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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사리 Mar 12. 2022

후회의 밤

매번 용서만 하는 부모님께


 "엄마 나 배고파"


 요일 침해가 떠올랐다. 엄마는 항상 나보다 먼저 일어 이른 아침을 시작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보지 못해서 만날 때마다 살이 들날쑥 쪘다 빠져있는 엄마는 배고프다는 딸의 한마디에 냄비밥을 지었다.


-빡하고 잡곡을 안 불려놨네. 쌀만 불려놓고. 아이고.


 수진(엄마)의 말이 귓가에 울리자 어제 아빠가 먹 헌 밥이 떠올랐다. 루가 지나 노래진 밥에는 잡곡 없는 흰쌀 밥알이 눌러있었다. 에게는 건강한 밥을 지어주고 싶은 수진의 마음이 이른 아침터 다정하게 가왔다. 부부가 대충 때우는 식사에는 고단함이 담겨있고, 딸에게 차려주는 밥상에는 그들의 마음이 담 있었다. 그렇게 엄마는 냄비밥을, 아빠는 반찬을 준비했다.


 냉장고에서 잔뜩 꺼낸 찬들은 부모의 마음처럼 따뜻하게 데워졌다. 맛있게 끓여진 우렁이 배추 된장국, 갓 구운 치킨너겟과 튀김만두는 잠들어있던 미각을 향기롭게 자극했다.


 한참을 먹고 나니 슬슬 배가 불다. 잔뜩 나온 배를 두드리 늘 그렇듯 식 폭행이 이어졌다. 후식으로 과일을 선호하는 아빠는 딸에게 2차 식사를 권유했, 나는 그런 아빠음을 마다했다. 이렇게 나란히 앉아 함께 식사가 얼마만인지. 우리는 서로의 시간 앞에 무력해졌다.


 오후가 되자 퇴근을 마친 동생이 집으로 돌아왔다. 네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자꾸 생각이 났다. 흩어져 살기 전엔 익숙했던 순간이 틋해지고 소중해졌다는 건 그만큼 서로의 부재가 그리웠기 때문이겠지. 눈만 마주치면 투닥거리던 동생과 더는 싸우지 않게 된 이유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후회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물렁이는 감정일 테.


 밤이 되자 아빠는 농에 있는 이불을 모조리 꺼냈다. 자는 동안 혹여 추울까. 감기에 걸릴까. 두 명이 덮을 이불을 네 개나 꺼내놓자 수진에게 한소리들었다. 은 한껏 따뜻해졌는데 을 생각하는 아빠의 마음은 오는 봄보다도 따뜻했다.


 우리는 장을 바라보고 모로 누웠다. 오랜만에 미뤄온 대화를 나누 웃고 떠들 다정한 시간을 보냈다. 걱정은 잠시 묻어둔 채, 과거의 우리와 닮아있는 현재의 시간을 보냈다. 깊은 밤이 오자 우리는 하나둘씩 조용해다. 먼저 잠든 엄마의 숨소리가 느려지고 뒤이어 동생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일을 바쁘게 사는 엄마는 깊은 잠을 자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삶의 쳇바퀴에 에너지 소비가 심했던 탓에, 몸도 마음도 지쳤던 터라 불면증이 더해진 것이다. 그런 엄마를 안아주지 못한 날들이 밤이 오자 묘한 기분으로 스며들었다. 후회와 미안한 감정들이 뒤섞이자 커다란 파동이 자책으로 몰려왔다.


 나와 동생의 유년시절은 낮과 밤이 바쁜 부모님과 언제나 함께였다. 넉넉지 않은 형편이지만 가족 끈끈한 사랑과 유대감은 어느 가정보다도 부유하고 쳐났다. 하지만 그런 엄마아빠에게 비수가 되는 말로 상처를 주고, 아픈 목소리로 다치게 했다. 나의 세계를 당신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못난 딸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새파란 칼을 휘두르는 심적 살인마가 되었다. 모는 그런 딸을 매번 용서했다. 앞으로 잘하면 된다고. 눈물 섞인 목소리에이미 찢긴 마음이 울부짖고 있을 테다.


 후회의 밤을 보내면 씻은 듯이 밝 해가 오르겠지. 번 아프게만 하는 딸이 뭐가 좋다고. 자주 오겠다는 거짓말에 속 하염없이 기다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 한편이 아려온다. 혼자 집으로 돌아와 덩그러니 앉아있을 부모님 생각에 아린 가슴이 울렁인다.




엄마, 아빠 이제 딸 걱정은 그만해.

항상 미안하고. 앞으로는 다정한 딸 되도록 노력할게.

사랑해.




사랑은 끝없는 용서의 행위이며, 습관으로 굳어지는 상냥한 표정이다.

Love is an act of endless forgiveness, a tender look which becomes a habit.

해브 록 엘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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