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째 헌혈 후기] 내 인생의 작은 사랑의 조각
“잠은 충분히 주무셨습니까? 어디 불편한 곳은 없습니까? 오늘로 9번째 헌혈입니다.”
헌혈을 위해 문진표를 작성하고 본격 헌혈에 앞서 헌혈 담당 간호사와 첫 대면을 하면서 하는 말이었다. 문진표에 다 적었지만, 최종 몸 상태를 다시 물었다. 귀에 쏙 들어오는 말은 9번째 헌혈이라는 말이었다. 결코 많이 한 것은 아니지만, 벌써 9번째 헌혈이라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했다.
헌혈을 왜 하지, 내 피도 모자라는데, 남 줄 피가 어디 있다고,라는 생각이 내 삶을 오랫동안 형성된 고정관념이었다.
그 고정관념을 확 바꿔 준 분이 유송자 이사였다. 이분이 꾸준히 해 오고 있던 헌혈이 내 고정관념을 깨는 촉매제가 됐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옆의 동료 직원이 헌혈하는 모습에는 전혀 반응이 없다가 우물밖에 사람을 알게 되면서 헌혈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군 생활할 때가 헌혈을 마지막으로 했다. 그 이후 30여 년 이상을 헌혈을 하지 않았다. 유송자 이사님 덕분에 헌혈을 새로 시작했으니, 이분은 내 헌혈의 스승이다.
헌혈은 주로 회사에 헌혈차가 올 때 하는 편이다. 편리성 때문이다. 간혹 상시 헌혈 장소인 혈액원을 방문하기도 한다. 이번 헌혈을 위해 8월 1~2일까지 휴가를 생각했다가 2일 헌혈차가 온다는 소식에 휴가 일수를 하루 줄였다. 헌혈의 목적을 위해 휴가를 줄인다고 결정했다는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헌혈이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최고의 행동이라는 잠재의식이 스며든 것일까? 내 마음은 헌혈이 휴가를 줄일 만큼 중요한 것이었다.
이동 헌혈 차에서 헌혈할 때면, 어김없이 지난번 헌혈했던 분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헌혈도 습관인 것 같다.
헌혈할 때 가장 불편한 것은, 바늘을 찌를 때의 따끔한 순간이다. 혈액 검사할 때 한 번 따끔하고, 헌혈을 위해 바늘을 찌를 때 따끔하다. 혈액 검사 보다, 헌혈할 때 주사가 더 따끔하고 불편하다. 기온에 따라 현관 수축이 있다. 요즈음 여름이라 혈관이 수축하지 않아 통증은 없다. 겨울철이면 혈관 수축이 심해 통증이 심한 편이다.
‘헌혈하시는군요.’ ‘네 이목원 작가님 보고 따라 해서 이번이 3번째입니다.’ 지난주 퍼스널 습관 메신저 방의 회원 한 분이 헌혈 사진과 회원분이 주고받은 대화를 보게 됐다. 별거 아닌 것 같았지만, 나의 헌혈이 다른 분에게 영향을 줬다는 사실에 놀랐다. 유송자 이사님의 영향을 받아 헌혈을 하게 되었다면, 나로 인해 또 다른 분이 헌혈에 동참하게 된 사실이다.
헌혈은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사람이 돈이 없어도 남에게 베푸는 7가지가 있다고 해서, 무재칠시가 있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건강한 사람은 헌혈을 통해 남에게 베풀 수 있다. 한 개 더 추가해서 무재 팔시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많은 분으로부터 헌혈에 응원의 메시지를 받으니 더 힘이 난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가장 빠르다. 이제라도 헌혈의 소중함을 깨닫고 실천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9번째 헌혈이 내 인생에 작은 사랑의 조각이 만들어졌다고 자부심을 가져 보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