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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 Jan 26. 2022

이 하루를 잊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일을 하다 보면 이 하루를 한 동안 잊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대략 한 달에 한 번 꼴로 그런 하루가 있는데 가장 최근에 있었던 하루를 소개하고자 한다.


응급수술이 동시에 열린 날이라 수술방에 들어갔다가 밤늦게 나오게 됐다. 병동도 한 바퀴 돌고, 중환자실도 한 번 돈 다음에 지금 당장 해야 할 조치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길래 3시간 정도는 잠들 수 있겠다고 빠르게 계산하고 당직실로 향했다. 당직실 침대에 눕자마자 전화기가 울렸는데 응급실에 응급환자가 내원했다는 전화였다. 동기끼리 항상 하는 농담인 "당직실과 응급실 CCTV가 연결되어있다는 이론"과 "당직 침대 무게감지센서가 있어 눕게 되면 응급실 문이 열린다는 이론"을 떠올리며 응급실로 내려갔다.


환자는 50대 여환으로 새벽 1시경 쓰러져있는 것을 아들이 발견, 약 1시간가량 심폐소생술 시행하였고 ROSC - 자발 순환 회복되어서 검사 시행한 결과 복강 내 다량의 혈종 및 간에서의 출혈 소견 보여 수술적 치료 상의 위해 연락된 분이었다. 굉장히 절망적인 상황이었으나 오히려 마음은 평온했는데, 수면 부족으로 인해 몽롱한 상태였던 것이 원인일 수도 있고, 문자로 환자 노티를 받았을 때부터 너무 절망적이라 포기하는 마음이 생겨서였을 수도 있다.


응급실로 가서 환자를 마주했다.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었지만 심폐소생술을 1시간 한 것치곤 활력징후가 꽤 안정적이었다. "어, 이거 해볼 만한가?"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미친 듯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는데 말 그대로 피는 계속 나고 있고, 이걸 1분 1초라도 빨리 해결을 해줘야 했기 때문이다. 우선 왜 간에서 그렇게 많은 양의 피가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혈관종 아니면 간암을 의심하는데, 이미 다 터져버려서 CT로 구분하긴 불가능했다.) 혈관조영술 (인터벤션)부터 해보기로 했다. 혈관에 관을 넣어서 피가 나고 있는 혈관을 찾고, 특수제품을 이용해서 막아주는 것이다. FFP까지 하면 피만 해도 8800cc가 들어갔지만 1600cc를 추가로 타 와서 인터벤션실로 끌고 올라가기로 했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했다곤 하지만 피나는 사람한테 가장 좋은 것은 다른 사람의 피밖에 없다.





피가 준비되는 동안 보호자분을 찾았다. 코로나 시국이라 응급실에 보호자가 상주할 수 없었다. 그런데 - 이렇게 위중한 상황이면 폐렴 증상이 없을 시 보호자가 입실이 가능할 텐데 왜 보호자가 없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간호사 선생님께 보호자분 연결을 부탁드렸다. 그런데 내 바로 옆에 앉아계신 분이 보호자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평온했던 내 또래 남자의 모습이 , 내가 예상한 보호자분의 모습과 괴리감이 있어 눈치를 못 챘던 것이다.


어머님 상황에 대해 설명 들으셨나요. 심정지 되신 것을 발견하시고 1시간가량 심폐소생술 하셨다고 하셨죠. 상황이 매우 안 좋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원인을 알 수 없지만 간에서 피가 계속 나고 있고, 이걸 1분 1초라도 빠르게 해결해줘야 합니다. 이해되시나요. 수혈을 지금까지 8L 넘게 했고 훨씬 더 하게 될 겁니다. 그 정도로 피가 났다는 말이에요. 일단 혈관에 관을 넣어서 피가 나는 혈관을 막아주는 시술을 진행할 겁니다. 그게 실패하면 바로 수술방으로 이동해서 배를 열고 피가 나는 간을 절제할 겁니다. 시술이 정말 완벽하게 끝난다고 하더라도 이미 너무 많은 출혈로 인해 다른 장기들이 허혈성 손상을 입었을 겁니다. 간은 물론이고, 뇌 심장 신장들이 손상을 입었을 겁니다. 출혈이라는 원인 교정이 완벽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런 장기들이 손상을 입은 것에서 어머님께서 회복하시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혈이 완벽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돌아가실 수 있다는 말씀이에요. 이해되시나요.


