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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인생의 재발견#03.근로수명을 늘려라(1)

(이미지 출처: unsplash)



산업 생태계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숨가쁜 경쟁과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온 디지털 물결이 너무 거세다. 제조, 금융, 서비스, IT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본업에 신기술을 접목시키려 하면서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오픈 이노베이션도 많아졌다. 또 새로운 환경과 기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유연한 조직체계,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기존의 조직 구조와 제도를 재편하는 분위기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인수합병과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해 사업과 기술을 가져오는 방식도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한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2021년 재계의 인사 키워드는 단연 ‘세대교체’였다. 삼성전자에서는 45세 부사장, 37세 상무가 탄생했고, SK하이닉스에서는 46세의 인수합병 전문가가 사장에 선임됐다. LG그룹 또한 상당히 젊어졌다. 40대 임원 비율이 52%로 절반을 넘어섰다. 국내 최대 금융기관 중 한 곳은 60년대생 임원 대부분을 퇴진시켰다. 이런 흐름이 재계 전반에 보편화되었다는 점은 숫자가 증명한다. 2021년 3분기 기준으로 국내 30대 그룹 임원 7,438명 중 약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46.8%가 1969~1979년생인데, 이 숫자는 불과 2년보다 19.5% 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소위 전통산업이라고 하는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이나 금융업이 이런 상황이니 IT기업이나 바이오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더해 대기업 총수 일가의 세대교체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젊어진 기업의 총수들이 자신의 측근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진행됐다는 거다. 젊어진 총수와 핵심 경영진의 세대교체는 50대 직장인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디지털 물결, 산업 생태계의 변화, MZ세대의 부상 그리고 세대교체 등 바람이 너무 거세다. 그 과정에서 변화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고, 적응력이 떨어진 50대 직장인들이 설자리가 너무나도 좁아졌다. 이들이 가진 경험이, 이들이 보여준 성실함과 충성심이 더 이상 경쟁력이 되지 않는 시대가 된 거다.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듯이 조직도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다. 조직개편, 구조조정 등 조직은 생존을 위해 충성스럽던 직원의 일자리를 빼앗고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집어엎었다. 


“나이를 먹더라도 뇌는 젊어야 한다.” 


기술 변화에 당황해하고,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도, 그걸 따라 잡고자 특별히 노력하지 않는 중년들을 향한 어느 대기업 CEO의 일침이다. 기분 나쁘지만, 딱히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마음이 더 무겁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드라마 ‘미생’에 나온 유명한 대사다. 퇴직 후 경험하는 세상이 얼마나 팍팍하고 치열한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구절이다. 지나친 감이 있지만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 


"규모는 작았지만 착실하게 잘 다녔는데 하루아침에 쫓기다시피 회사를 나오게 됐습니다.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막막했죠. 퇴직금과 대출 1억 원을 더해 작은 고깃집을 차렸습니다. 식당 창업은 갈 곳 없는 저에게 '마지막 일자리'였고, 우리 가족에게는 '유일한 생계수단'이었습니다. 집에서 아이만 보던 아내도 사람을 고용하면 인건비가 많이 나가니 일손을 거들겠다고 나섰고, 열심히 하면 밥은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만만치 않네요. 빚은 늘었고 식당은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주위에선 비난도 합니다. 자영업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왜 식당을 차렸냐는 비난이죠. 회사서 나와 혼자가 됐을 때, 나 같은 사람도 일할 수 있는 곳이 많은 그런 나라였다면, 장사에 뛰어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시아경제, 2018.09.26)


‘고깃집 차린 지 2년도 안돼 폐업, 그의 절규 자영업 미친 짓, 마지막 생계수단’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발췌한 폐업한 서 모씨(52)의 인터뷰다. 한 편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남의 일이라고 무심코 넘기기 어려운 게 우리네 현실이다. 자영업은 퇴직 이후 가장 대표적인 선택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는 거다. 그 수가 570만 명(2017년 기준) 정도인데, OECD 회원국 중 6번째로 자영업자 비중이 높고, 미국의 4배, 독일과 일본의 2.5배로 지나치게 높다. 


또 우리나라의 자영업은 서민들의 마지막 생계 수단으로 생기다 보니 근본적으로 과다 경쟁 체제일 수밖에 없다. 통계청 자료에서도 이런 암울한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에 생긴 기업 중 1인 기업이 95만 9천개로 90.5%를 차지했고, 매출 5천만 원 미만이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대부분 혼자 창업하고, 영세한 구조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 2019년 기준 1인 기업의 1년차 생존율은 64.8%, 5년차 생존율은 32.1%였다. 특히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일수록 생존율도 낮다는 점이 문제인데, 가장 대표적인 창업 아이템인 음식점의 경우 최근 10년간 신규 창업 대비 폐업률은 90% 수준이었다. 


폐업률만 문제가 아니다. 2021년 9월 말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887조 5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4.2% 늘었고, 전체 가계대출(10.0%)의 증가 속도보다 빠르다. 1인당 대출은 평균 3억 5000만 원으로 비자영업자의 4배에 육박한다. 물론 자영업자의 대출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의 부채가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부정적인 전망은 또 있다.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취업이 어려워진 청년층이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또 740만 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 되면서 마지막 탈출구인 생계형 자영업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들이 쉽게 자영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영업은 마지막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나와서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죠.
그러니까 프랜차이즈 닭 튀기는 거예요. 직원 안 쓰면 겨우 생활은 해요.
한 달에 한 300~400은 나온다니까. 근데 생활의 질은 엄청 떨어지는 거예요.
 그냥 계속 닭만 튀겨내는 거예요. 삶이 팍팍해지고, 불쌍해지는 거예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내몰리기식 창업을 하는 게 현실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대리→과장→(부장)→(임원)→치킨집 사장’의 ‘닭튀김 수렴 공식’이란 자조석인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치킨집’으로 대변되는 전통 자영업은 이미 한계에 봉착한 모습이다. 


(다음 편에 계속...)



이 글은 작가의 책 

'오십, 인생의 재발견'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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