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let it be summer

초록색 뜨거웠던 2024, 잘 가

by 프롬지연


2024는 모든 것이 새로웠던 해였다.


한 회사의 직원이 되면서 주거지가 서울로 바뀌었다. 모든 업무는 처음이었고, 본격적인 사회생활도 처음이었다.


또 여유가 되면 하고 싶었던 것들을 새롭게 시도했다. 5월에 처음 배운 스쿼시가 일상의 루틴이 되고, 번뇌가 생기고 몰입이 필요할 때마다 피아노를 치러 다녔다. 듀오링고룰 시작하면서 잊히고 있었던 독일어의 불씨를 다시 살려냈다. 그리고 아주 잠깐이지만 브런치에 글도 썼다.


새로운 사람들도 만났다. 이제는 너무 소중한 친구들이 된 내 회사 동기들을 만나고, 배울 점 많은 멋진 친구들을 신촌에서 만났다. 더불어, 끊긴 줄 알았던, 너무 좋아했던 인연들에 다시 닿을 수 있었다.


새롭게 좋아하는 것들도 생겼다. 몇 년째 야구 하이라이트가 지배한 내 유튜브에 새로운 알고리즘이 생겼다. 요즘은 야구보다 한 밴드와 베이시스트가 더 많이 나온다. 이전까지 콘서트를 평생 두 번밖에 안 갔던 내가 작년에만 4번을 갔다. 올해도 벌써 두 개의 콘서트를 예매해 놨다. 일상에 락이 완벽히 들어왔다.


너무나 힘들었던 2023을 보내고 맞이한 2024년은 축복이었다. 이러려고 그때 그렇게 힘들었구나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때 절망을 겪은 후, 어떤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할지 가장 고민이었고, 그 확신도 없는 채 새해를 맞이했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한건 최고의 선택이었다. 쉴 새 없이 적응하고 몰입해야 하던 탓에 나를 절망케 했던 일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는 사실 거짓말이고, 생각이 났지만 아주 빠르게 사라지며 예전처럼 나를 지배하진 못했다.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은 못 살 줄 알았는데 이렇게도 살아가는구나, 나는 여전히 행복할 수 있구나, 여전히 사랑받을 수 있구나 느꼈다.


난 모든 일에서 의미를 찾는다. 2023년도가 내게 준건 도대체 뭘까 생각했다. 지나고 보니 너무나 귀한 걸 얻었다. 건방지지만 세상과 자연의 섭리를 조금 깨달았다. 그리고 건강하기만 하다면 더 바랄 게 없다는 마음도. 덕분에 일을 할 때나, 뭔가를 배울 때, 혹은 친구들과 대화하며 웃고 떠드는 모든 순간에 감사하며 온전히 그 속에 있을 수 있었다. 덕분에 2024년은 내게 싱그럽고 풋풋한, 그러나 적극적이며 뜨거웠던 초록색 여름이었다. 다시 맞이한 청춘 같기도, 다시 태어난 것 같기도 했다. 처음으로 계속 이렇게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해였다.


내게 2017년 스무 살은 특별했다. 처음으로 주어진 자유와 책임, 모든 게 처음이고 짜릿했다. 동시에 감사할 줄 몰라 미안하게 보낸 나이였다. 나의 2024년 스물일곱은 아쉽게 보낸 스무 살과 아주 아팠던 스물여섯 덕분에 보다 충만하게 보낼 수 있었다. 스무 살에 견줄 만큼 특별했고 즐거웠다. 새해의 목표나 바라는 점이 뭐냐고 누가 물었다. 이제 물질적인 건 하나도 바라는 게 없다. 그저 작년처럼 건강함에 감사하며 내가 모든 순간에서 배우고 즐기며 살았으면 좋겠다. 더할 게 있다면, 꼭 새로운 걸 하지 않더라도 보이지 않는 성장을 이루는 해가 되길 바란다. 브런치에 한 달에 한번 글 쓰는 것도 목표다.


아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사가가 쓴 노래다.

이 노래로 내 일 년을 요약할 수 있겠다.


keyword