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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심리#14. 리더가 인지능력 떨어지면...

(이미지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매일경제)


열정적으로 일하고, 다른 동료들보다 유능하며, 경쟁 상황에서 더 많은 성과를 만든 사람이 대부분 승진하고 리더의 자리에 오른다. 리더의 위치까지 승승장구하는 사람들이 훌륭한 리더로 계속 그 자리에 있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여러 중요한 역량이 있겠지만, 연구 결과의 핵심은 인지(cognition)능력이다.


인지는 사물을 인식하고 기억하며 추리해서 결론을 얻어내는 등의 정신적인 과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지가 리더십과 연결되는 지점은 개념화 능력 및 문제해결 능력이다. 어떤 문제가 주어졌을 때 추상적인 개념과 논리적인 사고를 이용하여 문제 상황을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추론과 추정을 통해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을 실행·평가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인지능력이 뛰어난 리더는 조직이 나아갈 방향성을 명확히 알고, 일의 목적과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하며, 업무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중요한 것에 집중한다. 또 복잡한 상황에서도 핵심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의사결정을 미루지 않는다.


반면에 인지능력이 떨어지면 핵심이 아닌 일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게 된다. 또 목적과 목표가 분명하지 않다 보니 구성원들은 보고서 내용보다 형식을 갖추는 일에 공을 들이고, 보고받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계속 고치고 편집하느라 손발이 고생한다. 그 결과 조직은 비효율이 증가하고, 리더는 무시당한다. 


"너무 디테일하게 컨트롤하지 마시고,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목표나 방향만 정확히 잡아주시면 좋겠어요. 저희도 다 알아서 할 수 있거든요."(A과장)


리더의 인지능력이 더 중요한 이유

첫째, 이러한 인지능력은 조직에서 승진할수록 더 중요해진다. 더 어렵고, 더 중요하고, 더 복잡한 상황에서 좋은 의사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한된 시간과 자원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의 방향을 분명히 하고, 핵심 파악과 우선순위 설정이 전제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가 정말 똑똑해야 한다. 한참 진도가 나간 과제에 대해 중간에 방향을 틀게 되면 일하는 사람도 지칠뿐더러 자원의 낭비 역시 상당할 것이다.


둘째, 리더의 인지능력은 구성원들의 일에 대한 동기부여와 몰입을 위해 중요하다. 2020년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5대 리더십 항목 중 1위가 업무 전문성이었다. 리더의 전문성이 일과 삶의 균형 지원, 인재 양성에 대한 관심, 칭찬과 인정의 코칭, 수평적 소통보다 더 높았다.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목적, 목표, 핵심에서 벗어난 일에 에너지를 빼앗긴다. 또 구성원들은 일의 의미와 성취감을 상실한 채 무기력해진다. 여기에 반복되는 보고서 수정,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 때문에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 힘들어지고, 전문성이 없는 인정과 칭찬은 조종이나 사탕발림으로 들리면서 상사와의 신뢰에도 균열이 생긴다. 20·30대 구성원은 일과 삶의 균형이나 금전적 보상을 중요하게 생각할 뿐만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훌륭한 상사'와 '좋은 관리' 아래에서 배우고 성장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원하는데,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한 전제조건 중 하나가 리더의 인지능력이다.


인식·기억·추리 통한 정신 과정
의사 결정과 문제해결능력 좌우
관리자 오른 후 실무서 손 떼면
업무전문성·리더십 덩달아 뚝뚝
리더 새로운 인지력 키우려면
호기심·탐구정신·치열함 필요


인지를 개발하지 않는 리더들

그런데 보통 리더가 된 후에는 본인의 인지능력을 개발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예전의 경험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오히려 인지능력이 더 필요한데 말이다.


 "부서장이 되고서는 본인이 안 하고 일을 시키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대충 던져주고 자기는 앉아서 체크만 하는 거죠. 그런데 일을 계속 시키기만 한 사람은 어느 순간 할 줄 아는 게 없어져요."(B부장) 


"그분들은 바쁘게 일을 한다고 생각하시지만, 정작 그 일이라는 게 관리감독이거든요."(C차장)


한국의 많은 관리자들은 실무에서 너무 일찍 손을 놓고, 현장과 일찍 멀어진다. 안정적인 기업들일수록 관리자가 되면 대부분의 일을 구성원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결재만 한다. 심지어 문제를 대충 이해하고 대충 지시한 후, 구성원들이 보고서를 가져다주면 그때부터 고민을 시작하기도 한다. 그 결과 한창 전문성을 기르고 인지능력을 확장시켜야 하는 시점에 현장에서 멀어지니 차별적인 전문성도, 창의적인 문제 해결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직접 경험하고, 고민하고, 지식을 새롭게 만드는 수고를 계속하지 않으면 지식노동자의 생산성은 순식간에 퇴화한다.


인지능력을 향상하려면 뭘 해야 하나

인지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기존의 인지는 정답 찾기 방식이었다. 주로 이해와 기억에 의존하여 '밝혀진 사실에 대해 내가 얼마나 많이 아는가?' '남들이 알고 있는 것을 나도 알고 있는가?'에 초점을 뒀다. 대표적인 것이 강의실과 책에서 배웠던, 즉 검색하면 알 수 있는 지식이다. 또 이와 유사한 지식이 뛰어난 경영자나 전문가들이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에 대해 쉽고 빠른 해결책을 제시한 것처럼 묘사된 벤치마킹 자료나 성공 사례다.


물론 좋은 이론을 심도 있게 학습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성공·실패 사례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만 어떤 결과에는 그 결과를 둘러싼 상황과 맥락의 힘이 큰 영향을 미친다. 모든 성공 혹은 실패 사례는 특정 상황과 밀접하게 결부돼 있고, 이런 복잡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과 맥락을 제거한 사례의 해결책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대로 복제하는 것은 좋은 결과를 만들기 어렵다. 다른 맥락 조건에서는 다른 결과를 야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책으로 세상을 배운 똑똑한 사람들은 업무 과제도 학문 지능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와 거의 같은 것으로 보고, 논리적 경영 방식이나 기술적 경영 방식을 사용하려고 한다. 이것은 상황을 자세히 살피지 않고 모든 문제에 공통된 방법을 적용하는 것과 같다." 플로리다대 심리학과 교수인 리처드 바그너의 말이다.


이제는 새로운 인지가 필요하다. 이는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방식의 인지로 '밝혀지지 않은 문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풀 수 있는가?' '새로운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둔 것이다. 새로운 방식의 인지능력이 확장된다는 것은 기억과 이해 중심의 인지에서 차원을 달리한 분석과 적용, 창조가 인지의 주요한 기능이 된다는 의미다.


새로운 인지는 전공과 부문의 경계를 뛰어넘는, 자기만의 규칙과 문제해결 패턴을 발휘하는 인지로 작동한다. 이러한 새로운 인지능력을 키우려면 호기심, 탐구정신, 치열함 등이 필요한데 이는 리더 자신의 노력으로만 해결이 가능하다. 세상은 변했고, 훌륭한 리더가 되는 길이 점점 어렵고 힘들어지고 있다.



이 글은 필자가 매일경제(리더가 '인지능력' 떨어지면 … 일의 목표 몰라 구성원만 고생 [트라이씨 기업심리학] - 매일경제 (mk.co.kr))에 기고한 글(2023.4.13)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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