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 홀릭이라는 말이 있다. 일 중독자라는 뜻이다. 워낙에 어린시절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쫓아 왔던지라. 남들이 보면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워커 홀릭이었다. 그렇다고 일하는 만큼 보수가 제대로 따라오는 일들은 아니었다. 그래도 내가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면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언제나 나를 돌보기 보다 일하는 내 모습을 사랑해왔다.
어느덧 30대가 되고 내 인생을 돌아보니. 배움 혹은 일이 좋다는 핑계로 나를 돌보지 않았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30대 초반에 있었던 여러 상처들이 나를 깨닫게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하나둘 주변을 정리하고 칩거생활을 시작했다. 말이 칩거이지 반 히키코모리였다. 최소한의 일과 사람만 만나고 그저 집에서 책을 읽었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되었는지? 누가 내 인생을 이런 방향으로 밀어 넣는지 알고 싶었기에. 심리학과 철학을 팠다. 적어도 이 두 분야는 인간에 대한 학문들이니까. 그렇게 모든 건 외부가 아니라 내 안에서 시작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누가 나를 어떠한 방향으로 밀어 넣은게 아니라 나 자신 스스로가 그 방향으로 나를 밀어 넣은 꼴이었다.
그래서 내 인생을 송두리채 바꾸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어디서부터 바꿀지 몰라 일단 다양한 자기개발서에서 말하는 긍정확언부터 메모 등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차츰 내 자신이 변해가고 있었다.
얼마전 아는 동생과 통화를 하는데 나에게 '아니...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가 있어요 형?'이라고 말했다. 물론 긍정적인 부분에서였다. 워낙에 워커 홀릭이고 내 고집이 쎈 편이다보니 주변 사람들의 눈초리가 따가웠던 20대의 내 모습을 기억하는 동생이 변한 내 모습을 보고 한 말이었다.
너무나도 기뻤고 감사했다. 그저 이런 인생을 살고 싶다.라는 생각만 해봤지. 진짜 그런 인생을 살게 될줄이야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하지만 그런 주변의 감사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워커 홀릭에 내 고집에 빠져 사는 사람인 거 같다. 거기다 요즘은 매너리즘에 빠져 인생이 자꾸 허무하게 느껴지고 상처 받은 일들만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다.
사실 아직 내가 엄청난 성공을 이루어낸 것도 아닌데. 자꾸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주변의 작은 말 한 마디,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무너지는 내 모습을 어루고 달래기가 점점 쉽지 않아진다.
그래서 더 일에 몰두하고 더 일을 잘 되게 하려 하다보니, 점차 예전의 나의 예민하고 고집스러운 면모가 수면 위로 올라 올 때가 있다.
가까운 지인들은 느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가장 확실한 건 내가 내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따는 점이다. 사실 어떻게 해야 내 마음이 평온을 찾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는 걸 알면서도 게으름이라는 핑계로 이래저래 미루고만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이승희 작가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마케팅이라고 해서 어려운 말들만 할 줄 알았지만. 딱 한 마디로 강의 내용을 정리하면, '노세요. 대신 기록을 남기세요'였다.
요즘들어 바쁜 일상 속에서 기록 남기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래저래 바쁜 일을 잘 마무리하고 다시 글을 쓰려고 해도 참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다. 또 앞서 말한 내 자신에 대한 자존감 충전으로 글쓰기 만한게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참 쉽게 키보드 위에, 종이 위에 손을 올리지 못했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고 미루던 끝에. 오늘에서야 글을 쓰게 된다.
결국 나는 번아웃도 왔지만. 번아웃이 온 가장 큰 이유는 정말 일을 많이 해서라기 보다는 일을 많다는 핑계로 내 자신을 돌보지 않아서였다. 그래서 다시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누가 내 글에 침을 뱉고 욕을 할지언정. 그저 내 생각을 쓰고 읽고 내 자신을 돌보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