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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딱로드 Sep 01. 2024

불닭소스와 된장

 아주대학교 김경일교수의 강연을 유튜브에서 보게됐다. 강연 주제는 '나이 50에도 육아는 계속 된다'였다. 하지만 난 다른 대목에서 큰 공감을 했다. 그건 바로 애착에 대한 설명이었다. 결혼한지 10년이 지나도 배우자를 보고 가슴이 떨리는 건 심장질환이 있는거다란 말로  애착 설명이 시작됐다.  결혼한지 10년 이상 정도 부터는, 원래의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점점 줄어든다. 그 자리에 '애착'이란 감정이 자리 잡는다. 애착은 그 사람과 이 경험, 저 경험, 온갖 함께 살아간 교류의 결과물이 켜켜히 싸여지며 만들어지는 것이라한다.  함께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바로 애착이라는 거다. 애착이 잘 자리잡으면 그곳에서 정신적 지지, 안전함, 편안함, 휴식, 공감이 생겨난다. 대신 부부가 결혼전 또는 신혼에 서로 만나서 불꽃이 튀던 관계는 애정애 가깝다고 한다. 그곳엔 기쁨, 즐거움, 재미, 흥분이 생긴다고 한다. 애착엔 이런 감정이 적다. 그래서 집에 들어가면 편안하지만 재미가 없는게 당연하다고 한다. 


  11살때 즈음 삼촌집에서 멍하니 보던 TV드라마가 갑자기 기억난다. 남녀가 서로 지지고 볶고 하던 그 드라마의 마지막 주인공의 대사가 떠오른다. 서로 억지로 헤어지면서 남자가 여자에게 말했다. "넌 나의 동반자야." 그 말을 들은 여자가 울면서 떠나는 장면으로 드라마가 끝난다. 그땐 동반자가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냥 사랑한다고 고백안하고, 왜 동반자란 말을 했을까하고 의아했었다.하지만 이제서야 그 말의 의미를 짐작한다. 동반은 그 사람과 나랑 함께 한다는 것. 즉 김경일씨가 말한 애착관계가 되는거다. 인생의 긴 길을 함께 울며, 웃으며,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것. 먼곳을 함께 보고 나아가는것. 


 이 애정과 애착이 모두 사랑이라 불릐울수 있을 것 같다. 애정은 불닭소스 처럼 매운맛에 사람들을 흥분시킨다. 애착은 된장처럼 발효되고 무르 익으며 구수한 맛을 낸다. 불닭소스는 달콤, 매콤, 자극의 맛이다.  된장의 맛은 뭐라 문자로 나타내기 어려운 맛이다. 시간이 만들어낸 맛이니까. 무엇보다 붉닭볶음면은 많이 먹으면 몸에 해롭다. 된장국,된장찌개는 이보단 건강에 이롭다. 열정적인, 불타는, 강렬한 만남과 헤어짐만을 사랑이라 부르지 말자. 그냥 보고 웃고, 함께 하고, 익숙함에 스며드는 오랜 시간의 결과물도 사랑이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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