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쿠나 Jul 05. 2023

실수를 통해 도약하기

똑같은 실수는 없다

지금은 종영된 JTBC [팬텀싱어]라는 경연 프로가 있다. 4 중창 크로스오버 팀을 뽑는 음악 프로다. 예선부터 다양한 방식의 토너먼트 경연을 통해 최종 세 팀이 선발되면, 초청된 관객을 앞에 두고 라이브로 결승전을 치른다. 참가자들은 심사위원 앞에서 노래를 부를 때의 떨림과 꽉 찬 관객 앞에서 자기 무대를 할 때의 긴장감이 다르다고 말한다. 준비한 곡을 노래하고 소수의 심사위원에게 평가받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수많은 관객의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음악으로 소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음악 무대에 서본 노련한 참가자도 최종 무대를 앞두고 덜덜덜 떨며 마인드 컨트롤하는 모습을 보인다. 멋진 무대를 마치고도 "아~ 실수를 너무 많이 했어!" 하며 아쉬워하는 참가자의 모습은 의아할 지경이다. "도대체 어떤 실수를 했다는 거지? 너무 잘한 것 같은데..." 지난 회차에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한 팀은 다음 회차에서는 분명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늦은 밤까지 연습 또 연습하며 실수를 만회하려는 참가자의 모습을 보면 음악도 좋지만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 압도되곤 한다. 세계적으로 실력이 검증된 참가자라도 실수할 수 있어서 매번 승리할 수 없고,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서 더 많이 노력해야 하고, 특히 팀을 이루어 노래할 때는 혼자 잘하는 것 이상의 조화와 협력이 필요하다.


JTBC제공 <팬텀싱어 4 로고>




이미 한 분야에서 경력과 실력을 인정받은 사람이 더 이상 실수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그동안 해왔던 익숙한 방식으로 비슷한 일을 하면 된다. 실수는 하지 않겠지만 변화와 성장이 없다. 실수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처음부터 실수 없이 잘하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다. 돌잡이 아기가 처음 두 발로 서서 뒤뚱뒤뚱 걸어보려 하다가 앞으로 '콩'하고 넘어지는 순간을 상상해 보자. '으앙~' 울면서도 다시 일어나 걷고, 그러다가 또 '콩'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걷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 날 자연스럽게 걷게 된다. 하다 못해 직립보행조차도 처음에는 넘어지면서 능숙해지는 것인데, 우리에게 장착된 자동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갖가지 능력도 처음엔 실수하며 만회하는 과정을 거쳐 성취한 것이라 생각하면 모든 게 다 경이롭다.


오랫동안 강의를 해왔지만 아직도 새로운 강의를 할 때면 나만 아는 실수를 할 때가 있다. 강의의 흐름과 맥락적으로는 의미 전달에 별 무리가 없었으나, '그때 더 적합한 어휘를 썼더라면 좋았을 텐데', '원고에 있던 예시를 빠트리지 않고 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강의하면서 잘 한 부분이 많았는데도 한 가지 아쉬운 부분에 매달리게 되면 기분은 처지고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 된다. 즉시 나를 다독이는 합리화를 한다. 나조차 녹화한 강의 동영상을 모니터링하지 않았더라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사소한 실수니까 다른 사람은 내가 실수한 줄도 몰랐을 거라고..... 마음이 개운하지만은 않다. 어차피 내가 알아버린 걸 어쩌랴. 같은 내용으로 또 한 번 강의를 한다면 더 잘할 수는 있어도 완벽하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지난번 실수는 또 하지 않겠지만,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실수를 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한화이글스는 '단골 꼴찌'라는 부진과 불명예를 벗어던지고 조금씩 중위권으로 진입하면서 극적인 드라마를 쓰고 있다.  2022년의 슬로건인 '우리의 때가 왔다', 2023년의 슬로건 '이제 우리의 길은 도약뿐!'이라는 문장이 의미심장하다. 3연패로 시즌을 시작해 매 경기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비장하다. 다 질 것 같은 경기를 극적으로 역전승하며 깜짝 놀랄만한 이슈를 만드는 한화이글스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그들은 몇 번을 패했어도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았고, 패한 경기의 실수를 만회하고자 노력했기에 승리에 다가갈 수 있었다. 똑같이 진 경기는 없었다는 것이다. 실수하면서 더 능숙해지고, 지면서 이기는 법을 배우는 한화 이글스의 이야기에 용기를 얻는다. 꼴찌에 있으면서도 유쾌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경기에 임하며, 승리의 행진을 하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나의 삶에 슬쩍 끼워 넣어 본다.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 곧 오리라 믿으며, '나의 때'를 즐겁게 살아보자고.....


2023 한화 이글스 캐치 프레이즈




아직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 이제 나의 길은 도약뿐!


 


작가의 이전글 그냥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