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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콜옵션을 팔아야 할까?

by 퀀트대디

# 인생도 옵션도 타이밍

콜옵션을 매도해 옵션 프리미엄을 수취하는 것은 꽤나 널리 알려진 수익 창출 전략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아마도 당연히 높은 배당에 관심이 많은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잘 알려진 커버드콜 ETF일 것이다. 커버드콜 ETF는 말그대로 커버드콜(Covered Call), 즉 주식을 롱 포지션을 들고 있는 상태에서 상승장이 그렇게 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콜옵션을 매도하여 추가적인 수익을 노리는 파생상품 전략이 가미된 ETF다. 기본적으로 이렇게 콜옵션을 매도한다는 것은 시장의 상승 움직임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가령 위클리 103 콜을 매도한다는 것은 주간으로 시장이 3% 이상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포지션이다. 실제로 시장이 +3% 보다 적은 범위에서 주간 수익률을 기록한다면 옵션은 만기시에 행사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콜옵션 매도 포지션을 구축한 입장에서는 옵션 프리미엄 전부를 고스란히 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러한 콜옵션 매도는 트레이더의 뷰와 전략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가령 방향성과 변동성에 대한 전체 뷰를 가져가는 네이키드 콜옵션 매도를 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변동성 플레이, 이른바 볼 플레이만을 위해 델타 헤지를 하여 감마 트레이딩을 하는 경우도 있고, 혹은 숏 리스크 리버설(Risk Reversal)처럼 풋옵션 매수를 위한 자금 조달의 수단으로 콜옵션 매도를 활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러면 도대체 언제 콜옵션을 매도해야 하는가이다. 왜냐하면 풋옵션 매도 또한 마찬가지지만 콜옵션 매도 또한 타이밍을 잘못 선택했을때 돌아오는 결과가 굉장히 참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옵션을 매도한다는 것은 매도를 하고 있는 기간동안 시장에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그저 시간만 흐르기를 기대한다는 것인데, 만약 예상과는 다르게 시장이 매우 급격하게 그것도 내가 판 옵션의 행사가 쪽으로 주가가 다가온다면 순식간에 벌려던 기대 수익의 몇 십배에서 몇 백배의 손실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타 여느 자산들 또한 마찬가지겠지만 콜옵션의 매도 타이밍을 잡는 것은 특히 더 중요하다.



# GMM 기반의 변동성 국면 모델

콜옵션 매도 타이밍을 설정하는데 있어서 초점을 맞춘 것은 바로 '변동성 국면 분석'이다. 왜냐하면 결국 시장이 움직이는 범위에 따라 콜옵션의 행사 가능성이 결정되는 것이고 이러한 범위라는 것은 통계적으로 말했을 때 변동성이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의 시장 변동성이 적을 것인지 혹은 클 것인지를 판단하고 이를 확률적으로 예측할 수 있어야만 지금 시점에 콜옵션을 매도해도 되는지 만약 매도한다면 어느 정도 행사가의 콜옵션을 매도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GMM(Gaussian Mixture Model)이라 불리는 가우시안 혼합 모델은 데이터 기반의 변동성 국면 분석을 하는데 있어서 널리 사용되는 머신러닝 모델이다. 이 모델은 비지도 학습 클러스터링 모델로써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가우시안 분포 즉, 정규분포를 여러 개 혼합하여 데이터의 복잡한 분포를 근사하고 또 어떤 특정 데이터가 어느 정도 확률로 어떤 분포에서 나왔는가를 알려주는 모델이다. 퀀트 헤지펀드 중 하나인 투 시그마에서도 몇 년 전에 이러한 GMM을 활용한 시장 국면 분석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여기서는 GMM이 S&P 500 지수 시장의 데이터를 학습해 세 가지 변동성 국면(저변동성, 중변동성, 고변동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세 개의 클러스터를 상정했고, 내재 변동성과 실현 변동성 그리고 일일 수익률에 대한 데이터를 사용했다. 내재 변동성은 변동성 스큐와 기간구조가 우리에게 어떤 시그널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파악하고자 단기와 장기, ATM과 OTM의 내재 변동성을 추출할 수 있도록 변동성 서피스 상에서 총 6개의 포인트를 선택했으며, 실현 변동성은 과거 1개월 표준편차를 사용했다. 초기 학습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의 3년치를 학습시킨 후 그 이후부터는 한달마다 데이터를 추가해나가는 방식으로 학습시킨 뒤 그 다음 한 달 동안의 변동성 국면 예측에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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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데이터를 학습해 GMM이 내놓은 변동성 국면 분석의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위의 그림은 특정 시점에 GMM 모델이 상정한 변동성 국면을 기반으로 향후 1주일 수익률의 분포를 나타내고 있는 바이올린 플롯이다. 변동성 국면 분석의 목적에 부합하듯 수익률의 분포는 각 국면이 어떤 국면인지를 잘 대변하고 있다. 또한 한 가지 더 중요한 점은 저변동성 국면에서의 수익률 상방이 꼬리 없이 굉장히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각 변동성 국면에서의 수익률 분포에 대한 히스토그램을 그려보면 아래의 그림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가 있는데, 저변동성 국면에서 수익률 분포의 99% 분위는 3.05%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저변동성 국면에서는 99%의 확률로 향후 S&P 500 지수의 주간 수익률이 3.05%를 넘어설 수 없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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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변동성 국면에서의 콜옵션 매도 전략

GMM 기반의 변동성 국면 분석 모델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굉장히 명확하다. 콜옵션을 매도하고 싶다면 저변동성 국면에서 매도를 하는 것이 확률적으로 훨씬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토대로 모델이 저변동성 국면이라고 알려주는 시점에만 위클리 103 콜을 매도하는 전략은 아무런 필터를 적용하지 않은 기본적인 콜옵션 매도 전략과 어떤 차이를 보일까? 아래의 그림은 이 두 전략의 결과를 보여준다. 확실히 저변동성 국면 필터를 적용한 전략이 손실의 확률을 극명하게 낮춰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저변동성 국면에서만 콜옵션을 매도하게 되면 승률은 98.7%가 되며, 이는 99% 분위의 이론적 결과와 거의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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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일반적으로 장이 빠지는 경향이 있기에 콜을 좀 더 적극적으로 매도해 프리미엄을 좀 더 안전하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하지만 사실 그러한 장세에서는 오히려 반대로 급격한 반등의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하기에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시장 움직임의 범위가 하방으로든 상방으로든 넓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결국 옵션 트레이딩은 변동성 플레이이고 변동성은 범위이기에 옵션 매도를 위해서는 변동성이 적은 구간을 포착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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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콜옵션 매도는 오히려 시장이 안정적으로 완만하게 올라가는 장에서 더욱 효과가 좋다. 그때가 오히려 콜옵션 매수에 대한 리테일 투기 수요도 왕성한 시점이니 콜옵션 쪽의 변동성 프리미엄이 어느 때보다 풍부하기 때문이다. 탐욕이란 남들보다 돈을 벌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또다른 종류의 공포다. 그 공포감이 바로 상승장에서의 변동성 프리미엄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FOMO는 2020년 코로나 이후로 한층 더 강해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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