말을 하면서도 이해되시는지 몇 차례 되물은 이유가 있는데, 보호자분께서 내 말에 너무 집중을 못하시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경황이 없는 보호자분이랑은 결이 달랐다. 이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느낌. 하지만 그런 느낌에 신경을 쓸 만큼 상황이 여유롭진 않았다.



당직 교수님께 노티를 드리고 인터벤션실로 갔다. 혈관에 조영제를 쏘고 조영제가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하는 검사의 특성상, 피가 나고 있을 때 시술을 해야, 출혈 부위를 찾아 지혈이 가능하다. 피가 낫다, 안 낫다 하는 경우에 시술할 때는 출혈부위가 안 보이고, 중환자실로 돌아오면 또 피가 나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 종종 벌어진다.


말이 좀 이상하지만, 다행히도 피가 나고 있었고 불행히도 피가 엄청나게 나고 있었다. 시술은 2시간가량 소요됐고, 성공적으로 지혈이 되어 응급실 소생실로 돌아왔다. 바로 중환자실로 갔으면 좋았겠지만 중환자실에 들어갈 환자가 너무 많아 자리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기관삽관이 되어있는 환자를 이송할 때는 Portable ventilator (휴대용 인공호흡기)를 쓰거나 ambu-bagging (직접 공기주머니를 짜면서 호흡시키는 것)을 한다. 이 분은 Ambu-bagging을 했고 직접 손으로 공기주머니를 짜면서 이동했다. 손에 돌아오는 감각으로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소생실로 돌아와서 인공호흡기에 60과 70 사이를 움직이는 숫자를 보고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걸 이해하려면 약간의 설명이 필요한데


보통 사람이 숨을 쉴 때, 여러 근육이 작용하면서 가슴 공간에 공간이 늘어나고, 상대적으로 압력이 낮아지면서 공기가 빨려 들어가는 음압 호흡을 한다.






그런데 자발 호흡이 안 되는 사람의 호흡근을 움직이게 할 수 없으니 (최초의 인공호흡기는 사람을 드럼통에 넣어서 몸 전체에 음압을 걸어주는 식이었지만) 기도에 관을 넣어서 양압 호흡을 하는 것이다.


공기를 주입하는 식으로 숨을 쉬다 보면 허파가 늘어나거나, 허파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허파는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압력 수치를 웬만해선 3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60~70 이라니. 앰부배깅을 할 때 공기가 안 들어가서 , 공기주머니가 돌덩이처럼 느껴지는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설마 60이 넘을 거라곤 상상을 못 했다. 배에는 피가 꽉 차 있어서 남산만큼 부풀어 올랐고, 그 압력이 가슴을 밀고 올라오다 보니 아무리 숨을 쉬려고 해도 공기가 안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 상황이 무서운 이유가

1. 산소 공급, 이산화탄소 배출이 안 되고 있음.

2. 허파라는 풍선이 압력 때문에 실시간으로 터지고 있음.

3. 숨을 쉬기 위해서 가슴 공간에 그 정도로 압력을 주다 보면 가슴 가운데 있는 심장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심장이 압력을 받으면서 제대로 뛰질 못 함.

등등 이 있었다.



(진짜 의료인이 보면 깜짝 놀랄 만큼의 간단한 설명. 궁금한 점 댓글로 달아주시면 자세하게 설명해드립니다. 반박 시 님들 말이 맞습니다.)




- 교수님... Tidal (1회 호흡량) 300mL으로 했는데도 Pressure 60 넘어요....... 이거 열어야 할 것 같은데요...


이 말은, 지금 배를 열어서 피를 빼든, 장기를 바깥으로 빼두든 복강 내 압력을 해결해서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주자란 의미였다. 근데 사실 이게 부담스러웠던 이유가 환자는 DIC에 빠지고 있을 게 저명했기 때문이다. DIC까지 설명하면 이게 수필을 쓰는 건지, 교양서적을 쓰는 건지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에 DIC에 대한 설명은 생략. 쉽게 말하면 피가 엄청나서 피가 더 나는 악순환에 빠진 상태였다는 것이다. 배를 열어주는 그 행위만으로 피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진행해야 했다.


그런데 일단 산소포화도는 유지가 되고 있었고 동맥혈 채혈검사도 이 정도면 버틸 순 있었다. 승압제 요구량도 조금씩 낮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했던 문제점 1번(산소/이산화탄소 배출) 3번(심장이 압력 받아서 못 뜀)은 어느 정도 지켜볼 수 있다고 판단. 게다가 이런 수술을 응급실에서 하기엔 너무 준비가 안 되어있을 것 같고, 수술실 가기에는 너무 위험하고, 어차피 중환자실 올라갈 테니 거기서 진행하기로 했다.

