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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ka Dec 13. 2023

인생 마사지

게으른 사람을 위한 요가

방콕 한달 살기를 하면서 빼 놓지 않는것은 1일 1마사지다. 주말에 시내도 너무 붐비고 자주 가는 마사지 샾도 바쁘고 해서 이틀을 안갔다. 그리고 내가 지정하는 마사지사 아줌마가 월요일 휴무라 삼일 연속 맛사지를 못 받았더니 기분탓이겠지만 몸이 아프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매일 받으려고 한다.


그것도 아침 시간에 공복일때. 왜냐하면 보통 마사지 샾들이 오전 10시쯤 문을 여는데, 오전중에 가면 마사지 사들이 힘이 넘친다. 오후나 저녁때 쯤 방문하면 왠지 힘이 딸리는 느낌이라서 오전 오픈 하자마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도 배가 부르면 마사지 받는것도 부대끼고 불편해서 웬만하면 아침을 안먹고 빈속으로 간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하루가 너무 개운하다.


타이 마사지는 옛날부터 게으른 사람들을 위한 요가라고 불릴만큼 모든 동작들이 요가의 그것과 흡사하고 남이 내 몸을 가지고 요가를 해 주는 것 같아서 하루하루 매일 건강해 지는 느낌이다.


20대때 처음 자유 여행으로 왔던 태국에서 받았던 타이 마사지의 강렬한 충격을 잊지 못해서 나는 실제로 마사지를 배웠고 자격증도 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마사지를 해 주기보단 누구보다도 마사지 ‘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2014년 로얄 캐리비안의 프론트 데스크 직원이 된 이후로는 일절 남을 위해 마사지를 하지 않는다. 배 안에서 직장 동료들이 물어온다. 직원들 상대로 아르바이트로 마사지 하면 돈 많이 벌텐데 너는 왜 안해 ? 맞는말이다. 승무원만 천명이 넘는 규모이다 보니 그들을 상대로 뭘 해도 되긴 된다. 하지만 나는 내 일과 내 자유시간이 중요하고 - 내 철칙은 근무 시간에는 100프로 손님한테 집중 하고, 근무 시간 외에는 나를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자 이다.  설령 그것이 좋은 용돈 벌이가 된다고 해도 남는 자투리 시간엔 나도 마사지를 받으러 가야겠기에 직원들 상대로 마사지를 베풀지는 못한다.


아직도 이해 할 수 없는건 보통 마사지 가게들에서 오일 마사지가 훨씬 가격이 더 비싸다는 점이다. 사실 오일 마사지가 오일 없이 하는 마사지보다 훨씬 쉬운데. 오일의 힘으로 미끄러짐도 수월하고 누름도 힘이 덜들어가는데 왜 가격 책정을 오일 마사지가 두배나 더 비싸게 해 놓는건지 모르겠다. 나야 어찌됐던 고민없이 오일 없이 스트레칭이 많은 타이 마사지를 고르겠지만 손님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자면 좀 아플수 있는 기본 태국 마사지와 좀 릴랙스한 오일 마사지를 같은 가격으로 고를 수 있게 해 주어야 하는데.


내 인생 마사지는 치앙마이에서 묵었던 숙소에서 불과 50미터도 채 안 되는 곳에 있던 곳에서 였다. 1인샾이라 한시간에 한명 이상은 못 받는데 아줌마는 항상 바빴다. 가끔 영업 시간 중에 문이 닫혀 있는 경우엔 문앞에서 한 10분에서 15분 기다리다 보면 아줌마가 오토바이로 장보고 돌아와서 반갑게 문을 열어주며 들어오라고 한다. 가격은 단돈 180바트. 7000원이 안되는 가격으로 한시간을 너무 럭셔리하게 보낼 수 있다. 이 아줌마는 물론 경력과 연륜으로 그렇게 마사지를 잘하셨겠지만 마치 내 몸을 너무 잘 알고 다룰 줄 아는  물리치료사 선생님 같았다. 마사지 라는게 사실 해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합이 맞아야 하는건데 내 인생에 이렇게 합이 잘맞는 마사지사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만나본 적이 없다. 치앙마이에는 2017년 이후로 가보지 못했다. 그 아줌마를 뺀 모든 것이, 나의 라이프 스타일과는 방콕이 더 맞았기 때문인데, 이 넓은 방콕에서도 그 아줌마를 비슷하게라도 따라오는 마사지사 만은 아직 못만나고 있다. 그 아줌마는 지금은 한시간에 얼마를 받으며 사람들을 힐링 시켜주고 계실까. 여행객이 전멸했던 판데믹엔 잘 버티셨을까. 가격을 조금이라도 올려 받고 계셨으면 한다.


처음엔 배낭여행객들의 천국 카오산 로드에서 외국인들 상대 하는데 이력이 난 곳에서 받았던 마사지가 이제 태국도 거의 매년 오다보니 고수가 되어서 현지인들이 사는 동네와 조용한 로컬 분위기가 나는 곳들로만 돌아다니게 되었다.


오늘도 오픈런으로 달려가 나를 위한 귀중한 한시간 마사지를 받고나니 오전 11시 20분이다.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다들 여유로운 하루 보내고 있으시길 바라며.  태국 방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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