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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Jan 14. 2024

퀀트의 공부법 #1.

# 지식은 역사를 타고 흐른다

상용화가 가능한 좋은 코드는 절대로 하루아침에 뚝딱하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아주 조악한 형태의 코드가 프로토타입 버전의 형태로 만들어질 뿐이다. 상용화가 되기 위해서는 수정과 개선을 거듭해 실제 사용 가능한 수준으로 레벨을 끌어올려야 한다.


어떤 지식 체계의 발전 과정 또한 이러한 코드 버전 업그레이드와 비슷하다. 현재 우리 인류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식들은 모두 어느 순간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진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각 세대에 걸쳐 생성되어온 지식의 조각조각들이 시간의 흐름, 그리고  논리의 흐름에 따라 계속해서 누적되어 그 고유한 흐름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지식 체계 발전의 흐름은 분야를 막론하고 동일하게 적용된다. 어떤 개념을 알고 싶다면 그 개념과 관련된 역사를 우선 파헤쳐 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그래야만 그 토대가 어떻게 쌓여왔는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꽤 한참 전의 일이지만 내가 금융공학의 역사를 짧게나마 언급한 이유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 퀀트 공부의 기초 재료, 논문

퀀트의 공부가 막연한 이유는 이러한 지식 체계의 흐름을 '스스로' 잡아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퀀트의 공부에는 더 이상 대치동 1타 강사 선생님이 존재하지 않는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 이제는 지식을 구하고자 하는 이가 스스로 찾아보고 들춰보면서 공부를 하는 수밖에는 없다. 그렇다면 어디서 그런 공부의 재료들을 찾고 또 나만의 고유한 지식 스펙트럼을 만들어가야 할까? 바로 '논문'이다.


논문은 가장 전문적인 형태의 학술 문서이자 그야말로 지식의 원천이다. 논문에는 과거 비슷한 주제에 관한 연구 사례들, 논문 저자의 핵심 아이디어, 그리고 그 핵심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사용한 데이터와 방법론들에 대한 콘텐츠가 가득 담겨 있다. 특히나 이러한 논문을 다루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는데, 그것은 바로 '참고문헌'이다. 


어떤 주장을 하기 위해선 그 개념에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과거의 지식들이다. 결국 논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진하기 위해서는 결국 과거부터 전개되어온 지식 체계의 흐름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참고문헌을 활용한 공부법을 굉장히 강조한다. 참고문헌은 논문에 가장 말미에 있어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을 수 있으나, 바로 이 참고문헌이야말로 온갖 비법들이 담겨 있는 보물창고이자 지식의 레벨업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워프 포인트다.



# 시간을 역행하여 만드는 논문 트리 구조

그렇다면 이러한 참고문헌을 활용한 퀀트의 공부법이란 과연 무엇일까? 우선 가장 처음 해야 할 일은 바로 내가 알고 싶은 주제에 대한 가장 최신 버전의 논문을 찾아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 주제에 대해 최근 나온 논문이 있는지를 검색해 보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최근이라 함은 대략적으로 2020년대 혹은 약 3~5년 전부터의 기간 동안 출간된 논문을 뜻한다.


자, 그럼 일단 논문을 찾았으면 스윽 한 번 읽어보자. 어떤가? 단박에 바로 이해가 되었는가? 아무런 지식도 없이 그 논문이 바로 이해가 되는 천재들도 간혹 있겠지만 보통 논문을 읽고 난 뒤의 일반적인 반응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아...shibarrrr...뭔 X소린지 1도 모르겠다...그냥 때려칠까...' 


그런데 이 순간이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다. 파레토 법칙에 따라 80% 이상의 사람들이 여기서 GG를 치고 중도포기를 선택한다. 그렇다면 이 벽을 넘기 위한 행동지침은 과연 무엇일까? 참고문헌은 중요한 워프 포인트라고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바로 중요한 힌트가 숨어있다. 바로 참고문헌 리스트로 가서 뭔가 흥미로워 보이거나 다소 쉬워 보이는 제목의 논문을 몇 편 선택하는 것이다. 그 논문들로 넘어가 아까처럼 또다시 그 논문들을 읽어보자. 여기서 이 논문들을 아버지 논문이라 표현해 보자. 아버지 논문들을 읽다 보면 아까보다는 그 개념에 대해 조금 익숙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 심연에서 올라오는 무의식적 반응은 매한가지일 것이다.


'아...shibarrrr...뭔 X소린지 1도 모르겠다...그냥 때려칠까...' 


이러한 생각이 들 때 해야 할 일은? 맞다. 아버지 논문들이 탄생하기 위해 밑거름이 되었던 할아버지 논문들을 참고문헌 리스트에서 찾아보는 것이다. 이 과정은 계속되어야만 한다. 언제까지? 그 개념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을 때까지! The Show Must Go On!!



# 참고문헌이란 맵핵을 켜보자

족보를 통해 내 혈통의 뿌리를 찾아나가는 것처럼 참고문헌을 활용한 공부는 시간을 거꾸로 돌려 점점 개념들과 지식들의 뿌리를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퀀트의 공부 또한 그 맥락을 정확히 짚고 모델의 활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그 지식 체계의 흐름, 즉 역사적 발전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맥락을 짚을 수 있다는 말은 다시 시간의 흐름을 순방향으로 돌려 지식 형성의 파노라마를 머릿 속에 그려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듯 지식의 거미줄을 쳐나가야 한다. 처음에는 그것이 얼기설기 다소 조악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나만의 지식망은 더욱 촘촘히 연결되며 비로소 논문들 간의 관계와 구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참고문헌에 기반한 지식 체계 구축이 굉장히 위력적인 이유는 이것이 마치 스타크래프트에서 맵핵을 키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러한 행동은 이전까진 가려져 있던 전체적인 판을 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결국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그동안은 눈치 한번 주지 않았을 참고문헌과 친해져야 한다. 모든 논문과 교과서들은 하루아침에 저술된 것이 아니다. 새로운 생각은 이전의 수많은 논문들과 자료들을 토대로 탄생한다. 따라서 만약 어떤 개념을 제대로 학습하길 원한다면, 그 개념이 어떤 흐름을 보여왔는지, 어떤 사람의 손을 거쳤고 그것이 또 다른 누군가로 어떻게 이어지게 됐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렇게 지식의 추노꾼이 되어가다 보면 생경했던 개념은 어느샌가 익숙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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