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말부터 기력이 급격히 쇠약해진 엄마는 요양보호사님의 도움 시간을 하루 3시간에서 하루 10시간으로 늘리셨다.
즉, 내가 출근해 있는 시간 동안에는 요양보호사님께 식사와 생활보조 도움을 받으셨다.
엄마는 파킨슨병 약 외에 저혈압과 당뇨도 있으시다.
병세가 악화되셨기에 혈당의 추이를 알기 위해 파킨슨병 약을 챙겨드리는 거 말고도 식사 전후로 혈당체크를 하는 것도 추가되었다.
엄마의 하루 스케줄을 이렇다.
6:00 새벽에 먹는 파킨슨병 약
8:00 혈압 및 혈당 체크 1
8:00 당뇨약
8:20 인슐린 주사 투여
8:30 파킨슨병 아침 식사 전 먹는 약
8:30 아침식사
11:00 혈당 체크 2
12:10 점심식사
12:30 파킨슨 점심 식사 후 먹는 약
14:00 컨디션 좋으시면 오후 산책
16:00 혈당 체크 3
16:30 파킨슨병 오후에 먹는 약
17:00 저녁식사
20:00 파킨슨 저녁에 먹는 약
20:00 혈당 체크 4
02:00 밤에 먹는 파킨슨병 약
위의 스케줄을 시간에 맞춰 약을 먹고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정말 다행인 건, 옆에서 부축을 해 드리면 화장실은 혼자서 가실 수 있으셨다.
주말에는 요양보호사님이 출근을 안 하시기에 토요일과 일요일은 내가 챙겨드려야 한다.
작년 하반기, 평일야간 & 주말반을 다니며 요양보호사 자격증 공부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역시 뭐든 배워두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
나의 주말을 기다리게 하던 늦잠의 달콤함은 침대에서 미적거리는 시간 포함 7시 반까지로 만족해야 했다.
엄마는 당뇨식이 기이기에, 남편과 아이의 식사와는 다르게 준비해야 하여, 나는 주말에 하루 세끼가 아니라 하루 여섯 끼를 준비해야 했다.
결혼 전이나 후나, 요리에는 크게 관심이 없던 나에게 주말의 여섯 끼는 꽤나 큰 미션이었다.
생각해 보면, 결혼 후에도 늘 내 곁엔 엄마가 계셨기에 뭐 특별히 요리를 막 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요리 유튜버 선생님들 덕분에 물김치며 LA갈비 등 평소 같으면 엄두도 못 낼 음식들을 척척해내 가는 내가 기특하기까지 했다.
덕분에 인생 요리도 몇 번 나오고, 장금이가 돼 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
엄마가 맛있다고 하시면서 식사를 잘하시는 모습을 보면 너무 뿌듯하고 금방이라도 엄마 병이 다 나을 것만 같았다.
퇴근 후 잘 차려진 엄마의 집밥, 김치 냉장고를 가득 채운 각종 김치들, 엄마 손맛이 깃든 수많은 요리들
엄마와 함께 살았기에 나는 직장을 다니면서도
아이가 아파도, 아이의 어린이집이 휴원을 해도, 아이가 방학을 해도 언제나 슈퍼맨 같은 엄마가 계셨기에
나는 휴가를 내지 않아도 되었고 대안을 찾느라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게 엄마가 육아, 살림 모두를 챙겨주셨는데, 이제 주말에 엄마를 챙겨드리는 것을 외에도
이제 이 모든 것을 내가 다 해내야 한다. 애초에 내가 했었어야 했던 일이지만.
그 모든 것들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고 언제나 그 자리에 원하는 때에
짠 하고 있었지만 마법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 나의 보호자였던 엄마를, 이제는 내가 엄마의 보호자가 되어 시간이 바꾼 우리의 역할로 삶의 또 다른 여정을 맞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