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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Dec 14. 2024

개인의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방법

# 개인의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방법?

최근 대분기의 시대를 언급하며 미국과 다른 선진국들과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생산성이라는 글을 쓴 바 있다. 그런데 이 글을 올려드린 뒤 전자책 단톡방 커뮤니티에서 어떤 분이 이런 질문을 해주셨다.

그렇다면 개인의 생산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매우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람들마다 각자의 개성과 성향, 스타일, 습관, 생활패턴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는 잘 안 통하는 방법이 다른 사람에게는 잘 통할 수도 있고, 또 그 반대의 경우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결국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각자의 방식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러 책들을 통해 습득하고 지금까지 활용해온 몇 가지 방법들은 현재 내 삶에서 꽤 유의미한 결과들을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나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둔 이러한 몇 가지 사고방식들과 생활습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한다. 



# 자신만의 이키가이를 찾을 것

개인의 생산성을 올리는 가장 첫 번째 방법은 바로 자신만의 이키가이를 찾는 것이다. 이키가이에 대해서는 이미 예전에도 한번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키가이를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결국 개인의 생산성을 늘리기 위한 패스트트랙이 바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본디 호기심과 흥미가 있어야 더 알아보려 하고 더 노력하는 동물이다. 쉽게 말하자면,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재미가 없다면 억만금을 주더라도 그것은 고역에 불과하다. 재미가 있어야 그것을 즐겁게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있기에 생산성을 담보할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그것이 당연 퀀트였다. 이키가이의 첫 번째 원소인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은 이미 2,500년 전 공자님의 말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 <논어> 옹야편


따라서 반드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좋아하면 몰두하게 되고, 몰두하다 보면 또 어느샌가 잘하게 된다. 그 이후엔 이제 시야를 외부로 확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이제 어떻게 세상과 연결시킬 것인가? 어떻게 이 일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해 주고 또 이것을 수익화할 것인가? 돈을 번다는 게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는가? 돈이라는 것은 노동을 통해 얻는 대가가 아니다. 돈이란 결국 타인에게 그들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여 얻게 되는 등가교환의 산물이다. 더 나은 가치, 더 높은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더 큰돈을 벌 수 있다. 


내가 가끔 아무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을 때 찾아보는 유튜브가 하나 있다. 바로 3D 펜 장인 '사나고'다. 무려 37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그의 채널에는 정기적으로 3D 펜을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영상이 올라온다. 처음엔 그저 취미로 시작했던 3D 펜 공예가 어느샌가 엄청난 비즈니스로 발전한 것이다. 왜 사람들은 이 채널을 구독하고 좋아하는가? 그 이유는 이 채널이 대리만족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제는 자기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즉 장인과 예술가들의 시대가 도래했다. 각종 고시와 공무원 시험, 의대 합격과 같은 구시대적 발상은 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아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아니, 이미 그런 시대다. 세스 고딘은 그의 저서 <린치핀>은 이미 15년 전 이러한 예술의 시대를 정확히 예견한 바 있다.



#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을 할 것

그런데 어떤 이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제가 원하는 일이랑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너무 달라요. 그런데 당장은 먹고살기 위해서, 당장의 밥벌이를 하기 위해서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당장 때려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런 경우에는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가 항상 언급하는 그림이 하나 있다. 바로 라파엘로의 작품 <아테네 학당>이다. 아래의 그림을 보자.

<아테네 학당> 라파엘로 作

아테네 학당에는 우리가 아는 여러 고대의 대학자들이 한데 모여있다. 디오게네스, 에피쿠로스, 유클리드, 제논, 피타고라스 등등.. 그중에서도 단연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두 인물이 있다. 바로 그림 한가운데에 서 있는 서구 철학의 양대 산맥,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런데 좀 더 집중해서 이 두 사람의 손 모양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그들의 손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플라톤이 그의 오른손 검지를 치켜세우며 하늘을 가리키고 있는 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오른손 바닥은 땅을 향해 있다. 결국 이는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의 차이를 의미한다. 플라톤은 이데아, 즉 이상이 중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오히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개별적인 현실에 방점을 두었다.


그렇다면 이상과 현실, 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까? 정답은 둘 다이다. 발전적인 미래를 꿈꾼다면 당연히 이상주의적 비전을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결국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당장 앞에 닥친 현실적 문제에 대해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보편자와 개별자는 각각 그 나름대로의 존재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테네 학당>에서 라파엘로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동일선상에 배치시킨 것도 그러한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은 바로 이상과 현실 간의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도구가 있다. 바로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다.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로, 미국 제34대 대통령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실천한 방법이다. 그는 그가 해야 하는 일들을 중요도와 긴급도에 따라 네 가지 구역으로 분류했다. 그중 우리에게 유의미한 일들은 바로 중요한 일들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일은 긴급도에 따라 급한 일과 급하지 않은 일로 또다시 분류된다.

