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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이 Oct 14. 2020

1. 코드번호 1201

1. 개인파산에서 파산결정과 주거의 제한

개인파산절차에서 파산결정을 받을 경우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제약이 따라온다. 크게 분류를 해보자면 먼저 공공부문 내지 사기업에서 취업이 제한되고, 전문분야 또는 창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자격 취득이 제한되며, 안정적인 주거생활의 제한으로 대별된다. 여기서는 주거생활의 제한을 살펴보려고 한다.


파산면책결정이 되면 기존에 보유하였던 재산은 청산하여 채권자들에게 변제하게 되고, 장래 벌이들일 소득은 자신의 생계비로 사용을 하게 된다. 기존에 채무의 청산과정에서 힘든 시기를 보낸 채무자들은 장래 소득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조금이라도 남는 돈을 차곡차곡 모으게 된다. 일정기간이 경과하여 이제 두 다리 뻗고 잠이라도 자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때 정부의 주거지원 정책 중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이 눈에 들어올 수 있다. 


채무자는 생각을 해본다. 전에 A은행의 채무를 변제하지 않았으니 이번에도 찬밥 취급을 당할 거 같아 B은행으로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그리고 찾아간 B은행에서 채무자는 현재 재산이 없고 매달 벌어서 입에 풀칠은 하고 있는데 직장이 있어서 고정적인 수입은 있다고 말을 해본다. 그러면서 급여 압류 없이 넘어왔기 때문에 회사는 채무자가 파산선고를 받은 사실을 모르고 있어서 직장에서 짤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해 본다. 


은행 직원이 서울지역에서 2억 원 정도의 전세보증금을 대출해주는 제도가 있고 이율도 연 2% 정도로 저렴하며 주택도시기금에서 보증을 서준다고 하면서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안내문을 채무자에게 준다. 채무자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퍼지면서 인사를 하고 은행 문을 나서면서 안내문을 들여다본다. 그러다가 '보증금지'라는 문구가 들어온다. 거기에는 '신용조사 결과 채무불이행 정보가 있는 경우'라고 기재되어 있다.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의 근거 법률인 '주택도시기금법'은 대출을 신청하는 자에게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신용정보 중 채무액과 연체정보 조회를 위한 동의서면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동의서면을 제출하면 은행연합회의 신용정보관리규약에 따른 신용정보가 대출금 취급은행에 제공된다. 여기에 제공되는 정보에는 등록코드 '1201', 등록사유 '파산면책결정을 받은 자'가 있다. 즉 등록코드 1201은 은행의 대출 안내문에 나오는 '신용조사 결과 채무불이행 정보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다시 즉, 채무자는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채무자는 일정 부분 수긍을 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법원에서 파산 후에 면책결정을 받았다면 '복권'이 된다는 말을 들었다. 복권은 '파산선고로 인하여 제한된 공적 또는 사적인 자격과 권리를 일반적으로 회복'시키는 것이라는 안내문도 보았다. 채무자는 복권으로 인해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안정적인 주거를 위한 채무자의 시도가 좌절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을 불허하는 것를 이해할 수 없었던,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었던 채무자가 '저소득가구 전세자금 지원기준(2009. 4. 1. 국토해양부)'의 내용 중 은행연합회의 신용정보관리규약 및 기금취급은행의 신용정보관리지침에 의한 신용관리대상자와 여신취급 제한대상자를 대출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평등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하여 1. 전세자금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지원의 형식이 아닌 융자의 형식으로 운용되고, 2. 재원이 정부예산이 아닌 국민주택기금(현재 '주택도시기금')으로 하고 있는데, 국민주택기금은 국민주택채권, 청약저축 등 외부차입에 의존하고 있고, 3. 전세자금을 지속적으로 대출해 주기 위해서는 원금 회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면서 합헌결정을 하였다.(2009헌마588) 그러면서 파산면책자는 '비록 면책되었다 하더라도 독자적인 경제주체로서의 자립성을 상실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는바'라는 촌철살인의 멘트를 날렸다.   


채무자는 눈을 지그시 감고서 고개를 들어본다. 잠시 하늘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채무자도 공공임대주택은 신청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서울도시주택공사에 전화를 해보고 인터넷도 뒤져보았다. 파산면책결정을 받은 사람도 신청할 수 있고 입주자 자격 제한은 없다는 말을 들었다.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빈 자리가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대기물량이 없다는 아쉬움이 가득한 답변을 들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의문이 더 들었다.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때도 위와 같은 신용관리대상자인지 여부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텐데...... 그리고 공공임대주택은 무슨 돈으로 건설하는 걸까?'


다시, 서울도시주택공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담당자는 입주자신청을 할 때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신용정보 중 채무액과 연체정보 조회를 위한 동의서면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데(공공주택 특별법 제48조의 4 제1항 제2호) 이를 입주자자격 제한 요소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답을 들었다. 


만약 '공공임대주택'과 '주택도시기금에 따른 전세자금 대출의 보증'을 제공하는 '재원'이 다른 것이라면 차별취급을 납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다시 힘겨운 법률 검색을 시작했다.


 공공임대주택의 근거 법률은 '공공주택 특별법'이다. 이 법률에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주택에 사용되는 자금을 세출예산에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국토교통부 장관주택도시기금을 우선적으로 배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즉 버팀목 전세자금의 재원이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른 주택도시기금이고, 공공임대주택의 재원 중 상당부분이 주택도시기금으로 동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점은 2020년도 주택도시기금 운용계획(국토교통부)과 2020년 주택업무편람(국토교통부)에서도 확인이 된다. 재원이 동일하다면 차별취급은 불평등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상하다. 


거기다가 헌법재판소는 주택도시기금으로 대출을 할 때 '원금회수 가능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고 나면 감가상각으로 건물의 수명이 줄어들어 여기서도 원금이 계속 손실되고 있을 텐데 왜 헌법재판소는 여기까지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채무자회생법'은 '누구든지 이 법에 따른 회생절차, 파산절차 또는 개인회생절차 중에 있다는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취업의 제한 또는 해고 등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제32조의 2)'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어이없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렇다면 등록코드 '1201', 등록사유 '파산면책결정을 받은 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을 제한하는 것은 불평등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비록 파산면책결정을 받기는 했지만 국가의 국민(헌법, 국적법)이고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지방자치법)인데, 일정한 주거를 마련할 수 없도록 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를 형사범죄의 구속사유로 열거하고 있다. 주거가 불안한 자는 범죄로 의심받는 행동을 하면 쉽게 구속될 수 있다는 말이다. 


채무자는 다시 '이상하다.'라는 단어를 찬바람이 부는 대로변에서 힘없이 읇어본다. 


참조문헌

1. 2020 주택업무편람, 국토교통부

2. 2020년도 주택도시기금 운용계획, 국토교통부(2020. 4.)

3. 헌법재판소 2011. 10. 25. 선고 2009헌마588 전원재판부, 국민주택기금전세자금대출자격부적격자결정위헌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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