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조회수 4천★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생활 4년, 직장생활 4년. 그 다음은? 한 가지 일을 지속하는데 나에게 익숙한 마지노선은 3~4년이었다. 방학도 없이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평일, 일요일 저녁이면 두려워지는 내일, 꽤나 숱하게 회사에서 치이고 치여 잠시 꺼진 열정의 불, 살릴려면 얼마든지 살릴 수 있지만 기꺼이 그러지 아니함과 안주, 그래서 아까운 젊음이지만, 또 "굳이"의 방패를 꺼내들고 간신히 출근하는 요즘. 직장생활 4년 끝에 다가온 고비.
아빠 나 회사생활이 너무 지겨워
(1) 이벤트를 만들면서 가라고
아빠는 빈도 높은 나의 넋두리에도, 꽤나 자주 머리가 울리는 답변을 주곤 한다. 아빠는 말했다. "이벤트를 만들면서 가라고" 그것이 꼭 회사생활 안에서가 아니더라도, 삶에서 크고 작은 이벤트들을 만들어가다 보면 변화도 생기고 재미도 생긴다고 했다.
오랜 직장생활을 하며 아빠가 지겨움을 견뎌낼 수 있었던 건, "결혼, 출산1, 출산2, 출산3, 승진" 이었다고 한다. 엄마 만나 연애하면서 생활이 한 번 바뀌고, 결혼하면서 한 번 더 바뀌고, 애들 하나 낳으면서, 둘 낳으면서, 셋 낳으면서 또 바뀌고 흥미진진해지고 돈도 더 벌고 싶어지고... 회사생활도 사원, 간부, 임원 시절에 따라 하는 일과 만나는 사람이 바뀌니 생활 패턴이 또 바뀌고...
사실 듣기로는 너무 큰 이벤트들이라, 당장 내가 따라할 수 없어 와닿지 않는다. 당장 해볼 수 있게 좀 더 규모를 축소해보자. 매일 똑같은 회사생활인 것 같지만서도, "오늘은 이거 하나를 다르게 해보자" 는 작은 미션을 스스로에게 주는 것. "이번 달 여행을 위해 다이어트를 해보자" 는 작은 변화를 스스로에게 주는 것.
좋다. 아직 2개밖에 못 만들었지만, 앞으로 나는 작은 많은 이벤트들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2)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야
유퀴즈에 정동식 심판이 출연해서 한 말이 인상 깊었다. 아들 셋을 둔 아빠이기도 한 그는 "너무 행복하게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야 되는 일(환경공무관)과 하고 싶은 일(심판)을 병행하고 있잖아요."
‘해야 되는 일' 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돈 말고는 다른 보상이 없는 반복적이고 지루한 일들이라 여겨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았던 예전의 나를 반추했다. 당장의 생계, 당장의 기본적 충족을 위한 모든 '해야 되는 일'은 그 자체로 값진 것이라고. 원래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는 것이고, '해야 할' 것이 먼저라고. 그걸 끝낸 뒤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풍요롭고 충분히 행복한 삶이다.
그리고 "지루함을 견디는 것도 능력" 이구나 싶다. 성실한 사람들이 가장 잘하는 것이기도 하다. 성실한 사람들은 대체로 지루할 줄 알고, 가끔가다 느끼는 자극과 재미에 만족한다. 그리고 또 다시 지루한 무엇을 해낸다. 어쩌면 인생이 원래 그러해서, 지루함을 잘 견디는 성실한 사람들에게 유리할 때가 있는 것 같다.
다른 분들이 말씀하실 때 "힘들겠다"고 하는데
저는 별로 힘들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면역이 되어가지고
지금은 너무 행복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저는 해야 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하고 있잖아요.
하고 싶은 일은 심판, 해야 되는 일은 가장으로서 환경공무관.
저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경험이 많다보니 살아가는 방법을 너무 많이 터득했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는 저는 이제 가난하게 살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아빠들은 멋있다. 인생에 물음표가 뜰 때면 항상 답을 준다. 연륜에서 나온 아빠들의 모든 조언은 정답은 아닐지언정 무조건 유익하다. 그래서 열심히 귀기울이게 된다. 이렇게 또 지겨운 회사생활을 견뎌 볼 힘을 얻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