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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상인 May 28. 2023

배울수록 핑계는 고급스러워진다.

요 근래 이래저래 바쁜 일이 겹치면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지쳐있다 보니 쉬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바쁜 것이니 이만한 게 없다.' 하다가도 이내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훅 하고 올라오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누워만 있고 싶다. 언제나 재충전은 홀로 집에서 누워 있는 시간이 쌓여 만들어지니까.


그래도 그럴 수 없게 과거의 나는 미래를 생각지도 않은 채 일단 벌려 놓고 본다. 될지 안 될지 모르니 일단 질러보자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렇게 저질러 놓은 일이 한 번에 훅하고 터져 오르니 이거 참 적잖이 스트레스가 쌓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은 좋다. 수년 전 마음의 상처가 한창이던 시절로 돌아가 보면 그때도 비슷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불안했고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였고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땐 아무 일도 없었다. 그저 시간만 축내고 있었다. 하루하루 그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나 자신을 돌아본다는 핑계로 독서와 글쓰기를 꾸준히 했고 나만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너무나도 충분했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걸 이제 와 새삼 돌아보며 느끼게 된다.


그렇다. 일이 있어도 없어도 나는 항상 불안과 스트레스 속에 살아왔다. 그런 의미로 중용이 필요한 시점이 지금이다. 일이 없지도 너무 많지도 않은. 나에게 적정한 수위의 일이 지금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일을 조금 줄이고 중요한 일들을 하면 더 긴 장기적인 플랜이 무너져 있게 된다. 즉, 다시 말해 꾸준히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이런 일들을 요즘 내팽개치고 있다.


어렵게 돌려 돌려 이야기했지만. 결국 나는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후술 A)을 하면서도 시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일(후술 B)도 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힘들고 지치고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이유로 A에만 전념하고 있는 내 모습에 안타까움이 몰려온다. 당연히 A는 단기적으로 득이 되고 B는 장기적으로 나에게 득이 되기 때문이다.


별 이야기도 아닌데 이렇게 길게 쓴 이유는 하나다. 배울수록 핑계는 고급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아마 여기서 더 공부하고 배우게 되면, 더 좋은 그럴싸한 핑계를 대며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무튼 이제 이 굴레를 좀 깨고 할 일들을 하나하나 정리할 시간이 온 거 같다. 그동안 저질러 놓은 일들을 정리하기 위한 프로젝트 플래너를 하나 만들어서 관리할 생각이다. 지류로 할까? 모바일로 할까? 고민 중이긴 한데. 하여간 하루 날 잡고 종이와 펜 위에 내 생각을 편하게 정리 한 번 해야겠다.


어찌 보면 이 글을 쓰는 행위 자체도 고급스러운 핑계다. 이 글을 쓸 시간에 정리하는 게 더 빠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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