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퀀트대디 Mar 08. 2024

올웨더 팩터 포트폴리오를 찾아서

# 포트폴리오의 아킬레스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웅이자 트로이 전쟁에서 활약한 전사인 아킬레우스. 그의 어머니인 바다의 여신 테티스는 그의 아들을 무적으로 만들기 위해 저승에 있는 스틱스 강물에 그를 담근다. 하지만 그녀가 강물에 아킬레우스를 담글 때 발뒤꿈치를 잡고 담갔기 때문에 그 발뒤꿈치는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아, 어머니! 다른 쪽 발도 잡고 한 번 더 담그시지 그러셨어요!)


천하의 영웅 아킬레우스도 약점이 있는 것처럼 포트폴리오 또한 그 고유한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나 만약 포트폴리오가 위험 자산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면 그 포트폴리오는 엄청난 시장 리스크를 부담하고 있는 셈이 된다. 시장에서는 언제나 크고 작은 리스크가 실제로 실현되는 일이 꽤 자주 발생하는데, 만약 포트폴리오의 특성이 한쪽으로만 집중되어 있다면 언젠가 화면에는 게임 오버가 뜰 수밖에 없다.


위험 자산 포트폴리오를 대표하는 지수인 MSCI World 지수를 한 번 살펴보자. 장기적으로 우상향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우리는 크고 작은 하락을 반드시 경험해야 한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존버가 가능하다. 하지만 전문 트레이더라면 얘기가 다르다. 익스포져와 손실에 대한 한도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한도를 초과하게 되면 말 그대로 장사를 접어야 한다. 시장을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가능하나 시장의 중심에서 포지션이 흔들리는 것을 경험하는 것은 언제나 매우 단기적인 일이다.

MSCI World 지수의 추이


# 위험 자산 수익률 분포에 따른 네 가지 팩터 카테고리

이러한 게임 오버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MECE 구조다. 시장 국면 분석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이 개념은 결국 팩터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데 있어서 프레임워크를 어떻게 짜는 것이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뭐든지 먼저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는 것이 중요하듯 팩터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이면서도 촘촘한 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레이 달리오 아저씨가 이야기하는 올웨더 포트폴리오 또한 이러한 MECE 구조에 입각해 성장(Growth)과 물가(Inflation)를 두 축으로 하여 사분면을 나누고 각각의 국면을 서로 다른 금융시장의 계절로 상정하여 해당 계절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는 자산에 투자하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이러한 계절, 즉 국면을 나누는 방법에는 당연히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다음과 같이 위험 자산 수익률 분포를 MECE의 기준으로 세우고 이를 나누어 팩터 포트폴리오를 꾸릴 수도 있다. 아래의 그림은 위험 자산 수익률 분포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는 변동성이 낮게 유지된 채 우상향하지만 시장에 충격이 발생하면 변동성이 급격히 상승하게 되면서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크기의 손실을 끼치기에, 일반적으로 위험 자산 수익률은 음의 왜도(Skewness)를 가지고 있다.

위험 자산 수익률 분포와 팩터 전략의 네 가지 카테고리

이러한 위험 자산 수익률 분포를 기준으로 했을 때, 여러 팩터 전략들은 크게 네 가지 범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이는 각각 경기순응적(Pro-Cyclical) 전략, 시장 중립(Market Neutral) 전략, 방어적(Defensive) 전략, 그리고 테일 리스크 헤지(Tail Risk Hedging) 전략이다. 각각의 범주는 좋은 성과를 보이는 국면이 서로 다르다. 각각의 범주 안에는 정말 다양한 팩터 전략들이 존재하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대표적인 팩터 전략들은 다음과 같은 전략들이 있다.


            경기순응적 전략: 변동성 캐리 (Volatility Carry)          

            시장 중립적 전략: 원자재 캐리 (Commodity Carry)          

            디펜시브 전략: 크로스에셋 모멘텀 (Cross-Asset Momentum)          

            테일 리스크 헤지 전략: 일간-주간 분산 차 (Daily-Weekly Variance Differential)          


개별 전략들을 범주화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실증적으로 위험 자산 수익률 분포의 어느 국면에서 해당 전략이 좋은 성과를 보이는가를 찾아보는 것이다. 아래의 산점도를 보면 위의 네 전략이 좋은 성과를 내는 국면은 서로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위험 자산과의 상관관계 또한 이러한 논리에 힘을 보탠다. 전략의 설계 과정에서도 그 이론을 들추어보면 그 이론이 실증적 데이터와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진다.

주식시장과 팩터 전략 간의 상관관계

각각의 국면을 커버하는 전략들을 셋업했다면 마지막 남은 것은 이 네 가지 전략을 하나의 팩터 포트폴리오로 만드는 것이다. 이 네 가지 전략들의 수익률 크기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 변동성을 동일하게 맞춰주고자 동등 한계 변동성 모델을 적용해 횡적 가중치를 설정한다. 또한 포트폴리오의 전체 변동성을 5%로 고정시키기 위해 변동성 타겟팅 모델을 적용한다. 물론 어떤 배분 모형을 사용하는가는 당연히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간다. 횡적 배분 모형과 종적 배분 모형을 적용한 후 각 전략들과 전체 포트폴리오의 누적 성과를 뽑아보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팩터 포트폴리오의 성과



# 당신이 모르는 올웨더의 진짜 의미

위의 그래프를 보고 '나쁘지 않은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을 알게 되면 그 생각이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다. 도돌이표 같은 느낌이지만 개인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포트폴리오다. 아니, 사실 꽤 좋은 포트폴리오다. 연간 손실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레이더의 세계에서 이 포트폴리오는 단순히 기초 공사에 불과하다. 아직도 허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 포트폴리오의 전체 기간에 대한 샤프 비율은 2 정도가 나온다. 문제는 프로들의 리그에서는 전체 기간이 아닌 매년 샤프 비율이 2가 되길 요구한다는 사실이다. 전체 기간의 샤프 비율이 2인 것과 매년 샤프 비율을 2로 만드는 것은 아예 차원이 다른 문제다. 실제로 내로라하는 글로벌 퀀트 펀드들의 경우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채용할 때 3~5년 이상의 "실현" 샤프 비율로 2+를 요구한다. 당연히 이는 매년 샤프 비율이 2+여야 한다는 의미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매년이다. 전체 기간이 아니다.


위에서 설계한 포트폴리오도 장기적으로 볼 때는 굉장히 매력적이어보인다. 하지만 이 결과를 연도별로 까보면 어디 가서 자랑하기 쉽지 않은 포트폴리오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일례로 성과가 가장 안 좋았던 2015년을 보면 샤프 비율과 누적 성과가 처참한 걸 확인할 수 있다. 만약 현재 성과가 이 정도라고 한다면 밥값도 못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나 자금 조달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것이다.

연도별 샤프 비율
2015년도 성과

그렇기 때문에 사실 올웨더라는 표현은 틀렸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올웨더 팩터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올절기(All 節氣) 팩터 포트폴리오기 때문이다. 이 정도가 되면 이제 MECE 구조를 아주 난도질을 해야 할 판이다. 과연 만물이 생동하기 시작하는 경칩에는 과연 어떤 포트폴리오를 가져가야 할 것인가? 개구리는 그 답을 알고 있으려나. 개굴개굴.






매거진의 이전글 0DTE와 크리스마스 연휴의 악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