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의 한탄처럼
한계령 골짜기 어딘가
폭설로 한 달만 갇혔으면 좋겠다.
밤 새워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그만큼의 눈 발을 셀 수 있다면
그리 길지만은 않은 시간이리라.
고드름 두런대는 소리
뒷산 골 깊은 울음소리
섣달 삭풍에 정수리가 시려와도
나는 창문을 닫지 않으리.
그 외로움의 진창에서
신열처럼 꿈틀거리며
덧없는 세상 앙금을 걷어내고
이윽고 현현한 아침을 맞을 수 있을까.
밤 새워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새벽 길에서 만나는 낯 선 이에게
맑은 인사를 건넬 수 있다면
한계령 골짜기 어디라도
폭설로 한 달만 갇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