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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실 아침 풍경

by 강지영

날씨, 요즘 같이만 지속되면 참 좋겠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간간이 선선한 바람은 불어오고. 얼마나 좋은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교실로 들어섰다. 오늘은 반갑게 웃으며 인사해야지. 어제 그렇게 간곡히 말했으니, 오늘은 독서를 잘하고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서너 명이 먼저 왔는데 책은 읽지 않고 지들끼리 구시렁대면서 내가 왔는지도 모르고 머리를 맞대고 둘러서 있다. 내가 가까이 갔는데도 모르고 말이다. 가보니, 서로 휴대전화를 꺼내놓고 바라보고 있다.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게임을 알려주는 거란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학교에 도착해서 기껏 게임 얘기라니...


아침부터 한숨을 쉬고, 다시 독서의 필요성에 대하여 일장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날마다 날마다 같은 말을 반복한다. 그렇게 얘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주위는 조용해지고 책장 넘기는 소리만 난다. 기껏해야 20분 내지 30분 독서인데, 그게 그렇게 안되나 보다. 아이들이 무슨 책을 읽는지 살펴보니, 또 만화책 읽는 아이가 반도 넘는다. 어제 그렇게나 만화책 말고 줄글로 된 책을 읽으라고 했건만. 소귀에 경 읽기가 또 이런 건가. 제발 아침 독서시간만이라도 줄글로 된 책을 읽자고 호소했건만.


그런데, 이상하다. 내 말끝마다 토를 달던 한 남학생이 있는데, 이번엔 조용하다. 바라보니, 책을 세워 놓고 약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책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고 있다. 반성이라도 하고 있나 싶어 내심 기특하기도 했다. 모른 척 넘어가려는데, 갑자기

"아, 나왔다."

하며 탄성을 지른다. 얼마나 큰 소리인지, 나는 너무나 놀랐다.

"아이구 깜짝이야. 출산한 줄 알았네."

했더니, 한 아이가 말한다.

"선생님, 출산이 뭐예요?"

"출산? 아기 낳는 거."

손가락에 피가 묻은 그 아이는

"아자, 아자, 나는 이빨을 낳았다. 히힛!"

이가 빠진 자리는 검붉은 색으로 섬찟했다. 그 아이는 개운한지, 잇몸이 드러나게 웃는다.

내가 반 아이들에게 책얘기를 하는 동안, 그 아이는 흔들리는 치아와 실랑이하다가 이를 낳았다. 제 딴에는 얼마나 심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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