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번
영동선 밤 열차는 10시 24분에 떠난단다
강원도 도계 즈음 작은 간이역에서
무작정 내려 기차를 떠나보내자.
폭설로 마을 길도 끊기고
형광등 껌벅거리는 텅 빈 대합실에서
불씨 수그러진 난로를 지키며
아침을 기다린다.
약속하지 않았지만
하행선 기차가 거친 입김을 내쉬며
잠시 섰다 떠난 자리에
거기 기적처럼
당신이 목도리를 흔들며 서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안부 대신
어깨에 쌓인 서로의 세월을 털어내 주며
빙그레 웃을 것 같다.
허리까지 빠지는 새벽 눈 밭을 헤치고
겨우 닿은 인가에
운 좋게도 수더분한 노부부가
휘둥그레 아랫목을 내주며
화롯불을 뒤집어 주었으면.
기쁨도 잠시
어깨에 기대고 잠이 든
여윈 당신을 지켜보다
산너머 컹컹 소리가 잦아질 무렵
문득 떠나보낼 생각에
창 밖 눈 빛이 푸르게 아플 거다.
감사 인사에 손사래 치는
배웅을 뒤로 하고
느릿느릿 역사로 가는 길에
당신이 작은 손으로 내 등을 두드린다.
- 손님, 첫 기차가 곧 도착합니다.
올 겨울에는 유난히 눈도 많지...
쉰 목소리에 새우 잠을 깨어보니
늙은 역무원이 난로에 조개탄을 넣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대합실에는 여전히 나 혼자였고
삐걱 이는 문 틈 사이로
에이는 싸리눈이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