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첫 출근, 부서 배치 교육
부서 배치의 중요성
드디어 회사 첫 출근을 했다.
그 당시 나는 얼떨떨하고 조마조마하고 불편한 느낌으로 첫 출근을 맞이했다. 첫 출근의 느낌은 누구라도 비슷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것은 소심한 나에게는 첫 직장생활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불편한 긴장감을 더 유발했다.
첫 출근의 긴장 요소 중 하나는 출근 버스 탑승이었다. 집은 서울이고 회사는 경기도에 있는 관계로 출퇴근은 통근 버스로 해야 했다. 출근은 오전 8시까지 해야 했으므로 버스가 가는 시간을 고려하여 오전 6시에 집 근처에서 탑승을 해야 했다. 통근 버스를 놓치면 대중교통으로 2시간 넘게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통근 버스를 놓치면 큰일이었다. 너무 긴장을 해서일까. 오전 5시에 눈이 떠졌다. 그리고 10분 일찍 버스 탑승 장소에 나가서 혹시 버스가 안 오면 어떡하나 걱정하면서 버스를 기다렸다. 다행히 버스에 무사히 탑승할 수 있었고 역사적인 첫 출근에 성공하였다.
첫 출근 후 며칠간은 같은 센터 내의 동기들과 인사팀 주관 교육을 받게 되었다. 교육은 회사 생활에 꼭 필요한 정보 및 각 부서의 전략적인 업무 소개를 받은 후 마지막에 부서 배치를 신청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그 당시는 부서 배치가 어느 정도로 중요한 것인지 나는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 그때의 한 순간의 선택이 최소 향후 몇 년간 함께 지낼 사람들과 내가 수행해야 할 업무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동기들은 부서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단지 그때 받은 업무 소개가 우리가 알 수 있는 모든 정보였다. 따라서 그때 받은 교육을 바탕으로 약간 찍듯이 운에 맡겨 부서를 선택하는 수밖에 없었다.
드물게는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입사 전부터 정보 조사를 통해 가고 싶은 부서가 명확하게 있는 똑 부러진 동기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은 겪어봐야 아는데 그 부서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는 그 똑 부러진 동기도 알 도리가 없었다. 내가 수행해야 할 업무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함께 하게 될 선임들이 훨씬 중요하다. 결국에는 업무의 선호도보다는 어떤 팀 멤버를 만나느냐에 따라 동기들의 향후 회사 생활의 평탄도가 결정되었다.
그 당시 그 똑 부러진 동기도 업무는 마음에 들었지만 괴롭히는 선배 한 명 때문에 회사 생활이 많이 괴로웠던 기억이 있다. 이런 면에서 무슨 일이든지 실력이라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운이라는 것이 인생에 중요한 요소인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첫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 회사 사정에 의해서 아이템이 바뀌면 팀의 재배치가 일어난다.
평생을 함께 하는 직장 동료, 선후배는 결코 없다. 만약 배치된 업무가 안 맞거나 나를 괴롭히는 선배 때문에 괴로운 신입사원이 있다면 부디 희망을 가지기 바란다. 물론 지금 상황이 힘들면 어느 말로도 위로가 안 되겠지만 회사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본인의 실수로 선배나 심지어 팀장님께 찍혔어도 당장은 힘들겠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본인 의지에 따라 다른 사람들과 다른 업무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분명히 주어지기 마련이다. 있는 자리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입지를 다지라는 말은 쉽게 못 하겠다.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쉽지 않은 길이다. 때로는 피하거나 버티는 게 상책인 경우가 많다.
끝까지 버텨서 살아남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