 한 가지 있다. 그 사람마다 꾸짖는 정도가 다르다. 누구는 울릴 정도로 누구는 알려주고 누구는 보지도 않고 사람이다 보니 차이점이 생기는 건 당연한 거 같은데
홀로 분석해본 결과는 사회성의 문제인 것 같다.
간호학과 4년을 다니면서 학점의 노예로 4년을 살다가 갓 취직을 했다.
취직을 한순간 돈을 내고 '실습'을 하는 입장이 아닌 돈을 받고 '일'을 하는 입장이 되어 버린다.
사회적인 압박감을 전혀 견뎌내어 보지 못한 입장에서 그저 선배의 '태움'에 노출이 되어 버린다면 아무 말도 못 하고 끙끙 앓아버릴 것이 물 보듯 뻔하다. 더구나 활발한 성격의 간호학도 보다 내성적인 성격의 간호학도들이 많기에 앞에서 뭐라 뭐라 하더라도, '다음부터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열심히 하고 있으니 조금만 지켜봐 주십시오, 이 부분에 대해서 잘 모르겠는데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알려주신 부분에 대해서 내일까지 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명료한 대답들만 알고 태우는 선배님께 말씀드릴 수만 있어도 그 '태움'의 질은 바닥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장담한다.
'태움'이 길게 지속되는 이유는 그저 선배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얘기를 하고 있는데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면 나 같아도 짜증이 날 거 같아 지난 일까지 모두 들춰내어 태워버릴 꺼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부디 태우는 선배도 사람이기에 대답을 해주거나 자신이 잘못한 부분을 정확히 인정하고 그러지 않겠다는 말 하는 법을 배워 '태움'에서부터 자유로워졌으면 한다.
(물론 나는 아직 아님 ^^)
대학교 때도 열심히 하지 않던 과제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급여 값을 하는 이유도 있지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이다.
그래도 의료인인데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잘 모른다면 밖에서도 자부심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요즘 하루 2시간 정도를 자고 출근을 한다.
그저 잠 때문에 미쳐버릴 거 같다.
일 하는 도중 잠이 오기도 하고, 졸기도 하고, 뭐 하고 있는 건지 모를 때도 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하루 4시간 정도씩 1주일을 공부를 하니 어느 정도 일이 손에 잡히는 거 같고 무엇을 모르는지도 몰랐는데 모르는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이제야 조금 알 것도 같다.
마음 맞는 동기는 친구보다 낫다.
동기들과 같이 공부하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같이 일하는 곳에 '대나무 숲'이 있는 기분이라 의지가 많이 된다.
그저 모든 의료인의 병원생활이 슬기로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