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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딱로드 Jul 25. 2021

서평<한국에서 아티스트로 산다는 것>

 "그림으로 먹고 살기 힘들어요."

 몇년 전 유화를 배울 때 나를 가르친 화가선생님이 있었다. 그녀는 나름 개인전도 많이 하고 한국미술작가협회 회원으로 왕성히 활동하시던 분이다. 그분이 쾡한 눈으로 나에게 한말이다.  또 아주 젊었을 때  서예를 배울 때 나를 가르친 선생님은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시다 정년퇴임을 한 분이었다. 그분은 소시적에 교사월급으로 투자를 잘 하셔서 돈이 많이 버셨다. 서예교습도 자기 작업실인 그 건물 지하1층에서 하셨다.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 여기 놀러오는 화가, 서예가들이 많은데 열에 여덟은 다 가난해."

 

 이 책을 도서관에서 고르면서 난 그분들이 떠올랐다. 정말 이 말이 맞다면 이 땅의 수많은 신진작가들은 어떻게 생계를 꾸려나갈까? 그렇게 힘들다면 본인들의 예술작업에 압박을 받진 않을까? 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랬던 궁금증은 한동안 가슴속에 묻혀 있다가 이 책을 만나서 다시 떠올랐다.


  <한국에서 아티스트로 산다는 것>은 수십명의 젊은 작가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그들의 작업하면서 드는  마음, 그리고 생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름 담담하고 솔직하게 잘 적혀있었다.  놀라웠던 사실은 그들 대다수가 자신의 작업을 진심으로 즐기고 즐거워하고 있다는 거다. 세상에 없는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것에 대해 자부심과 만족감이 높았다. 각자가 자기가 그림을 그릴 때 행복해하는 것이 부러웠다. 나는 내 직업을 갖고 살며 행복해 하는가? 나도 행복감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들의 것과는 결이 다르다. 내 조직이 나에게 원하는 것을 나름 잘 만들었을 때의 만족감, 뿌듯함 정도랄까? 그들의 것처럼 유일하고 독특하진 않다. 세상의 모든 직업이 연봉이 모두 같다면 어떤 직업이 가장 인기 있을까? 예술가가 분명 순위가 높을 것 같다. 기존 세상에 없는 것을 그들은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책에 등장하는 작가의 반 이상은 직업을 하나 더 가지고 있었다. 회사원, 일러스터, 프리랜서 등. 하지만 그것은 요즘 흔히 예기하는 부캐(제2의 캐릭터, 제2의 직업)일 뿐. 그들의 마음속엔 작품을 만들고 그리는 것이 주된 일이다. 그 일을 계속해나가기 위해, 생계를 위해 직업을 가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리고 작품이 인정을 받아 많이 팔리면 자신의 굴레인 부캐를 벗어던지고 전업작가가 된 사람도 적지 않았다. 직업 작가들은 온전히 작가로서 생계를 지내야 하는 불안함과 경제적 어려움을 잘 드러낸다. 


 나도 그림을 가끔 그린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날 온전하게 그림에 몰입하게 만든다. 그림그리기를 마치고 작품을 보면 그것에 담긴 내 노력과 그때 상황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더 잘 그릴걸 하는 아쉬움도 함께. 예술은 예술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할 수 있음을 이 책을 보며 다시 갖게 된다. 내 직업을 잘 하면서도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그리고 그들 처럼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조금씩 생겨났다.


 예술가의 멋진 작품을 바라보며 위안하거나 공감하는 것은 결국 우리다.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고 작품을 구매하는게 사치스럽거나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는 인식이 더 널리널리 퍼졌으면 한다. 그들의 작품이 인정받음에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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