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상인 May 30. 2023

인어공주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들에게 노래 '가시나무'가 누구 노래냐? 묻는다면 10에 8명은 '조성모'라고 답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노래의 원곡 가수는 '시인과 촌장'이다. 80년대 후반에 태어난 나로서도 그런 사람이 원곡자라고 듣기만 했지. 누구신지 얼굴도 모르고 이 노래가 처음 나왔을 때의 감성도 알지 못한다.


조금 더 나아가 젊은 세대들도 공감할 수 있는 난센스도 있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다음 가사를 말해보라. 30대 이상은 '자연스러워' 20대 이상은 '핫이슈!' 10대는 '오로나민 씨'라고 한단다. 이처럼 우리의 뇌는 우리가 어린 시절 보고 들은 것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이번 디즈니 신작인 인어공주는 엄청난 이슈 몰이를 하고 있다. 작품이 좋다거나 CG가 장관이라던가 하는 보통의 이슈와는 조금은 거리가 멀지만 말이다. 원작 인어공주의 인종을 바꾸어 다른 인종으로 바꾸었다는 것이 그 요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린 시절에 분명히 나도 인어공주를 봤을 테지만. 내가 토이 스토리를 본 것만큼의 큰 감동이나 감명은 받지 않았기에 사실 내 머릿속에는 'Under the sea'만 기억에 남았던 영화였다. 고로 애초에 나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라던지, 이 작품이 나에게 선사하는 어떤 전율이나 감동은 남아 있지 않다. 


덧부쳐 이야기하자면 나는 인어공주가 흑인이건 동양인이건 혼혈이건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영화를 볼 때 스토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외적으로는 작품에서 주는 메시지가 얼마나 나의 취향에 맞느냐?를 중히 여길 뿐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나에게 준 메시지는 어떤 작품 안에서 준 메시지보다 더욱더 큰 무언가를 느꼈다. 디즈니는 오리지널리티를 만드는 회사. 다시 말해 원작이 무엇이냐? 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 아이들에게 어떠한 세계관을 심어줄 것이냐?를 좌지우지하는 회사라는 점이다.


인어공주의 원작 엔딩은 새드 엔딩이다. 자신을 버린 왕자를 잊지 못해 바다의 거품이 되어 사라진다. 하지만 나의 어린 시절인 90년대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은 결말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기억하는 사람도 많이 있을 터다.


그럼 이제 시계를 30년 뒤로 돌려보자. 202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친구들이 나중에 커서 2050년대를 맞이했다고 보자. 이때, 인어공주가 어떤 인종으로 나올지 모르지만. 만약 AI가 발달해 인간과 거의 동일한 감정과 이성을 지닌 시대가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 시대에 맞추어 인어공주 주인공을 AI 인간 로봇이 연기한다면? 아마 그들도 우리와 같은 불쾌한 골짜기를 느끼지 않을까? '인어 공주가 AI 로봇이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이 작품의 메시지가 '인어와 인간을 구분하지 않고 생김새, 문화가 다르더라도 존중하고 서로 배려하고 함께 미래로 뻗어 나가 보자'인데. 과연 이게 인간이 아닌 로봇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까? 지금 우리가 손 붙잡고 영화관에 데려간 아이들이 30년 뒤에 자신들의 아이들을 데리고 극장에 가서 인어공주를 볼 때 어떠한 느낌이 들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보자. 디즈니는 과연 아이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남기고 싶은지? 또 그 메시지가 과연 '올바르게' 적용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자신들이 원하고 만들고자 하는 세상으로 프로파간다를 하는 건지?


나는 그런 의미로 이번 작품에 흑인이 인어공주가 되었다고 해서 욕하고 싶지도 그게 잘 못되었다고 욕하고 싶지도 않다. 심지어 '내 추억 속의 아름다운 아리엘을 저렇게 만들다니!' 하는 생각도 없다. 더 나아가 앞서 말한 디즈니가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뒤흔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번 작품으로 과연 미래의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나눈 것이냐?라는 질문에도 답할 수 없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오로시 '미래에 우리 아이들이 받은 영향으로 그 결과를 알 수 있기'에 지금 이 논제의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다.


그러기에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마치, 노래 '가시나무' 가수가 시인과 촌장이 아니라 조성모라고 알고 있는 것처럼. '오리지널리티'를 심어주는 빅보스가 디즈니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원작을 리메이크하는 디즈니 작품에 대해서는 '원작'을 꼭 스스로 읽게 하고 스스로 원작과의 차이점에 대해서 '내가 알려주는 게 아닌 본인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런 의미로 지금까지 어린 시절에 봐온 디즈니 만화에 대해서 내가 먼저 스스로 원전을 들쳐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배울수록 핑계는 고급스러워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