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은다움 Oct 09. 2023

데블스 플랜에서 고스펙자도 별수없는 이유

그래서 슬프지만 그래도 응원해


1. 출연진 8할이 고스펙자, 재미가 없어서 슬퍼

개인적으로 솔직히, 이번 정종연 PD의 새 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은 장동민이 활약했던 '더 지니어스'에 비하면 재미가 덜하다. 그렇게 느낀 이유 여럿 중 하나는 '고스펙자 캐릭터'가 너무 많았고 그 전략에 비해 그들의 활약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이 글은 데블스 플랜에 비춰진 고스펙자의 한계와, 그럼에도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쓰는 글이다.



2. 서울대 졸업한 이혜성이 밤에 울면서 한 말  

혜성 : 뭐가 무기력하냐면, 나는 노력으로 뭔가를 해 온 사람이거든요. 근데 이거는 내가 노력할 수 있는 게 뭔지를 모르겠는 거야. 그러니까 너무 방황을 하는..

난 게임이 너무 어려워요. 나한테 뭘 공부해 오라고 알려 줬으면 좋겠어

석진: 아무도 몰라
동주: 그게 우등생의 특징이야, 범위를 주면 제일 편하거든

이혜성 아나운서처럼 노력으로 성취해 온 우등생이 특화된 능력은 다음과 같다. 반복된 학습으로 원리를 파악하는 능력, 제한된 범위 내의 문제를 푸는 능력, 뭘 하라고 정확히 시키면 척척 해내는 능력. 하지만 반대로 해보지 않은 것에는 취약하고,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방황하며, 시키는 것만 잘하는 딜레마가 있다.



3. 나도 회사에서 비슷한 맥락의 문제를 겪고 있었는데  

나는 이혜성 아나운서처럼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최고스펙자는 아니지만, '노력으로 성취해 온' 사람으로서 그녀가 한 말에 너무 공감했고, 저 대화의 모든 장면을 캡쳐해 곱씹었다. 내가 하고 있는 '기획' 일에서 요구하는 '발상의 전환, 위트'가 나와 너무 거리가 먼 능력처럼 느껴지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티브 할수록, 갇히지 않고 다각도로 사고할 수 있을수록, 발상의 전환을 잘 할수록 유리한 직무인데, '노력'으로 일궈 온 나같은 부류에겐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다. 이걸 해내지 못하는 나에게 매번 너무 자괴감이 들었다. 말 잘 듣고, 시키는 거 잘 해온 내 인생에 대한 회의감이랄까. 왜 착하게만 살았을까, 왜 시키는대로만 했을까. 하는 이상한 셀프 가스라이팅과 반항심과 함께 말이다.


문제 해결에 대한 의욕은 충만한데,
처음 보는 문제는 못 풀겠어요

너무 해내고 싶은데,
사고의 전환이 안 돼서 답답해요  



4. 이런 상황에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10일의 짧은 시간 내 모든 게 끝나는 데블스 플랜에서는 아쉽게도 이것에 대한 솔루션은 찾을 수 없겠지만, 이 사태를 앞으로 계속 지속해야 하는 내 상황에서는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조금 있긴 하다.


(1) 반복된 학습으로 원리를 파악하는 능력

처음부터 잘해내는 것은 불가능함을 인정, 하지만 나에게는 '반복'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여러 차례 컨텐츠를 발행하면서 어떤 컨텐츠가 반응이 터지고, 안 터지는 컨텐츠는 어떤 디테일이 부족했는지 점점 느껴진다. 이걸 응용해서 해결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일단 이 원리를 '인지' 하는 것에서 이미 '시작'되지 않았나!


(2) 양으로 승부하기

사고의 전환이 쉽게 일어나지 않고, 크리에이티브력은 부족하니까 그냥 발품 많이 팔면서 많이 보고 듣고 공부한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보단 나아지겠지 싶다.


(3) 여전히 '노력'으로 반드시 문제를 해결하고 말겠다는 '의지'

궤도 : 그래도 뭐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다음에 내가 배울 게 없나 찾고 성장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잘하고 있다

데블스 플랜에서 이혜성을 위로하려고 궤도가 한 말인데, 괜스레 위로가 된다. '풀겠다는 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인지와 성찰을 하는 것' 이것들도 모두 '노력'하는 사람들의 굉장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 모든 '노력파'는
결국 문제를 해결하고 만다









매거진의 이전글 카톡 답장은 안 하면서 인스타는 올리는 심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