사진은 출혈이 아닌 장기가 썩고 부풀어 올라서 생긴 복강 내구획 증후군


중환자실에 전화를 걸어서 도착하자마자 배부터 열어야 할 것 같다고 준비 좀 부탁한다는 전화를 했다. 이럴 때 일 수록 보호자 면담이 중요하기 때문에 보호자분을 찾았는데 보호자분이 안 보였다. 전화 연결을 하니, 잠깐 병원 밖을 나가서 산책 중이셨다고 했다. 정신이 아득해졌지만 일단 지금부터 추가로 할 시술에 대한 설명을 드리고 동의서를 받아야 하니 얼른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 달라고 말씀드렸다.


전화통화를 마치고 소생실로 들어가자 상태는 달라져있었는데, 산소포화도가 뚝뚝 떨어지고 피부조직의 색깔이 보라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조직이 원하는 만큼 산소공급을 못 하고 있었다. 허파가 버티고 버티다가 끝이난 것이었다.


그 타이밍에 중환자실에서 전화가 걸려왔는데, 중환자실내에서 개복을 하는 행위를 할 순 없고 그런 일을 하려면 수술실에 가서 하라는 전화였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이런 전화가 오는 것을 보면, 응급실에서 하나, 중환자실에서 하나, 준비되는 수준은 비슷할 것 같고 그렇다면 허파 넘어간 마당에 일찍 하는 게 좋지 않나?"라는 판단이 돼서 바로 전화를 끊고 교수님을 불렀다.


- 교수님, 중환자실에서 연락이 왔는

- 어 00아, 여기서 열자. 소독해


원래 이 교수님은 전공의들한테 항상 존댓말 쓰시고 00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시는 분이셨는데, 처음으로 이름으로 부르시는 것에서도 상황의 경중을 알 수 있었다.




빠르게 소독하고 복벽 조직을 하나하나 확인한 뒤에 손상을 최소화하며 열었다. Fascia를 확인하고 심호흡 한 번 한 다음 incision을 냈다. 수혈을 한 만큼 피가 났다고 단순하게 계산을 해본다면 배 안에는 15L에 피가 있을 거고, 그 압력은 60~70 cmH20 였을 터였다. Incision 사이로 왈칵왈칵 피가 나왔다. 아무리 외과의사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많은 피를 보면 일종의 흥분상태에 빠진다. 뱃속에 있는 피를 5분가량 계속 손으로 걷어내다가, 이게 지금 "혈종 제거술 및 지혈술"이 아니라 "복강 구획증후군 해결을 위한 복부 창냄술" (아니 한글이 더 어렵네)였음을 깨닫고 인공호흡기를 확인했다. 산소포화도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1회 호흡량을 유지하기 위한 인공호흡기 압력도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더 이상의 조치는 출혈만 야기할 것으로 생각되어 수술을 종료하고 아이오반을 덮어뒀다.



수술 직후에는 활력징후가 돌아왔다. 숨도 멀쩡하게 쉬었고, 허혈성 손상을 입어 보라색으로 변하던 피부조직들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우리 판단이 맞았다는 짜릿함도 있었는데, 말 그대로 급한 불을 끈 것이었지 상황은 더 좋지 않았다. 지혈하기 위해 간으로 가는 혈류를 많이 차단해뒀기 때문에 간이 입을 허혈성 손상도 걱정이 됐고, 애초에 심정지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다른 뇌 , 심장 , 신장 등등 많은 장기들이 회복할지가 걱정됐다. 그 와중에 다시 재출혈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고, 복강 내 남겨두고 온 혈종들이 감염원으로 작용할 것이며 혈종들이 흡수되면서 안 그래도 힘들어하는 간에 큰 부담을 줄 것이다. 또 그리고 배는 열려있고 "피부"라는 보호벽이 없기 때문에 감염관리도 훨씬 어려울 것이다. "이거 할 수 있을까...?" 싶어서 다시 보호자분 면담을 했다. 너무 급한 상황이라 수술 전에 못 받아둔 동의서도 받았다. "오늘 하루는 병원에 계셔야 한다", "아까도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병원에 계시지 않으면 방금 전 같이 치료방향을 급하게 결정해야 할 때 상의를 할 수가 없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다시 한번 말했다.


