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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ka Nov 24. 2020

어서와, 크루즈는 처음이지 ?

바누아투 클라쓰

올망졸망한 꼬마 손님들이 호기심 가득 찬 반짝 거리는 눈을 하고 배에 탑승 했다. 오늘 우리가 모셔야 할 우리 배의 VIP 손님 들이다.

남태평양 섬 중에 바누아투라는, 이름이 생소 할 수 있지만 바닷물 하나는 기가 막히게 깨끗한 나라가 있다. 자체 생산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모든 공산품은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그 물가 높은 호주 보다도 생활 물가가 더 높게 피부에 다가 올 때가 있다. (열대 과일이나 야채는 싸다)

거리에 다니는 마을 버스들이 다 한국에서 넘어온 중고다. 유치원이나 학원 버스에 쓰여진 한글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탄다. 정겨운 이 광경에, 모르던 나라에 대한 마음이 누그러졌다. 심지어는 레스토랑이나 태국 맛사지 샾 등은 한국인이 오너인 곳도 꽤 있는 모양이다.

한국인의 세계 진출은 어디까지 ? (ㅎ)

프로페셔널 컴플레이너 라는 별명이 붙을만큼 까다롭기로 소문난 호주 손님들로 붐빌 때, 아직 세상이 따뜻하다고 느낄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이런 남 태평양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영혼들과 마주 할 때다. 승객들 중에도 학용품이며 옷가지 등을 기부 하려고 잔뜩 챙겨오시는 분들이 많다.

현지 아이들은 배가 들어오는 날이면 아침 부터 저녁까지 항구에 모여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른다. 승객들의 기부를 얻기 위해서다.


한번은 우리 배에서 그 아이들을 위해 초청 이벤트를 열기로 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터였다. 어쩌면 그들의 꿈이, 미래가 바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시야가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이었다.

배 안에서는 아이들 맞을 준비로 분주했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메뉴로 뷔페를 차리고, 작은 선물로 기념품도 준비했다.

아이들은 그렇게 배에 견학와서 그들 인생에 나름 큰 경험이 될 시간을 즐기고 돌아갔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그 날 방문 했던 아이들이 모두 바누아투 정계 고위급 자제들 이었다는 사실이다.

어른들이 그렇게 그룹을 짠 거겠지.
아이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냐만은.

나는 소위 그런 엘리트들은 꼭 우리 배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넓은 세계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크루즈 방문이 더 절실했던 것은 오히려 항구에서 구걸하며 목 놓아 노래를 부르던, 형편이 어려운, 부유함의 손길이 덜 미친 아이들이 아니었을까.

꼬마 손님들의 부모중 누구라도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솔선 할 수는 없었나.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 측에서 좀 더 베풀수는 없었던걸까. 그들이 좀 양보해서 다른 아이들에게 기회를 줄 수는 없었던걸까. 좋은 뜻으로 했던 행사에 원래 배부른 놈들만 더 배불러 졌다.

아이들의 짧은 방문에 물론 반가웠고 최선을 다해 배를 안내했지만, 그들이 돌아가고 난 후에, 이 맑은 물이 넘치는 바누아투에서도 어쩔 수 없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나는  씁쓸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혹시 그 날 다녀 갔던 녀석들 중에 고지식한 세상의 틀을 깰만한 인재가 나와서, 미래에 있을 이벤트 때는 정말 크루즈 견학이 절실한 아이들로 꾸려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바누아투 미스테리 아일랜드에서 기부 행사. 원래 사람이 사는 섬은 아니고 배가 들어 올때나, 관광업 종사자들만 본토에서 들어온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미스테리 아일랜드 공항. 본토에서 경비행기가 들어온다.
웰컴 세레모니. 아이는 자기 몸 보다도 큰 선물을 받고 너무 기뻐했다. 가방이 걷는지 아이가 걷는지 모를 정도로 신나게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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