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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상인 Jul 16. 2023

재능

한동안 강의를 하면서 재능이란 없다고 말씀드렸다. 재능은 타고나야 하는데, 타고난 재능보다 만들어진 재능이 더 많다는 말이었다.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아웃 라이어'에서 나온 말을 재해석해서 한 말이다. 물론 아직도 나는 재능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들어 나의 재능을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재능이라는 말이 잘 못되었다거나 없어져야할 단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재능이라는 말에 붙은 감정적인 생각은 우리가 고쳐야한다고 본다. 보통 재능이라고 하면 타고난 것이라는 생각이 많다. 물론 어떠한 직업이냐에 따라 타고난 부분이 있어야 하는가? 아닌가?가 갈리긴 하겠지만.


하지만 내가 아는 직업의 90%정도는 타고난 부분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 무엇이 필요한가? 만들어진 재능. 다시 말해 후천적인 재능이 필요하다. 다른 말로 하면 '노력'이고 '열정'이라고 볼 수 있다. 배우는 예쁘고 잘 생긴 사람들만 하는 거잖아요? 라고 물을 수 있지만,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보라. 배우라는 직업이 정말 이쁘고 잘 생긴 사람들만의 리그인지? 조금만 고민해봐도 생김새와 상관없이 누구나 배우가 될 수 있다.


아무튼 난 적어도 15년이라는 시간을 배우와 연기에 쏟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커리어는 보잘 것 없다. 비슷하게 나와 배우생활을 한 누구라도 비교해보면 단박에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감독을 한지 1년만에 배급사와 계약을 하게 되고 워크숍으로 배우들에게 연기를 가르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하자. 나는 배우보다는 감독으로 더 재능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졌다.


당연히 앞서 노력과 열정을 언급했으니, 15년 동안 노력과 열정을 많이 안 쏟으셨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그런 건 아니다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 했으니까. 하지만 내 성격이나 성향에 잘 맞는 건 아무래도 감독인 거 같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내가 굳이 노력을 쏟지 않았는데도 남들보다 조금은 더 나은 부분이 있다면, 그게 재능인 거 같다.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좋은 것. 재능. 물론 노력도 재능이다. 노력을 해야지만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니까.


결국 결과물이 잘 나왔느냐 아니냐?에 달린 일이지. 재능에 달린 일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나는 성격이 노력한 것에 비해 결과물이 정확히 나오는 걸 선호한다. 그래서 배우보다는 감독에 더 마음이 가기도 한다.


배우는 어쨌든 일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진 않는다. 작품의 중간에 들어가서 작품 중간에 나온다. 그리고 결과물도 몇달은 기다려야 받아 볼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은 다르다. 시작단계에서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작품과 함께해야하는 운명이다. 다시 말해, 시작부터 끝까지 작품과 함께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내 재능, 다시 말에 노력을 감독에 쏟아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다고 배우를 그만 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 에너지를 배우보다는 감독으로 쏟아 넣고 싶다. 또 지금까지야, 초심자의 행운으로 이렇게 된 걸 수도 있으니, 적어도 올 한해는 투자해보면서 어느정도 능력이 올라 가는지 한 번 지켜보고 싶다.


결국 타고난 재능은 한 순간이고 오랫동안 나를 롱런하게 만드는 건 노력이지 않을까?

그러기에 앞서말한 것처럼, 어쨌든 재능은 처음(타고난 재능)에도 마지막(만들어진 재능)에도 필요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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