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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dro Nov 13. 2021

7. 업무 시작 - 드디어 야근 시작

모든 공식적인 교육이 끝나고 드디어 부서에 배치되었다. 우리 부서는 신기술을 적용한 장비를 개발하는 부서였다. 나는  부서에서 프로그램 개발 업무가 할당되었다. 배치된 부서의 2 선배가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이미 하고 있었고 나는  선배의 일부분을 백업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처음부터 프로그램 개발에 바로 투입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일단 나에 대한 테스트를 위해 간단한 모듈 개발에 대한 임무가 주어졌다. 나는 전기공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대학원 때는 전력계통을 전공했었고 c언어는 알고리즘 구현을 위한 로직 개발 경험이 전부였기 때문에 장비에 적용되는 프로그램 개발은 매우 생소한 분야였다. 하지만 그때는 두뇌도 싱싱한 시기였고 무엇보다 칼퇴에 대한 열망이 엄청났기 때문에 칼퇴를 위해 선배가 주어진 과제를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자 노력하였다.  과제는 매우 단순했다. 윈도 프로그램에 색깔 버튼 만들기, 메뉴 구성하기 등등이었다. 


단순한 과제를 처리하자 과제의 난이도는 점점 더 올라갔다. 높은 난이도의 과제를 완수해 나가자 이제는 실제 장비에서 쓰이고 있는 프로그램의 일부를 맡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서 진행되고 있는 과제의 업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자연스럽게 칼퇴는 힘들게 되었다. 점점 더 야근을 하는 날이 늘어났다. 우리 부서는 나를 포함 총 5명의 구성이었다. 수석연구원 직급인 부서장 한 분, 책임연구원 한 분, 대리급 두 분, 신입사원인 나였다. 불행히도 나를 제외한 모든 인원이 야근을 하고 있었다. 처음 업무가 시작되었을 때 나는 우리 부서의 과제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다. 그냥 시키는 일만 수동적으로 할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직 관심은 나에게 주어진 일을 빨리 끝내고 퇴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신기술이 적용된 장비 개발 업무에 작게나마 투입이 되자 다른 사람과의 일에 엮이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내가 하는 업무에 대한 결과가 있어야 전체 일이 진행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일의 진행 사항도 알아야 하고 일정을 맞추기 위해 야근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야근은 해도 주말 출근만은 어떻게든 안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 기간도 몇 개월 가지 못했다. 나를 제외한 모든 부서원들이 이미 토요일 출근을 하고 있었다. 토요일은 통근 버스가 없었다. 서울인 우리 집에서 경기도까지 가기 너무 힘들었다. 어느 날 부서장님이 나를 부르셨다. 느낌이 안 좋았다. 역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부서장님께서는,


“다른 사람은 다들 토요일에 출근하고 있는데, 너도 할 일이 없더라도 보조를 맞추기 위해 나와야 하는 것 아니겠니?”


아주 강압적인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할 만한 지시도 아니었다. 당시 나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일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토요일에 나와서 일하는 것이고, 일이 없는데 남들 기분 맞춰주기 위해서 굳이 출근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불합리한 것 아닌가?’


그 당시 나는 소위 말하는 사회성이 부족했던 것 같다. 굳이 다른 사람의 기분을 맞춰줘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회사에서는 주어진 일만 충실히 하면 되는 것이지 왜 내가 다른 사람의 기분까지 맞추기 위해 일도 없는데 주말 출근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요즘 기업 문화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다. 지금 내가 속한 조직에 국한하자면 일단 주말 출근 자체가 거의 없기도 하지만 굳이 다른 사람들 눈치 때문에 주말에 출근하는 문화 자체가 없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윗사람 눈치 보는 문화가 존재했다. 이러한 문화가 집단주의 문화의 단면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전히 불합리한 면이 많지만 그래도 기업 문화가 합리적인 방향으로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개인주의의 보편화의 영향이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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