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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딱로드 Oct 17. 2024

 십여년전  직장 복지 프로그램 덕택에 영어회화 연수를 가게되었다. 막상 가보니 모 대학 강의실에  20명 정도  여기저기 비슷한 직장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자의로 온 사람, 타의로 온 사람. 마음은 다르지만 그 연수를 어쩔수 없이 이수해야 한다는 어떤 의무감이 강의장에 서려있었다.  수업 말미에 한 영어회화강사가 상장(prize)를 우리에게 수여하겠다고 했다. 길었던 연수에 열심히 참여해준 우리에게 고맙다고 말이다. 그러더니 연수생 한명한명 이름을 불러서 앞으로 나오게 하더니 상장을 수여했다. 사람들은 상장을 받는대로 대로 일일히 박수를 쳤다. 내 이름이 불릐워서 상을 받고 보니 그 상은 그냥 A4종이에 상장양식을 복사한 후, 강사가 영어로 내 이름을 수기로 적은 종이였다. 그 양식엔 영어회화 코스를 잘 마쳐서 축하한다는 말, 강사 사인이 적혀있었다. 강사는 내 이름을 부르고 내 눈을 보며 웃은 얼굴로, 다시한번 Congratulation 이라고 말했다. 


 참 별거 아닌 A4종이 상장이었는데도, 상금도 없었는데도 괜실이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받은 상장이라 그럴까, 아니면 강사님이 진심어리게 내 눈을 바라봐서 그럴까. 사람들이 축하박수를 쳐주어서 그럴까. 그렇게 모두에게 종이 상장을 주더니 그 강사가 하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모두  기분이 어떻세요? 여러분도 주위 누구에게 한번 상장을 만들어서 줘 보세요. 종이한장이지만 그 사람에게 그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몰라요. "

 지금 생각해보니 참 가치있는 말이다.  친구에겐 우정을 지킨 상, 직장상사에게는 멋진 상사상, 부모님에겐 최고의 부모님상, 자녀에겐 최고의 자녀상.  내 주변 사람들에게 상을 만들어줄 생각을 왜 그동안 하지 못했을까. 꼭 No.1이라서 주는게 아니다.  묵묵히 자기자리에서 자기역할을 다해줘서 줄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준  그 종이 한장이 그사람에게 최고의 추억이 될수도 있다. 노벨상이 아니려면 어떠랴. 때론 내가 나한테도 상을 줘야겠다. 그동안 숱한 많을 일을 견뎌온 내 자신을 축복하고 고맙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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