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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이 Mar 27. 2023

개인파산 진행 중인 채무자와 파산관재인의 대화 2

그 놈은 나쁜놈이었어요.

채무자는 파산관재인과 마주앉아서 어느 한 곳을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파산관재인은 자신의 얼굴을 보는건가 하고 채무자의 눈을 바라보았는데 초첨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파산관재인은 전자소송 기록에 채권현황 자료를 살펴보면서 질문을 이어갔다.      


파산관재인 : “개인채권자인데 채무액이 커요.”     


채무자 : “그 놈은 나쁜놈이었어요.”     


파산관재인 : “네??”      


채무자 : “그 채권자는 나쁜 사람이었다구요.”      


파산관재인 : “무슨말인지 모르겠어요. 좀 알아듣게 얘기해봐요.”     


파산관재인이 보는 채권자 목록에는 개인채권자 000이 있었고, 채권금액은 5,000만 원 정도 되었다. 그 채권자의 부채증명서는 첨부되어 있지 않아 어떠한 내용인지 알수는 없었다. 다만, 채권자가 이의신청서와 형사 고소를 하였다는 자료가 제출되어 있을 뿐이었다. 형사고소 내용에는 최근에 친분이 생겨 개인적으로 빌려준 돈이고 채무자가 사업을 하여 돈을 갚는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빌려줬다는 내용으로 추상적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채무자 : “제작년에 알게된 사람이었어요. 제가 음식장사를 하고 있었고, 코로나 끝물의 시기를 지나가고 있었어요.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손님은 많지 않아도 식당은 계속 열었어요.”      


파산관재인 : “그래서요.”     


채무자 : “제 식당에 자재를 대는 사람이었고, 자주보다 보니 친해져서 제 상황을 다 얘기하게 되었어요. 제가 빚이 얼마가 있고, 재산은 없고, 가족이며..... 다 얘기했어요.”     


파산관재인 : “요점만요.”     


채무자 : “채권자가 저를 도와주겠다고 해서 3,000만 원을 빌렸어요. 그런데 월 5프로를 요구하더라구요.”      

파산관재인 : “월 이자 5프로요? 그럼 연 60프로인데. 무등록 대부업자인가요?”     


채무자 : “아니요. 그런데 그때는 아무도 저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고, 너무 힘들고 돈 나올데가 없어서 고맙다고 하면서 그 돈을 빌렸어요. 그리고 이자도 계속 갚았는데 작년 초부터 너무 힘들어서 갚지를 못했어요. 그리고 다른 채권자가 식당 계좌 압류를 들어오면서 두 손 들게 되었어요.”     


파산관재인 : “채무자 말대로면 사기 가능성은 낮아 보이는데, 형사 사건 조사는 받으셨어요? 아. 여기있네. 뭐에요? 검찰로 송치되었잖아요. 경찰은 뭐 때문에 사기라는거에요?”     


채무자 : “채권자에게 돈을 빌릴 때 제 부채내역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그랬어요. 그리고 이자만 3달 정도 변제한게 전부라고 했어요.”     


파산관재인 : “다 알려주셨다면서요? 그 자료를 경찰에 제출하시지 그랬어요?”      


채무자 : “둘이 말로만 해서 증거가 없어요.”     


파산관재인 : “그리고 그 채권자 대부업법 위반 소지가 있어 보이는데요. 경찰한테 그 얘기도 했어요?”     


채무자 : “아뇨.”      


파산관재인 : “음. 파산사건 조사범위를 넘는거라 대리인하고 상의해보세요. 그리고 채권자의 주장은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채권이라는 거에요. 그러니까 비면책채권이라는 주장을 하는거죠. 고소장이랑 피의자신문조서 복사해서 제출하시구요.”      


채무자는 계속해서 억울하다는 얘기를 하였다. 3,000만 원에 월 5프로 이자를 변제하지 못하자, 그 이자도 원금에 포함해서 이자를 붙여서 채권이 5,000만 원으로 불어난 거라고 했다. 그리고 둘이 친한 관계였을 때 말했던 채무자의 약점을 채권자가 계속해서 문제삼겠고 얘기를 했다고 했다. 파산관재인은 아무말 없이 채무자의 말을 듣고 있다가 궁금해서 물었다.     


파산관재인 : “그런 일이 있을 때 상담을 해보시지 그랬어요.”     


채무자 : “그런 생각을 못했어요.”     


파산관재인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사실을 들여다본다. 파산관재인은 지금 현재 바꿀 수 없는 과거의 행동과 사실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 질문을 한다. 채무자는 그 질문을 받은 현재시점에서 과거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채무자는 과거의 사람, 행동으로 그 결과인 파산을 마주보고 선다. 이때 채무자가 파산했다는 사실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채무자는 보기가 어렵다. 각자의 감정의 굴레와 살아온 삶이 사실과 마주하기 어렵게 하고 있을 것이다.      


채무자는 미래에 다가올 면책의 과실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그 과실 중에 벌레 먹고 썩어서 먹지 못하는 과실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이해가 된다.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것도 벅찬데 거기서 연결되는 형사사건과 민사사건까지 생각하지 못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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