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크루즈 승무원의 서비스학 개론
누구든 나에게 물건을 팔기란 참 어렵지 않을까 ?
인천 공항 면세점에서 일 하면서 한명이라도 더 많은 손님에게 상품을 팔기 위해 감언이설로 다가가, 정작 손님의 눈과 얼굴을 보고 인사 하는 것 보다도 머릿속의 “매출, 매출, 매출” 조바심이 우선이었던 적도 있었다.
어느날 문득, 난 영업이나 판매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해 흥미를 잃었다. 선배들은 손님이 매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이 사람이 돈을 풀어 물건을 살 사람인지 아닌지가 구분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모든 입점객을 상대하며 괜한 체력 낭비 하지 말라고 했다. 난 2년이 지나도록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공항에서는 ‘홀리데이 모먼트’ 라는 것을 강조해 충동 구매를 유도하도록 부추긴다. 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들뜨고 흥분되어있어 지갑을 여는데 조금 더 너그러워 진다는 심리전이었다.
하지만 나는 내심 매출이 없을지언정, 저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지 않을 물건은 ‘홀리데이 모먼트’ 로도 사지 않길 바랬다. 꼭 필요한 물건이라면 굳이 내가 권하지 않아도 손님이 사가기 마련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나는 웬만해서는 물건을 팔려는 달콤한 세일즈 멘트에 넘어가지 않는다. 어차피 사고 보면 나중엔 거품이 더 많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크루즈의 프런트 데스크에서는 다행이 매출 타겟은 없다. 그대신 고객 만족도 평가 라는 것이 있다.
고객 만족도는 참 주관적 일 수 있어서 되도록 국가별, 대륙별, 개인 성향별로 맞춤형 서비스를 하려한다. 그것도 4천여명의 고객을 100% 만족 시키기란 힘들지만 그래도 우리는 조금 더 높은 고객 만족을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한다.
짧은 시간에 고객 감동을 구현해야 하는 서비스직.
하물며 AI의 음성으로 우리의 마음이 움직여질까 ?
자연의 힘 앞에서 모두를 숙연해 지게 만든 한 해였다. 21세기에도 인류가 가진 의료 기술로 해결 할 수 없는 전염병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마스크를 하고 손님을 맞아야 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SMIZE 라는 교육에 착안했다. Smile 과 Eyes 의 합성어다.
입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대화의 전달력은 물론, 소통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입 꼬리 근육은 감정이 없어도 올라 갈 수 있어서 그야말로 ‘영업용 스마일’을 만들어 낼 수 있었지만, 눈 근육은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정 없이는 웃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눈만 빠꼼 내 놓고 손님들과 대화해야 하는 요즘, 마스크를 쓰고도 고객과 진심으로 교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광대 근육과 눈 꼬리 근육을 움직이는 트레이닝이다.
겨우 손님의 요구에 반응하는 수동적인 서비스라면 이미 감동이 아니다. 손님이 말하지 않아도 필요한것을 알아차리고 교감 하는 것이 감성 서비스다. 그것이 AI 시대에 인공지능을 넘어 우리가 갈 길이다.
이런 사람대 사람의 교감을 AI는 어디까지 대신 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 바둑이 이세돌을 이겼다고 화제가 됐었다. 순발력에서 찰나를 앞섰을 수는 있지만, 결국은 AI도 인간의 발명품이다. 그러니 이세돌은 진것이 아니다.
21세기, 혹은 한참 뒤 미래에도 컴퓨터나 로봇이 감히 따라할 수 없는 영역 중 하나가 ‘감성 서비스’다. AI는 결코 우리를 이길 수 없다. 그렇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