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란 말을 흔히 사용한다. 영어 resilience는 ‘되돌아온다’, ‘다시 튀어 오른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resilire’에서 유래됐다. 회복탄력성은 고무줄이나 공의 성질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고무줄을 당겼다 놓으면 다시 원위치를 돌아오고, 고무공은 바닥에서 다시 튀어 오른다. 이처럼 회복탄력성은 역경이나 시련을 경험했거나 경험하면서도 이전의 적응 수준으로 돌아오고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다. 오뚝이처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능력, 실패와 좌절을 겪고 난 뒤에 오히려 더 강해지고 성장하는 능력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리질리언스는 다시 일어나게 하는 마음의 근력이라고 할 것이다.
회복탄력성에 대한 학문적 개념은 1950년대에 시작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연세대의 김주환 교수가 한국형 회복탄력성지수를 개발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회복탄력성지수의 구성요소는 크게 자기 조절 능력과 대인관계 능력 그리고 긍정성이다. 공부를 예로 들어보자. 모든 학생이 열심히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온다면 모두가 열심히 공부할 것이고 이때는 순위를 매길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공부한 만큼 결과가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어떤 학생은 공부한 만큼 결과를 나타내고, 어떤 학생은 공부는 열심히 했는데 결과는 실망스럽다. 수험생의 딜레마다. 회복탄력성 전문가들은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회복탄력성을 높여야 한다고 한다.
공부하는 학생이 어떻게 하면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을까? 김주환 교수에 따르면 회복탄력성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자기 조절 능력’과 ‘대인관계 능력’이 중요하다고 진단한다. 자기 조절 능력은 스스로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대인관계 능력은 상대방에게 공감하거나 소통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타인과 연결돼 있다고 느끼는 능력을 의미한다. 두 역량은 공부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나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고, 불안과 두려움을 통제하는 동시에 자신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자기 조절 능력과 대인관계 능력이 좋으면 자신에 대한 긍정성도 동시에 올라간다고 하니 이를 두고 선순환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회복탄력성의 관점에서 보면 청소년기보다는 성인기의 학습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성인이 되면 대부분은 자기 조절 능력이나 대인관계 능력이 청소년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진짜공부의 시작은 정규학교를 졸업한 후부터가 아닐까 싶다. 흔히 '졸업은 시작이다(Graduation is commencement)'라는 말을 하는데, 회복탄력성과 관련지으면 그 말은 명언이다.
회복탄력성의 사례로써 본보기가 되는 인물이 있다. 소설가 조앤 롤링. 롤링은 이혼 후 딸을 데리고 살면서 직장도 없이 생활 보조금으로 겨우 먹고사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그녀는 소설을 써야겠다는 일념으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카페 구석에서 잠든 딸을 옆에 둔 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는 실패한 현재의 삶에서 도망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녀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묵묵히 했다.
원고를 완성했지만 출판사에서는 퇴짜를 놓기 일쑤였다. 무려 열두 번이나 퇴짜를 맞았다. 아이들이 읽기에는 너무 길다는 이유였다. 어렵게 출판사의 승인을 받은 뒤 그녀의 작품은 5억 부가 팔리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대기록을 세웠다. 이를 두고 대반전이란 말을 쓸 것이다. 롤링이 소설가로서 출세한 뒤에 이런 우스갯 말이 생길 정도였다. "카페에서 자리만 차지하는 작가들을 무시하지 말라." 회복탄력성의 정의에 들어맞는 인물로 명사가 된 그녀가 남긴 유명한 어록이 있다. “몸을 사리고 조심하면 실패를 면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삶이 아니다. 실패가 두려워 아무 시도도 하지 않는다면 삶 자체가 실패가 된다.” 살면서 숱하게 넘어지고 실패하지만, 누구도 그 자체가 삶의 실패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정주영 회장도 "시련은 있어도 실패도 없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필자는 최근 세 군데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는데 퇴짜를 맞았다. 출판시장이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퇴짜 이유는 상업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글을 쓰면서 다시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회복탄력성 전문가들은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감사의 습관, 강점 발견, 명상 훈련, 관계망 확충, 건강한 신체 유지 등을 권장한다. 이중 감사하는 습관이 눈에 띈다. 회복탄력성 전문가들은 매일 구체적으로 ‘감사일기’를 쓰기만 해도 회복탄력성이 커진다고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를 되돌아보며 감사하거나 다행스러웠던 일을 구체적인 글로 적는 과정에서 뇌의 사고 회로가 긍정적인 패턴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감사, 기쁨, 즐거움 등 긍정의 정서를 느끼도록 하면 안정감을 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심장이 뛰는 패턴도 안정적으로 바뀐다고 하니 당장 실행에 옮겨볼 일이다. 누구나 감사은행을 개설할 하다. 감사가 또 다른 감사를 낳는다고 하니 이렇게 후하게 이자를 쳐주는 (선순환) 은행이 있을까 싶다. 독일의 종교 철학자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어록도 큰 울림을 준다. “평생 기도하는 말이 ‘감사합니다’ 뿐이더라도 그것으로 충분하다.” 어제저녁부터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무려 감사할 일이 열 가지나 되었고, 감사한 마음으로 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