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사리 Mar 03. 2022

수나 언니에게

알고 보면 나에게 한없이 다정한 사람

 인생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은 가족과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들을 잃게 되면 당신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따라서 친구를 세상 그 어떤 것 보다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I've learned that all a person has in life is family and friends. If you lose those, you have nothing, so friends are to be treasured more than anything else in the world.

트레이 파커

 


 미세먼지 한 톨 없이 맑은 날이 자주 오지 않아서, 하늘이 푸른 오늘은 출근길을 걸다. 한 손에는 새로 산 전자책을 고이 들고, 힐링 음악이 흐르는 이어폰을 차례로 꽂은 , 한발 한따스한 거리 위 두발을 내디뎠다. 참 우스운 게. 살이 아름답던 모든 날이 날씨에 묻어서, 과거의 비슷한 날들이 떠올라 문득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에 만나 겨울 따라 흩어진 인연과. 또 다른 봄에 만나 지금껏 이어온 소중한 인연들. 뜬 구름처럼 떠오 기억 흩어질세라. 재빨리 카메라를 드넓은 하늘을 담았. 다란 파란색 도화지, 그 위에 게 그 해가 참 따뜻해서. '찰칵••' 간지러운 음을 사진에 녹였다. 그리고 그녀에게 시지를 보냈다. 네모난 사진 한 장 머리를 한껏 짜내 만든 미사여구를. 답장을 기다리는 내내 나는 어땠을까. 초조했을까. 두려웠을까. 을까.



 수나 언니 5년 전 직장에서 처음 만났다. 한주에 여덟 번을 만나도 못내  우리는. 언니의 퇴사 이후 자연스레 연락 횟수가 줄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단 말이 싫어서 태여 다정한 날들을  없이 보냈지만, 혹여나 서로의 세계에 방해 될그 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그런 이 켜켜이 쌓여서 연락 한통에도 고심하 우리의 관계가 어느 순간 먹먹 느껴졌다. 젠가. 우리는 N과 S극처럼 떼어낼 수 없는 사이라고 장난스레 던진  말에. 우리는 S극과 S극이라 도무지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라고 웃음 짓던 언니 미울 때가 있었다. 수나 언니는 이쁜 말을 못 하는 사람이었다. 아니. 안 하는 사람이다. 단어 하나도 뾰족하게, 문장도 가시가 담긴 모난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이었다. 힘들다는 말에는 너만 힘든 거 아니야.로 우울하다는 말에는 너만 우울한 거 아니야. 받아치는 둥근 말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순간순간 그녀의 따뜻함 닿을 때가 있었다.



 끝없는 우울이 캄캄한 어둠 속으로 나를 밀어 넣은 날. 그래. 그날에. 나는 방안에 처박혀 울다 지쳐 잠들기만을 기다렸지. 매일 마시는 술이 시커메진 마음을 잠식해 주길 바라고 또 바라면서. 밤새 울어 퉁퉁 부운 두 눈이 잘 떠지지가 않아서 감고 있기를 택했을 때 전화벨이 울렸. 화면에 선명하게 떠있는 글자. 내가 쓰고. 내가 저장한 그 이름.

수나 언니♥


-여보세요.

-5분 있다 나와. 너네 집 앞으로 가고 있어. -



  할 말만 하고 끊는 당당함에 반해서는 아니었다. 한 시간의 물리적 거리를 떤 마음으로 달려왔지. 그럴 만큼 언니에게 나는 소중한 사람지. 그렇다면 나는 어떤 얼굴로 언니를 마주 야 하는지.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언니를 만난 순간 온갖 잡념들 흩어졌다. 언니의 자동차는 한참을 달려 물머리에서 멈췄다. 얇게 내린 햇살 아래 눈물처럼 반짝이는 강이 보였다. 언니는 알았을까. 그날 본 잔잔한 물결이 크게 요동 치던  음을 달래주었다는 것을. 멍하니 서있는 내게 연잎 핫도그를 먹으라며 강요하던 연유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위로였기 때문까. 오글거리는 건 못 참아서 끝내 힘내라는 말은 못 했음을 안다. 나 역시도 끝내 고맙다는 말은 전하지 못했으므로.


쑥스러워서.

낯간지러워서.


그날 이후 언니의 표현 방식을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일명 수나어(수나가 쓰는 언어의 줄임말)


술 마실래?= 괜찮아?
고기 먹을래?= 힘드니?
언니가 맛있는 거 사줄까?= 힘내.


그중 술 마실래?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 사람.

알고 보면 나에게 한없이 다정 사람.



 이쁜 말을 못 하는 수나 언니는 따스한 계절 어울리는 따뜻한 사람이다.

그래서 오늘 보낸 메시지 뭐라고 적었냐면.

'해가 나온 걸 보니 우리가 만날 때가 되었어요!'

언니의 답장은 이랬다.

'갑자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로가 어색해서 간지럽고 다정한 말은 못 하지만. 오랜만에 닿은 연락에도 만남을 기약할 수 있는 사이. 몸은 멀어졌어도 마음만은 가까운 사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가끔 하는 연락에도 반가워하는 사이. 언니와 나는 평생 그런 사이로 남고 싶다.




P.S- 고맙고. 고마워요.


그녀에게 보낸 하늘.jpg




2022년 어느 봄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