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지워버린 사람들

밤, 그리고 어둠.

by 김석현

밤을 지워버린 사람이 있다. 지우려 애쓴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밤이란 먼지도 아니고 연필로 쓰인 글씨도 아니기에 없애거나 지워낼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니까. 동그란 우리 지구가 동그랗게 생긴 태양 주위를 동그랗게 도는 탓에, 밤을 지워내기란 불가능했다.


그러나 밤을 지우려는 사람들은 북쪽을 향해 먼 길을 열심히 걸었다. 어느 여름날 마침내 그들은 밤에도 해가지지 않는 땅에 이르렀고 자신들이 걸어온 걸음이 헛되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그동안의 여정을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어둡고 컴컴한 밤이 없는 땅에서 밝고 환하게 살고 싶었던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난 여정에 대한 허무한 후회에 젖어들었다. 그 땅에도 겨울이 왔고, 그 땅의 겨울은 하루 종일 해가 들지 않는 어두운 밤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