중환자실에 올라와서 여러 검사를 다시 했다. 새벽 내내 난리를 친 것이 우스워질 정도로 다발성 장기부전에 빠르게 빠지고 있었다. CRRT / ECMO 등 해볼 만한 것들은 있었지만 의미는 없을 것으로 생각됐다. 담당 교수님이랑 상의 후 보호자분께 다시 상태 설명을 드리고 어디까지 치료를 하실 것인지 논의해보기로 했다. 중환자실 바깥 보호자 대기실로 나가봤는데도 보호자분이 보이지 않아, 담당 간호사 선생님 통해 중환자실 앞으로 잠시 와달라고 말씀을 드렸다.


- 000님, 보호자 분이시죠? 병원에 계시죠? 환자분 상태가 위중하셔서 상의를 해야 할 게 있어서 중환자실 앞으로 와주실 수 있으세요? 네? 출근하는 중이시라고요?


본의 아니게 통화를 엿듣다가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서 전화를 바꿔달라고 했다. 뛰어가면 20분 뒤에 중환자실에 도착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전화가 바로 끊겼다. 20분 동안 기다리면서 생각에 빠졌다. ' 내 설명이 부족했나? ' ' 충분히 강하게 말했다고 생각하는데 더 세게 말해야겠다. ' ' 무슨 사정이 있으신가? ' ' 오늘 토요일인데 무슨 출근을 하신다는 거지? ' ' 와 그러고 보니 오늘 토요일이라 다행이다, 평일이었으면 정규에 해야 하는 일이랑 수술 싹 다 밀렸겠다. ' 등등


20분 정도 지나니까 계단으로 헐레벌떡 뛰어오시는 보호자분이 보였다. 지금까지 봐왔던 보호자분이랑 계단으로 헐레벌떡 뛰어오시는 모습과의 차이가 있어 순간 "일란성 쌍둥이셨나?"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20분 동안 세워뒀던 작전대로 나는 훨씬 더 강하게 말했다. 보호자분, 최대한 노력을 해보고 저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다 해봤는데.... 걱정했던 부분들, 어머님께서 이겨내 주실 것이라고 기대했던 부분들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오늘 돌아가실 겁니다.


이전과는 다르게 오열하며 쓰러지시는 보호자분께 시간을 드렸다. 조금 진정이 된 다음에, 하고 싶으신 말씀이나 궁금하신 점을 여쭤보기 위함이었다. 워낙에 갑작스러우셨을 테니까 시간을 좀 더 드린 이유도 있는데, 아드님께서 뭔가 눈물을 쏟고 얼굴은 일그러졌지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오른손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고 내 눈치를 보는 듯하며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느낌.


- 혹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 선생님, 저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사실 엄마가 1시쯤에 그렇게.... 아무튼 그렇게 되기 전에.... 10시쯤에... 드라마 보다가 실신하셨거든요.

-????!!!!

- 그때 혹시 병원 가자고 했는데... 저 오늘 출근도 해야 되고... 아니 그래서 그래서, 병원 하 씨발.. 응급실 안 가고 오늘 아침에 병원 가려고 한 건데.... 그때 병원 왔으면 살았나요??


그제야 내 앞에 마주해있는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을 내 또래 남자인데, 갑자기 1시에 어머니가 심정지 일으켜서 자기 손으로 1시간 심폐소생술, 1시간 동안 마라톤을 뛴 상태라 힘들어 죽겠는데 엄마가 오늘 돌아가신다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납득이 안 되는 상황에서 원인을 찾아보려고 했을 것이고 불과 몇 시간 전 드라마보다 실신하셨던 사실이 떠올랐을 것이고, 그때 병원에 모시고 가지 않았던 자기가 생각났을 것이다. " 아 응급실...? 그냥 내일 가.... 지금은 괜찮지? 나 내일도 회사가..." 등의 대화를 하지 않았을까? 그게 마지막 대화였을 것이고 어머님의 죽음에 일조했을 수도 있단 생각에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을 것이다.한창 시술하네 뭐네 하는 이상한 소리를 할 때, 병원이 끔찍하게 꼴 도보기 싫어서 산책 나간 것 일거고,시술은 잘 끝났는데도 돌아가실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들을 때는, 도저히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출근을 하러 가신 것이다.


그 질문을 듣자마자 위와 같은 상황이 머리에 그려졌다. 정말 10시에 병원으로 오셨다면 살릴 수 있었을지는 의학적으로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 음... 아뇨. 10시에 바로 오셨다고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나 진짜 절대 절대 이런 거 하는 의사가 아닌데, 나도 모르게 한 번 꼭 안아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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