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도서관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책을 열나게 열심히 읽어서 독서마라톤에서 1등하고 이런 사람이 아니다. 그냥 도서관이 좋다. 도서관의 오래된 책선반을 거닐면 나는 냄새가 좋다. 책을 탐독하는 것도 아니고, 도서관 열람실에 오랫동안 앉아서 책을 살펴보는 시간도 많지 않다. 하지만 도서관에 가면 그냥 그 순간이 좋고 나가기가 싫어진다. 이 잡지도 보고 저 잡지도 보고, 내가 빌린 책도 읽다가 좀 지루하면 다른 책도 꺼내보고. 특히 도서관 가서 내가 중1때 봤던 그 책을 어른이 되어 다시보면 감회가 새롭다. 같은 음악을 들어도 들었을때의 상황이 다르듯이. 내가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마주하면 그 책을 읽었을때 느꼈던 야릇한 감정이 다시 되살아난다. 파트리크 쥔스퀸트의 <향수>라는 책이 준 충격이 다시금 아련하게 밀려오기도 하고, 마르시아스 심의 <떨림>이란 애로틱문학의 야릇한 언어도 다시 우연히 마주쳤을때 날 희미하게 웃게 만든다.
한경비지니스에서 재태크 특강을 해서 우연이 참석했는데 그 때 들었던 말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그 좋은 재테크 이야기는 잘 안떠오르지만 이 말은 떠오른다. 한 강사가 말하기를 "여러분 나이들었을 때 살기좋은 곳이 어딜까요? 전 도서관 옆라고 생각합니다. 도서관 만큼 시간이 잘가고, 한가로우면서도 가치있게 지내는 곳이 노인들에겐 별로 없어요." 라고. 난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나는 나이들면 도서관과 더 가까운 곳에 살고 싶다. 그곳에서 책을 읽으며 새로운 가치를 매일 발견하고 이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