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r No Reason?
20일 미국장은 나쁘지 않은 분위기로 시작했다. 또한 이후 발표된 경제지표들도 좋은 결과를 보여주며 현재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정당화시켜주는 듯했다. 하지만 오후장 들어 이러한 분위기는 급반전하기 시작했다. 결국 S&P 500 지수는 4700 선에서 마무리되며, 지난 4일 치의 상승분을 전부 지워버리고 장중 고점에서 종가까지 1.5% 이상 하락했다.
문제는 어떠한 뉴스 이벤트도 부재했다는 점이다. 이 점이 트레이더들을 모두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이유 없는 하락은 통상 단기적 노이즈에 불과하며, 수급의 꼬임에 의한 쏠림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 For Some Reason!
시장은 0DTE 옵션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아래 그림은 20일에 만기였던 SPX 위클리 4765 풋의 장중 거래량을 보여준다. 파란색 막대 그래프가 바로 해당 시간의 거래 계약 수다. 오후 2시 반 이후 옵션이 내가격(ITM)으로 진입하자 풋 옵션 매수세가 훨씬 더 과격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이날은 하루 종일 공격적인 콜 옵 매도, 특히 4775~4785 행사가 부근에서 공격적인 콜 옵션 매도가 관찰되었다. 흥미롭게도 풋 옵션 매도에 대한 숏커버링은 장이 끝나기 전까지 완전히 커버되었지만 콜 옵션 쪽은 매도세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러한 매도세는 네거티브 감마(Negative Gamma) 플로우의 누적을 야기했다. 네거티브 감마의 증가는 추세추종 스타일의 델타 헤지를 야기하기 때문에 시장이 하락하게 되면 헤지 수요에 의해 더 빠르고 강한 하락을 추가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다.(옵션 감마와 주식 시장 포스팅 참조)
동시에 이번 장중 하락에 일조한 마지막 퍼즐 조각은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줄어든 시장 유동성 환경이다. 유동성이 줄어들게 되면 결국 시장 충격(Market Impact)의 효과가 커지며 자연스럽게 변동성도 증가하게 된다.(유동성 수급과 변동성 포스팅 참고) 결국 연말을 맞아 시장 유동성이 매우 낮아진 상황에서 0DTE 옵션 거래에 대한 헤지 물량을 흡수해 줄 매물 장벽이 그리 탄탄하지 못했고 그래서 시장은 곤두박질쳤다.
# 새로운 적응력을 요구하는 0DTE
정리하자면 이번 주 수요일은 저유동성 환경에서 0DTE 옵션이 어떻게 장중 변동성을 폭발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잠재력을 확인하기 좋은 날이었다. 0DTE 옵션 도입으로 옵션 다이나믹스는 이전보다 훨씬 더 단기화되었다. 시사점은 결국 앞으로도 이러한 장중 변동성 확대 현상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새로운 상품, 새로운 기술, 새로운 제도는 시장 환경을 변화시키기 마련이다. 적응적 시장 가설의 창시자 앤드류 로 교수가 이야기한 것처럼 중요한 문제는 합리적이냐 비합리적이냐가 아닌 적응적이냐 비적응적이냐다. 금융공학과 시장미시구조가 빚어낸 0DTE라는 콜라보 현상은 우리에게 또 다른 적응력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