아이젠하워 매트릭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급하고 중요한 일에만 자신의 거의 모든 에너지를 투입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생계유지, 즉 밥벌이에만 치우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생의 장기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은 사실 전부 중요하지만 급하지는 않은 일들이다. 가령 내가 현재 하는 일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 일이라면, 따로 자투리 시간을 내서라도 내가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을 위한 투자를 조금씩 해나가야 한다. 따로 시간을 내지 않는다면 현실에서의 바쁨에 치우쳐 내가 세운 목표와 비전들이 어영부영 그저 그런 작심삼일의 부산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시간이 없다는 건 결국 핑계에 불과하다. 하루 중 쓸데없는 짓을 하느라 낭비하는 시간만 아껴도 충분하다. 


그런 시간을 아끼고 모아서 독서와 글쓰기, 운동, 명상, 퍼스널 브랜딩 등 지금 당장은 하지 않아도 크게 지장이 없는 활동들에 투입해야 한다. 이런 활동들이 결국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이를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한 내적 자양분이 된다. 이렇게 한쪽 발은 비록 현실을 딛고 있더라도 다른 한쪽 발은 반드시 이상과 비전에 걸쳐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의 상황은 시간이 지나도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 정리하고 반복하고 활용할 것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그것을 붙잡아두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념이 상념으로만 남아있게 되면 그것은 이내 휘발된다. 인간의 뇌는 어떤 내용에 대한 반복적인 자극을 주지 않으면 그것을 쉽게 잊어버린다. 그렇기에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마지막 방법은 바로 반복학습, 정리 그리고 아웃풋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자신이 배운 내용들과 생각들을 항상 어딘가에 정리해두고 때때로 활용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다. 곧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다람쥐가 부지런히 도토리를 모아두는 것처럼 생각노트와 독서노트, 학습노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아이디어와 지식, 지혜들을 박제시켜놓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복주환 작가의 <생각정리스킬>이라는 책은 어떻게 하면 떠오르는 생각들과 배운 지식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을 수 있을까에 대한 중요한 팁들을 소개하고 있다. '나열-분류-배열'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 다소 거칠기만 했던 원초의 생각들은 보다 깔끔하고 우아하게 정제되고 벼려진다. 생산성을 늘리기 위해서는 방과 책상 같은 나의 외부 환경을 정리하는 습관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나의 내면, 즉 나의 생각과 배운 지식들을 정리하는 습관 또한 매우 중요하다. 생각을 정리할 줄 알아야 그것이 필요한 시점에 빠르게 찾아 꺼내어 쓸 수 있다.


올해 여러 대학교에 특강을 다니면서 학생들을 만나보며 느낀 건, 요새 학생들이 진짜 말도 안 되는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 욕심은 바로 책을 딱 한 번만 읽고 그 내용이 전부 내 것이 되길 바라는 생각, 이른바 도둑놈 심보다. 사실 이건 헬조선 교육 환경 자체의 문제이기도 한데, 대학에 들어오는 순간 이전까지 받았던 입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동시에 그간의 공부 습관까지 날려버리는 것이다. 모름지기 공부의 왕도는 위편삼절(韋編三絶), 즉 같은 내용을 계속해서 반복 학습하는 것이다. 수학의 정석이라는 책이 딱 한 번만 봐서 되는 책인가? 우리는 고등학교 시절 그 얼마나 많은 문제지를 풀어제꼈던가? 고등학교 과정이 이럴진대,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을 한 번에 이해하겠다고? 또 퀀트를? 금융공학을? 와우.


또한 공부를 했다면 책 속의 지식 뭉치들을 단순히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을 이해했다면 잘게 쪼개어 소화시킨 뒤 나만의 언어, 나만의 생각으로 리스트럭쳐링(Restructuring)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진정으로 내 것이 된다. 지식의 재구조화야말로 배운 지식을 활용해 보는 가장 첫 번째 단계다. 계속 활용해야만 그 지식들이 계속 머릿속에 상주하려 한다. 얕게 배운 지식들은 어느샌가 전부 휘발되어 사라진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 <논어> 학이편


공자님께서는 단순히 배우는 것만을 말씀하지 않으셨다. 공자님께서는 배우는 것뿐만이 아니라 때때로 익히는 것 또한 언급하셨다. 우리는 왜 배우는가? 그것을 활용해서 더 좋은 의사결정, 더 나은 가치, 더 나은 삶을 만들고 싶어서다. 배우기만 하는 것은 소비와 다름없다. 그것은 생산이 아니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들었다면 거기서 배운 내용들을 스스로 익히고 또 적극적으로 삶에 적용을 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헛된 독서이며 헛된 배움이다. 결국 배움은 아웃풋을 통해 그 최종 단계가 완성된다. 내가 예전부터 블로그나 노션 등을 활용한 글쓰기를 강조해왔던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아웃풋을 내는 연습을 해봐야만 비로소 그것이 진짜 내 것이 된다. 또 나아가서는 이를 통해 타인에게 가치를 전달해 줄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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