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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ka Nov 25. 2020

나의 바다, 나의 여수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세상이 정신 없었던 2020년.
그랬던 올 한해도 앞으로 겨우 30여일 남겨두고 있네요. 다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해를 마감할 준비는 되셨는지요 ?


코로나의 여파로 그 좋아하던 일과 생이별을 한지 꼬박 6개월이 되어가는 시점이예요. 여름, 가을, 겨울.. 세계절을 연달아 한국에서 보낸지가 너무 오래 되어서 얼떨떨 해 하고 있답니다. 코로나를 미워만 하다 일년이 훌쩍 갔네요. 그 와중에 해외 여행은 막혔지만, 덕분에 내수 소비는 훨씬 늘었다고 믿어요.

사드 전에는 중국 발 손님이나 일본 발 승객들을 모시고 크루즈도 자주 오던 곳이었어요. 14만톤 급인 우리 배가 정박하려면 조금 더 큰 시설이 갖추어진 옆 동네의 광양 카고 터미널로 입항 해야 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남도의 맛에 눈을 뜬거죠. 밥 한톨도 남도에서 먹으면 맛있었고, 흔한 김치도 서울에서 먹던 것 보다 맛있는거예요. 남도 음식은 왜 이렇게 맛있는거죠?

정겨운 남도의 맛이 그리워져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 되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여수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었어요.


일이 아닌 여행을 오롯이 혼자 와 보는게 얼마만인지..
항상 일로 와서 여유 없게 다시 출항하다 보니 사실 그 유명한 여수의 밤바다도 본 적이 없었던거 있죠.

장범준이 그렇게 노래로 부르지 않았어도 멋진 이곳을.
여수가 유명세를 탄 것이 마치 노래 덕분인 양, 여수 사람들은 그분께 감사의 현수막까지 내 걸었더군요.

“장범준님, 여수를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부른 노래 한 곡 덕분에 장범준씨는 여수에 오면 뭐든 공짜래요. 여수 사람들이 이렇게 인심까지 좋아요.

많이 걸었구요, 음식은 여전히 맛있었어요.
원래 맛있던 음식에 정이 더해져서 서울에서는 찾을 수 없는 맛이 탄생하는거죠. 물이 빼어난 곳이라는 그 이름을 증명하듯(麗水), 걷는 곳 마다 바다가 예뻤습니다. 남쪽에서는 가을 정취도 좀 더 따뜻하게 느낄 수 있어 좋더라구요.


우리는 언제부터 통영이 동양의 나폴리이고, 여수가 동양의 시드니라는 말을 그냥 받아들이고 익숙해진 걸까요 ?
저는 왜 그 반대는 될 수 없었을까 생각했어요.
나폴리가 서양의 통영이며 시드니가 서양의 여수라고.

여수가 단연 시드니보다 예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단지 그시절 꼬레아를 세상에 널리 알려준 하멜 장군님의 발자취가 정겨워서 인걸까요 ?  뼛 속 까지 한국 사람인 제 욕심인가요 ?

(당시 네덜란드에서 와서 표류하게 된 그들은, 조선의 쇄국정책으로 온갖 고생을 하다가 결국엔 일본 나가사키에서 도움을 받아 고국에 돌아가게 됩니다. 그 후, 한국을 잊을 수가 없어 한국에 대한 책을 쓰게 되죠. 여수에는 하멜 장군님을 기리기 위한 동상과, 등대, 기념관도 있어요.)


다음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 오고싶네요.
나이가 들수록 느껴요. 여행이란게, 어디를 가느냐가 중요한게 아니고 누구와 하느냐가 중요하다는걸요.

- 잠 못드는 여수 밤바다에서 유까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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