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군포시 금산로 106번 길 32 역 근처에 위치한 이곳은 수년간 내 배를 든든하게 채워준 고마운 단골 식당이다. 사장님 음식에 반해서 시작된 인연이 올해로 28년째인데, 비밀을 하나 얘기하자면 나는 올해로 28살이다. '이게 뭔 개소리야⋯'하시는 분들 사실 이 식당사장님은 우리 엄마 송수진 여사랍니다.
원래는 엄마 혼자 운영하시던 식당을 얼마 전 명예롭게 퇴직한 세상 가장 든든한 나의 아빠와 오붓하게 운영하게 되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파업 위기가 오자 밤에는 남의 식당을 전전해야 하는 서글픈 투잡러가 되어버렸다.
그런 상황을 가장 가까이서 봐왔기에, 사랑하는 엄빠를 향한안쓰러운 마음은 잠시 어디 있는지 잊고 있던 명치로부터 소용돌이치듯 밀려왔고, 마음과는 달리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내 처지가 속상해서 목놓아 울지도 못했다.
늦은 오후, 점심시간이 지나가게에 가면 늘 같은 자리에서 휴대폰을 쥐고 있는 엄마가 보였다. 카운터 바로 앞 첫 번째 식탁 그곳이 바로 엄마가 지정한 사장의 쉼터다.
딸이 온 걸 알아채면 식탁에는 고이 쥐고 있던 휴대폰이 덩그러니 놓였는데,밝게 켜진 화면 속에는 하다만 프렌즈 팝콘 게임 캐릭터들이 이리저리 정신없이 머리를 흔들어 대고 있다.
프렌즈 팝콘. 이 게임으로 말할 것 같으면(꼰대 아니에요..) 십 년 전 첫 직장에 입사했을 때 회사에서 배워온 거라며 신나서 알려준 게임인데엄마는 여전히4000탄이 넘도록 깨고 있다.
"엄마.. 정말 대단한 끈기야!"
웃자고 던진 내 말에.
"이런 끈기로는뭘 해도 됐을 거야."
라며 갑자기 다큐멘터리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엄마지만,
이내 나는
"엄마는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잖아"라며 더욱더 다큐 3일 같은 말을 해버리고만다.
프렌즈 팝콘은 이런 게임
가게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홀로 앉아 게임만 바라보고 있을 엄마의 모습이 자꾸아른거렸다. 사실 나는 말동무가 되어줄 친구를 언제든 만날 수 있고, 고민을 들어줄 남자 친구도 부를 수 있지만 엄마한테는 없으니까.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기다리며 그 시각 유일한 동지인 카카오 친구들과 노는 게 소소한 낙이겠구나 하는 생각에 또 괜히 눈앞이 부예졌다.
한 번은 그런 엄마의 마음이 되어보려 손님이 온 틈을 타 몰래 게임을 해본 적이 있다. 아 역시.. 괜히 4000탄이 아니구나. 이 어려운 걸 엄마는 어떻게 해낸 걸까. 라며 감탄을 하던 중, 등 뒤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못 깰 거면 하지를 마. 하트 아까우니까."
※이 게임은 하트가 없으면 충전이 될 때까지게임진행이 불가능합니다.
그 후 엄마의 휴대폰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혹시 프렌즈 팝콘을 아직도 하시는 분이 계신다면(물론 없겠지만) 사장님께 하트 한 번씩만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어머니 저 이렇게 효도합니다.
부모는 그대에게 삶을 주고도 이제 당신의 삶까지 주려고 한다.
Your parents, they give you your life, but then they try to give you their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