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발을 마시면 과거로 들어가는
대폿집이 어딘가 있답니다.
당신의 모니터는 자꾸 오류라고 경고하겠지만
무시하고 들어가야 할 겁니다.
어쩌면 그 곳은 방전된 메모리 덤프라든가
베드 섹터로 구분되어 있던
하드 디스크 어드메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날이면 의례 산발하고
알 수 없이 중얼거리며 걷던 옆 동네 여자랑
쉰 목소리로 골목을 돌던
합수 푸는 영출이 아제.
학교 길 석유 가겟집 큰 셰퍼드는
아직도 으르릉거리고
좌판 위 뽑기 번호판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숫자는
언제나 비어 있었습니다.
만취해서 들어오신 아버지는
어머니께 고함을 치고
이불 속 겨울 밤은 그리도 깁니다.
도시로 떠나는 금성여객 뒷자리에
소심하게 질린 까만 소년이 가방을 안고 있는데
여기저기 멀미는 이어져
먼지 구덕 창문을 닫을 수 없고
내릴 즈음이면 쑥대머리 청년이 됩니다.
월급쟁이 퇴근 길에 들리는 포장마차에서
애써 하루를 잊으려 합니다.
잔이 오갈수록 사내의 자리는 구석이 되고
나서는 거리의 밤바람에 흰머리가 날립니다.
한 사발을 마시면 과거로 들어가는
대폿집이 어딘가 있답니다.
술값 대신 치를 것은 시간뿐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