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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dro Oct 31. 2021

3. 신입사원 연수 목적은?

세뇌, 학생 물 빼기

드디어 꿈에 그리던 회사 입사에 성공하였다. 첫 관문은 바로 신입사원 연수였다. 지금은 코로나 시국 때문에 모든 집합 교육이 취소되어서 요즘 신입사원은 알기 힘들겠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신입 공채 사원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합숙훈련을 했다. 그곳에서 회사의 핵심가치와 조직 생활 문화 등을 가르치는 일종의 정신교육을 실시하였다. 기간은 약 한 달 동안 진행되었다. 그 당시 나는 집돌이였기 때문에 집에서 떠나 한 달 동안이나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고 생활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너무나 가기 싫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기에 신입사원 연수가 있는 리조트로 출발하였다.


당시 내가 연수를 마치고 느낀 신입사원 연수의 목적은 세뇌와 학생 물 빼기였다.


첫 번째 목적인 세뇌는 바로 회사에 대한 로열티 주입이었다. 회사는 이윤을 추구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모여서 하나의 과제를 완성하여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월급으로만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조직에 대한 충성심으로 직원들의 퍼포먼스를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신입사원들은 백지상태이다. 기존 직원들은 로열티를 끌어올리기 어렵지만 신입사원들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따라서 신입사원 연수 주최 담당자들은 기업의 핵심가치나 오너 경영의 중요성 등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신입사원들에게 주입시키려고 노력하였다.


두 번째 목적인 학생 물 빼기는 그야말로 나태하고 방탕하게 살아온 학생들의 군기를 잡기 위한 방법이었다. 보통 학생들은 기상 시간이 늦다. 밤새 게임하거나 술 먹고 놀다가 늦게 일어난다. 회사는 지각을 제일 싫어한다. 따라서 아침 일찍 기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연수 당시 우리는 새벽 6시에 기상하여 연병장 구보를 실시하였다. 마치 군대 문화와 흡사했다. 모든 신입사원은 동일한 체육복을 지급받아 입고 다녔다. 하루는 체육복 주머니에 손을 넣고 숙소 내 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때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선배 사원분이 저에게 ‘입수 금지’라면서 위압적으로 말씀하셨다. 난 군미필자였기 때문에 ‘입수금지’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분위기와 말투로 봐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것 때문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어쨌든 알아듣지 못하는 용어로 위압적으로 신입사원을 대하는 것에 문화적 충격을 느꼈던 것 같다. 나중에 들어보니 역시나 군대에서 쓰는 용어였고 ‘바지 주머니에 손 넣기 금지’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신입사원 연수라는 것이 결국 군대 문화의 축소판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공대생으로써 한정된 인간관계만을 가지고 있던 나는 신입사원 연수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다양한 전공의 다양한 계열사에서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소심한 부적응자인 나와는 결이 다른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신입사원들이 눈에 띄었다. 선입견일 수 있겠으나 보통은 경영 계통의 문과생들이 그랬던 것 같다.   


희한하게 공대생들은 나와 비슷하게 구석을 좋아했다. 지금 기업 문화는 다른 것 같지만 그때만 해도 외향적이고 적극적이며 놀기 좋아하고 말 잘하고 활달한 성격이 사회생활을 잘하고 기업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리고 신입사원들을 그러한 방향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부적응자인 나와는 달리 연수가 진행되면서 연수 프로그램에 동화되고 열광하는 신입사원들이 늘어났다. 마치 종교집단을 보는 느낌이었다. 소름이 돋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집단주의라는 것이 이렇게 무섭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때는 좀 어리기도 했고 사회 부적응자 스타일이기 때문에 오버해서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하여간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지금 와서 느끼는 것은 그때 적극적이고 열광적으로 연수 프로그램을 참여했던 많은 신입사원 분들의 느낌과 생각을 듣고 싶다. 나이 들어서 느끼는 것은 뭐든지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연수 프로그램의 순기능도 얼마든지 많이 있을 수 있는데 나의 부정적인 감정이 신입사원 연수를 비하하는 것으로 보일까 봐 조심스럽다.


하여간 신입사원 연수 종료 후 나의 학생 물 빼기 작업은 성공한 것 같다. 어쨌든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그것 만으로도 신입사원 연수는 엄청난 가치가 있다.   


커버 사진: © homajob,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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