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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마을아파트 Jul 28. 2024

40화 사랑스러운 털복숭이들♡

마지막 이야기 1


오랜만에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고딩딸과 함께 남한산성으로 향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 얼마만의 외출인지 모르겠다.

탁 트이는 시야와 잠시 느껴지는 일탈은

나를 급속충전시켜 준다.


나는 운전을 하며, 영웅 님의 노래를 틀었다.


"내 아름답던 사람아

사랑이란 게 참 쓰린 거더라.

잡으려 할수록 더 멀어지더라.

이별이란 게 참 쉬운 거더라.

내 잊지 못할 사람아~~~

(중략)

바람이 분다 옷깃을 세워도

차가운 이별의 눈물이 차올라

잊지 못해서 가슴에 사무친

내 소중했던 사람아

(중략)

사랑아 왜 도망가

수줍은 아이처럼

행여 놓아버릴까 봐

꼭 움켜쥐지만

그리움이 쫓아 사랑은 늘 도망가

잠시 쉬어가면 좋을 텐데

잠시 쉬어가면 좋을 텐데~~~"


(임영웅 '사랑은 늘 도망가' 중)





친정엄마는 신나게 노래를 따라 흥얼거린다.

엄마의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나의 고막을 타고 심장까지 흐른다.

세월이 느껴지는 엄마의 노랫소리는 나의 심장 한켠을 잠시 아리게 한다.



엄마의 시선은 차창 밖 8월의 초록 아있다.  무성한 초록빛 이파리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뜨거운 햇살을 바라보며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운전 중인 딸은 엄마의 눈빛 자세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부디 엄마도 나처럼 이 순간이 충전의 시간이...






엄마는 숲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꺼낸다.


"우리 아롱이는 참 착했어.

저기 보이는 작은 산,  저 산 보이지?

저기로 아롱이랑 자주 산책을 었는데...

아롱이는 내가 걸음이 느려 뒤쳐지면 수시로 뒤를 쳐다보며 날 챙겼어."




'아롱이'는 친정엄마가 예전에 15년을 키웠던 강아지다. 사슴같이 동그란 눈에 짧은 갈색털을 갖고 있던 믹스견 아롱이는 참 순하고 영리했고, 15년을 건강하게 살았다.

그리고 15살이던 해 많이 아팠고, 자궁암 수술 후 회복하지 못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아롱이를 떠나보낸 지 벌써 약 13년이 지났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친정엄마는 가끔씩 "우리 아롱이는~ "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하신다.


그리고 친정엄마가 말을 이으신다.

"쏘피도 참 착했어.

지금은 아롱이랑 같이 잘 있을 거야. 그지?"


친정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니,

숨겨두었던 아니 애써 외면하고 살았던

돌멩이 하나가 호수에 파동을 일으키며, 눈가를 촉촉하게 만든다.





'아! 쏘피야!

시간이 지나도 넌 언제나 그리움이구나.'



그리움의 크기는 시간이 흘러도 작아지지 않는다.

가장 고운 손수건으로 예쁘게 싸서 나의 가슴 속 서랍에 숨겨두었건만,

자의가 아닌 순간 툭 튀어나와 

싸한 아픔과 함께 느껴진다.


그래도 이제는 쏘피를 생각하면

녀석의 사랑스러운 아이보리빛 곱슬 털과 구수하고 포근한 냄새와 감촉, 그리고 초록빛으로 둘러싸인 숲 속에서 신나게 꼬리 흔들며 뛰어가는 녀석의  궁둥이가

알싸한 아픔과 함께 떠오르니...


이만하면 괜찮은 거라, 잘 지내고 있는 거라고

해야겠지?




지금은 대학생이 된 아들과 아롱이의 옛 추억  / 개구쟁이 아기였던 내 아들을 늘 봐주고 놀아줬던 착한 아롱이♡
고딩딸이 4살이었던 그 시간부터 딸과 쏘피는 늘 함께였다 ♡
"어서 쉬지말고 날 만지시오!" 엄한 눈빛으로 계속 만지라던 쏘피♡



반려견으로 시작된 인연이

깨알같이 많은 시간 속에서 

작은 행복들로 가득 채워지며,


어느 순간 그냥 가족이 되어버린

우리의 사랑스러운 털복숭이들.



오늘도 너희가 참 좋다.

그리고 보고 싶다♡







작가님들 독자님들♡

습한 날씨와 무더위에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그동안 브런치에 쏘피의 이야기를 적으며

많이 위로받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하고 감사한 이 마음은

저의 부족한 어휘력으로 감히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 이렇게 길~~~~ 게,

장황하게 써 내려감을 용서하세요♡



쏘피를 보낸 후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의 파편들은 시발점이 되어서

계속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더군요.

제가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쓴다면,

그건 다 브런치의 작가님들과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쏘피로 시작된 글이 오히려 저를 위로해 주었고, 공감해 주시는 작가님들과 독자님들의 따스함에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되었거든요♡




쏘피의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무척 고민스러웠습니다. 오랜 시간 틈틈이 고민해 봤지만. 아직도 정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ㅜㅜ


그래서 더 이상 억지로 발버둥 치지 않고, 

시간의 강물 위에 힘을 빼고 둥둥 떠있어 보자 생각했습니다.

그리움과 슬픔의 크기가 어떤 모양으로 바뀌는지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떠있어 보니, 지금은 여기만큼 와있네요.

이제는 발버둥을 쳐봐야 하나 하는

부끄러움과 고민도 있지만,

아직은 조금 더 떠내려가 봐야 알 것 같습니다.

너무 느린 제가 죄송합니다.



40화의 부제로 '마지막 이야기 1'을 적어보았습니다.

마지막 이야기가 2편이 될지? 3편이 될지? 모르겠으나,

잘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쏘피가 잊혀지 않고

나의 기억 속에, 가족의 기억 속에,

그리고

작가님들, 독자님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음이 

눈물 나도록 감사합니다.

그리고 세상에 귀하지 않은 생명이 없음을

알게 해 준 나의 사랑스러운 털복숭이 쏘피에게 감사합니다.


뜨거운 여름이지만,

일상 속에서 시원한 웃음과 행복이 곁에 머무시길,

이 푸른 초록빛을 가득 안으시고

가장 젊은 오늘을 즐기시길,

두 손 모아 기원하겠습니다.


작가님들, 독자님들♡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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