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치앙마이로 떠나요
이 글은 정말 말그대로, 일어나는 일, ‘기상’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여행가는 날 아침마다 일어난다. 아주 일찍.
여행 날 아침 나는 항상 새벽에 눈이 떠진다. 누구나 여행을 앞두고 설레는 건 똑같은데, 이것이 ‘일찍 일어나는 일’로 이어지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너무 들뜨는 바람에 수면욕까지 잠재울 수 있는 설렘.
이것은 내가 ‘어렸을 적 산타할아버지가 두고 간 선물을 볼 생각에 엄마가 안 깨워도 새벽에 눈을 떠버렸던’ 순수함과 연관되어 있으며,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나의 작고 소중한 순수함에 대한 증거이다.
우리 집에 해가 들면 참 예쁜데, 여행 날 아침 일찍 일어나면 이 풍경을 더 오래 감상할 수 있다. 출근할 땐 이걸 못 보고 떠나는데, 주말에만 볼 수 있던 이 귀한 풍경을 평일에도 볼 수 있다는 건 특별하다. 오늘따라 더 예쁘다.
여행 날 일찍 일어나면 가장 좋은 점은, 남들 일할 때 나만 쉬는 맛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일찍 짐 싸서 집 앞 카페에 나왔다.
왜 남들 일할 때 쉬는 게 더 좋은 걸까? 나 빼고 다 바쁘기 때문이다. 주변 환경은 빠르게 움직이는데 그에 반해 나만 느리고 조용하다. 대조되는 빠르기 때문인지, 나의 여유가 더 크게 느껴진다. 더 좋다.
이 풍성한 여유의 힘이 또 얼마나 위대하냐면, 점심을 단지 작은 소금빵 하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먹었는데도 몸도 마음도 가득 채워지는 느낌으로 발휘된다. (평소에는 이걸로 절대 배가 차지 않는다.)
작은 것에도 배가 부르고 마음이 부르는 매직. ‘느리고 조용한 여유’가 이렇게나 유익하다니.
일찍 일어나기, 그리고 그 덕분에 해 드는 집을 더 감상할 여유, 카페를 갈 여유, 직장인들 사이에서 더 느껴지는 나의 여유, 이 모든 건 ‘낮’ 이라서 가능하다.
‘낮’이 주는 특별한 경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출근 시간엔 너무 일러서 굳게 닫힌 가게들의 문, 퇴근할 땐 너무 늦어서 굳게 닫힌 가게들의 문. 늦게까지 영업하는 술집과 식당들만 내 눈에 익숙한데, 오늘 공항버스 타러 가는 길에 보니까 어떤 강아지 두마리가 가게 앞에 있길래 흐뭇해하며 지나는데 우리 집앞에 동물병원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밤처럼 듬성듬성이 아니라, 모든 가게들이 일하고 있었고 거리에 생기가 돌았다.
여기서 새삼스럽게 짚고 넘어가면 좋을 부분은, ‘밤’이 있었기에 ‘낮’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삶이 낮이기만 했다면, 어둠과 대비되는 이 밝음의 장점을 이렇게나 좋게 느낄 수 있었을까? 대체로 어두웠던 일상이었기에, 밝음은 더 눈부시게 다가오는 것이다.
평일 9시부터 6시까지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이었기에 평일 낮에 쉬는 것이 특별했던 것이다.
주말에만 어렵게 볼 수 있던 집의 낮 풍경이었기에, 평일에 보너스로 보게 된 모습은 더 예뻐 보였던 것이다.
퇴근길 어두운 가게들의 모습만 익숙했기에, 생기 도는 가게들의 낮 모습이 더 반가웠던 것이다.
아무튼 오늘은 치앙마이로 떠난다. 즐겁고 여유로운 여행이 되길 바라며, 카페에서 쓰는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