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의 쓰임과 필요성에 관하여
요즘 SNS에는 미니멀 라이프를 주장하며 실천하는 사람들이 참 많이 보인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집안과 살림살이를 보면 부러움을 넘어서서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미니멀 라이프의 효과와 선순환은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다. 물건을 비움으로써 시간이 생기고, 그로 인해 심적인 여유는 물론 금전적 풍요까지 가져온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도 ‘예쁜 물건’으로 인한 설렘과 두근거림을 포기하지 못한다. 위시리스트에 담긴 굿즈들을 엄선하여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하고, 물 건너 오기까지 며칠간을 기쁜 마음으로 수 차례 배송 조회를 하며 마침내 아담한 택배 상자가 우리 집 문 앞에 고이 놓이기까지의 설렘 말이다.
내게 있어서 굿즈는 마인드 테라피의 일환이다. 물건이 주는 편리와 실용성도 무시하진 못하지만, 어치피 실생활에 사용할 물건이라면 존재 그 자체로 만족감을 줘야 한다. 그것이 알록달록 원색의 향연이든, 장식과 레이스 가득한 화려함이든, 무인양품 스타일의 심플한 디자인이든 간에, 물건에는 사용자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물건에는, 단순히 그것의 기능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궁무진한 가치를 선사하는 경우가 많다.
자주 가는 앤티크한 인테리어의 단골 커피숍 문 위에 실에 묶인 북어가 놓여있었다. 커피숍 분위기와 사뭇 어울리지 않는 그 모습이 의아했으나, 액을 막아주고 복을 기원하는 고전 민간신앙의 일환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로 그 북어가 한층 반갑고 귀여워 보이곤 했다.
그러던 중에, 좋아하는 언니의 친구가 퀼트로 이것저것 만드는 사업을 하는데 그중에 ‘액막이 명태(북어)’라는 제품이 있는 것을 보았고, 단골 커피숍 문 위에 놓인 북어가 떠올라 홀리듯이 주문을 했다. 현재 나만의 색깔로 주문 제작이 들어간 북어는 사장님 말씀에 따르면 포장까지 다 끝난 상태로 월요일 아침에 우체국으로 달려갈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사장님과 SNS의 DM으로 짧은 대화를 나눈 이 순간이 나에게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약간의 충동성을 띈 물건 구입의 과정에서, <손바느질을 잘하시는, 말재주가 있으신, 문조를 사랑하여 여러 마리의 새를 키우시는, 퀼트 스마트 스토어를 운영하시는 사장님> 이란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었다.
나의 세계는 이런 식으로 조금씩 넓혀져 간다. 누군가에겐 하등 쓸모없는 게임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다가, 그로 인해 알게 된 사람들이 앞으로의 내 인생에서 빼지 못할 소중한 친구가 되기도 한다. 굿즈 구입을 통해 더욱 친밀해진 외국에 사시는 분도 있고, 개인적인 취향으로 뚫기 시작한 작은 샵의 상품들이 이제는 내 삶을 가득 채운 나의 취향으로 자리 잡았다.
나는 왜 이렇게 자질구레한 것들을 좋아할까? 왜 물건들에 둘러싸여 사는 걸까? 저렇게 쌓인 물건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끝없이 스스로를 자책하고 자학했었다. 미니멀 라이프라는 명목 아래 없어져 마땅할 취급을 받을 수 있는 ‘불필요한 물건’들이, 나에게 있어서는 정신적 치유, 자기만족, 인맥 확장, 인간관계의 허브 역할 등등을 해주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다.
미니멀 라이프가 주는 좋은 효과를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언젠가 나도 미니멀 라이프를 실현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그렇지만 미니멀 라이프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다 제각각의 세계가 있음을, 자신만의 행복의 섬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인정은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체 없어도 인생살이에 전혀 문제없는 이런 물건을 왜 샀냐고, 돈 낭비일 뿐이라고 치부하며 남의 소비에 훈수를 두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그것이 그 사람의 인생 방식을 부정하는 행위라는 것을. 그래, 바로 내 남편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도 남편이 이 글을 읽는 일은 없겠지. 없어야만 해…….
메인 사진에 있는 ‘액막이 북어’의 구입처는 이곳입니다. 작은 스마트 스토어지만 사장님 적게 일하고 많이 버시면 좋겠습니다….
http://naver.me/xpY2gx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