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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d Poem Jul 29. 2015

대폿집.

 




한 사발을 마시면 과거로 들어가는

대폿집이 어딘가 있답니다.


당신의 모니터는 자꾸 오류라고 경고하겠지만

무시하고 들어가야 할 겁니다.

어쩌면 그 곳은 방전된 메모리 덤프라든가

베드 섹터로 구분되어 있던

하드 디스크 어드메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날이면 의례 산발하고

알 수 없이 중얼거리며 걷던 옆 동네 여자랑

쉰 목소리로 골목을 돌던

합수 푸는 영출이 아제.


학교 길 석유 가겟집 큰 셰퍼드는

아직도 으르릉거리고

좌판 위 뽑기 번호판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숫자는

언제나 비어 있었습니다.







만취해서 들어오신 아버지는

어머니께 고함을 치고

이불 속 겨울 밤은 그리도 깁니다.









도시로 떠나는 금성여객 뒷자리에

소심하게 질린 까만 소년이 가방을 안고 있는데

여기저기 멀미는 이어져

먼지 구덕 창문을 닫을 수 없고

내릴 즈음이면 쑥대머리 청년이 됩니다.








월급쟁이 퇴근 길에 들리는 포장마차에서

애써 하루를 잊으려 합니다.

잔이 오갈수록 사내의 자리는 구석이 되고

나서는 거리의 밤바람에  흰머리가 날립니다.








한 사발을 마시면 과거로 들어가는

대폿집이 어딘가 있답니다.

술값 대신 치를 것은 시간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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